커버스토리   동물권

한때는 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졌던 비건(Vegan, 완전 채식주의)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요한 흐름 중 하나가 됐다. 단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에서 벗어나 생활 전반에서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개념으로 확장된 것. 기후 위기 시대에 접어들며 특히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비거니즘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홍대 같은 ‘핫플레이스’에서 비건 음식점과 비건 매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를 운영하는 박진영신하나 대표도 그중 하나다. 패션 브랜드 동료로 일하던 그들은 비거니즘이라는 키워드로 뭉쳐 패션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고 있다.

‘페이크퍼’ 아우터가 텀블벅에서 화제가 됐었죠
제가 아우터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요. 2017년에는 마땅한 비건 아우터가 없었어요. 옷을 만들던 사람이니까, 내가 입을 거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예요. 사실 시중에 ‘페이크퍼(fake fur, 인조 모피)’ 제품이 없던 건 아니었는데 질이 떨어졌죠. 제가 패션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좋은 옷 하나 사서 오래 입자’거든요. 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텀블벅(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를 올렸는데요. 관심을 많이 받았고 목표 금액을 초과한 130%를 달성했어요. 아, 이게 되는구나 싶어서 이듬해 봄에 ‘낫아워스’를 론칭했습니다.

 

낫아워스는 무슨 의미인가요?
NOT OURS라는 영문 그대로 ‘우리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저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가치를 담은 건데요. 우리가 입고 있는 패딩에도 동물의 털이 들어가고, 모피는 말할 것도 없죠. 그런데 그것들이 우리 것이 아니란 거예요. 우리의 가죽이 아닌 동물의 가죽이고,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이란 걸 알자는 거죠. 또 OURS는 프랑스어로 ‘욱스’라고 읽는데요, 곰이란 의미예요. ‘곰이 아닌, 동물의 털이 아닌’이라는 언어 유희까지 더해서 브랜드 캐릭터를 곰으로 정했고요.

 

패션에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담았군요
우리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는요. 세상에 물건이 정말 많잖아요. 이렇게 물건이 넘쳐나다 보니까 최근 들어서 옷은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문화가 정말 확산된 거 같더라고요. 이런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관점으로 접근한 거예요. 또한 저희는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비동물성 재료 중에서도 질 좋은 소재가 정말 많거든요. 원단도 좋고, 디자인도 질리지 않게 하고, 만듦새도 튼튼하게 하다 보면 얼마든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 수 있어요.

 

재료 수급이 어렵진 않나요? 가격도 일반 가죽제품 못지않게 비쌀 것 같아요
그런 생각 자체가 뭐랄까요, 가죽이기 때문에 비싸도 된다는 인식이 사람들 뇌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아요. 가죽도 싸구려 제품은 질이 정말 안 좋거든요. 가죽도 소재마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 그냥 가죽이니까 비싸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선인장 가죽인데 왜 비싸냐고 접근하면 어려워요. 재료는 특별한 거라기보다는 유기농 면이나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등을 사용해요. 면사 중에서도 특히 질이 좋은 스피마 등을 사용하고요.

 

어떤 제품을 만드세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요?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어요. 스웨터나 코트류, 가방도 만들고 있는데, 지갑과 가방 라인이 인기가 많아요. 특히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홀더가 인기가 많아요. 멕시코 데세르토라는 회사에서 만든 원단을 사용하는데요. 전 세계에 한 군데밖에 없어요. 우리만 쓰는 건 아니고, 명품 회사에서도 쓰고 있고요. 유기농 선인장을 잘 세척해 3일간 햇빛에 말리고 가루로 만든 뒤 섬유화하는 데 필요한 성분을 섞어 압축하면 선인장 가죽이 돼요. 통기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관리도 편해 동물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비건 소재죠. 사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점은, 가죽이 아니지만 가죽 같은 질감을 주는 식물성 소재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대량생산이 아니라 주문생산 방식입니다
모든 제품군을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아직 규모가 안 되니까 주문생산 방식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패션업계에 문제 중 하나가 재고가 많다는 거예요. 패션 주기가 빨라지면서 질 낮은 소재로 만든 옷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다 보니, 사람들도 한철 입고 버리거나 기부하죠. 이것 역시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저희의 지향점과 맞지 않아요. 재고 문제로 어려울 때도 있지만, 오히려 주문생산 방식이 그런 면에서는 낫다고 생각해서 좀 더 유지하려고 합니다.

 

옷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제는 비거니즘 자체가 먹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봐요.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하는 실천철학인 거죠. 많이 알다시피 동물성 제품을 먹지 않는 것도 비거니즘 철학이고, 저희처럼 동물성 옷을 입지 않고,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비거니즘의 하나에요. 더 나아가서는 전시동물도 있어요. 아쿠아리움, 동물원, 동물 카페 같이 인공적인 구조물에 동물을 가둬두고 인간을 위해 전시하는 곳에도 가지 않는 것이 비거니즘 철학의 실천이라고 봅니다. 저희 역시 그 실천 중 하나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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