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동물권

나는 비행기 정비사로 10년 간 군 생활을 했다. 군대 밖 세상을 배우고 싶었다. 복무 중 사이버대학, 야간대학을 다녔다. 대학 4년으로는 무언가 아쉬웠다. 제대를 했고 10개월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온 후 나는 귀농을 했다. 여행을 다니며 경험했던 외국의 농촌들. 그 나라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 매력을 맛볼 수 있던 곳이 농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의 고유성, 전통을 경험하고 살아가고 싶었다.

 

귀농 9년 차가 됐다. 살고 보니 농촌의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특정 지역과 기후에 적응하며 누적해 왔던 지혜가 ‘산업농’ 시대를 맞이하며 변해가고 있었다. 드라마 「전원일기」 같은 정감 있는 이야기는 전설 속 이야기였다. 공동체 관계망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규모가 커져, 일꾼을 버스로 실어 나르며 일해야 하니 생명을 기르는 농부라기 보단 계획에 맞춰 납품하는 경영자에 가까워졌다. 에어컨 나오는 트랙터 속에서 일하니 자연과 접할 일도 없어지고 있었다.

 

초박리다매 시장 혹은 영혼까지 갈아 넣는 도박판
농업의 저가 정책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 대가로 농촌엔 젊은이가 없다. 부모가 반대하는 농업. 농업에 희망을 갖는 이가 없다. 최대 수확량을 유지해야 기계비, 시설비,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으니 학교도 없어졌다. 지역경제가 단순해지니, 원도심화는 더 심해졌다. 사회 안전망이 없을 땐 현금이 최고의 안전장치. 희망이 없는 늙은 농부들은 누구에게라도 땅을 팔았다. 현금을 만들 수만 있다면, 동네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든 상관없었다. 폐기물 처리장, 골프장, 발전소 같은 혐오시설이 하나, 둘, 봇물 터지듯 생겨났다.

 

먹거리는 인간에게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에도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다. 특히 ‘먹방’이 유행하는 시대지만,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가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우린 관심을 갖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경우는,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혹은 공장식 사육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뉴스 정도다. 요즘은 공장식 사육에 대해서 상당히 알려져 있다. 동물을 쥐어짜는 사육방식은 결국 소비자 불신에 연결된다. 동물용 항생제와 호르몬제의 잔류, 인수공통 감염병, 기후 변화…. 우린 이때마다 누군가를 욕함으로써 이 불편함을 해소한다. 물론 여기서의 ‘빌런(악당)’은 ‘돈만 아는 축산업자’다.

 

하지만 경제 동물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를 말하는 이는 없다. 농산물 시장은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개방돼 왔다. 농부들은 환금작물과 축산업에 몰렸다. 축산업 쏠림 현상도 다르지 않다.

 

내가 키운 돼지를 내가 잡아먹는 것은 괜찮을까?
결국 나는 돼지 세 마리를 직접 키워보기로 했다. 넓은 공간, 수영장과 다양한 먹이, 장난감. 돼지들이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먹이는 주변 농가의 부산물을 가져왔고, 분뇨는 다시 텃밭에 사용했다. 정화시설도, 약품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이웃에 다시 보답해 관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공장과 농장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는데. 돼지를 잡는 순간은, 가축과 인간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다. 너를 죽여 내가 사는 것은 괜찮은 걸까. 개념으로만 가졌던 동물을, 개별의 생명체로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육식은 윤리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앞의 돼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내가 살아가기 위해 먹혀야만 하는 생명이 있다. 그 생명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책임질 때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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