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궤, 흙 한 삼태기를 쌓지 못해 공들여 쌓은 산이 이지러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과제물도 마찬가지이다. 야무진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그동안의 수고는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결론쓰기와 퇴고의 반복은 중요하다. 결론은 한 편의 글이 마무리되는 곳으로, 평가자에게 전체 글에 대한 여운과 느낌을 확정짓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결론(맺음)은 본론보다 서론(도입)과의 연관성이 더 크다. 서론이 질문이라면 결론은 그에 대한 ‘응축된’ 대답이 기 때문이다. 과제의 문제 유형에 따라 서론이냐 도입이냐가 나뉘었던 것처럼 결론도 그것에 따라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결론만 보아도 그 글이 무엇에 대하여 쓴 글인지를 알 수 있도록 써야 하며, 이것이 흐릿하면 자기주장이나 생각이 흐지부지 끝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핵심 요약 혹은 대안ㆍ제안ㆍ전망 제시
핵심 내용 요약은 과제물의 ‘감상’이나 ‘설명’의 문제 유형에 알맞은 방법이다. 이 유형에서는 ‘결론’이라기보다 맺음말 성격의 마무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본론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필자의 관점이나 주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하여 읽는 사람에게 내용이 잘 정리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본론의 내용을 이미 사용된 동일한 표현으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본론의 내용을 요약ㆍ정리한다는 것은 본론 단락의 주제문들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인상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이지, 그대로 반복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술하라’의 과제물 유형에서는 대안ㆍ제안, 전망 제시로 결론을 작성하는 것이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비판이나 주장, 대안 등 서술자의 견해가 포함된 경우의 결론은 전망이나 제언, 한계 보완 등이 적당하다. 이때는 본론(중간)의 논의(분석)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분석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서술해 논의를 완결하면 된다. 여기서도 주의할 것은 서론이나 본론과의 중복 서술을 피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대안이나 전망은 본문에서 논의한 논점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본론에서 자신이 주장한 바를 강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것이 지닌 의의와 실천 방안, 미래의 전망을 통하여 문제 상황의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함을 강조한다.
퇴고, 원수 대하듯 잔인하게
첫 문장은 대부분 막막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다가 드디어 결론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순간 밀려오는 뿌듯함과 해방감 때문에 여러분의 심장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그리고 그 지겨움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과제물 제출 버튼을 1초라도 빨리 누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만!
80점짜리를 90점짜리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 다름 아닌 퇴고(推敲), 즉 ‘고쳐 쓰기’이다. 퇴고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천재 시인 이태백의 별채 창고에도 파지(破紙)가 가득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는 컴퓨터 덕분에 원고지를 구겨버릴 필요도 없다. 수백 번 고쳐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자, 그럼 과제물 전체 초고가 일단 완성된 후에 거쳐야 하는, 마무리 과정으로서의 퇴고에 중점을 두고 그 요령을 정리해 보자.
퇴고의 5단계
첫 단계는 핵심요소 확인하기다. 장 또는 절 단위로 읽으면서 과제물 출제자가 요구한 내용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빠지지 않고 다 언급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개과정에서 논증을 위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다 있는지 일일이 점검한다.
둘째 단계는 말뚝 점검하기다. 기초가 되는 단어와 문장 하나씩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나 형용사나 부사의 위치가 적절한지, 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에 맞게 표기했는지, 각주 번호가 순서대로 다 있는지, 주석 다는 형식에 일관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서 틀린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확한 용어 사용도 중요한데, 특히 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이 틀리면 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게 되니 긴가민가하다면 즉시 네이버 검색으로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셋째 단계는 모양내기다. 보고서의 제목과 소제목은 글의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함축적 표현으로 뽑아준다. 똑똑한 형용사 하나로 글의 맵시를 확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소리를 내서 문장을 읽어 봐야 한다. 우리글은 간결하게 3·4조나 4·4조로 써야 리듬감 있게 잘 읽힌다. 잘 읽히면 의미 전달에 그만큼 효과적이다.
넷째 단계는 제3자 의견 듣기다. 가까운 지인에게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라. 내가 쓴 글의 허점은 내가 아무리 객관적인 그물을 친다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생각의 흐름이나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은 너무나 익숙해서 그물코를 쉽게 빠져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양의 그물로 한번 훑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빠르게 훑어보기다. 서론→본론→결론이라는 글의 전개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지, 중간에 방해꾼들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짚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 단계는 하루나 이틀쯤 시간을 두었다가 실행하는 게 좋다. 생활 중에 빠트린 것이나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말 시간에 없다면 샤워라도 하고 나서 읽어라. 버벅거리던 컴퓨터를 재시동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털끝 하나의 차이
소설가 김훈이 고민을 거듭했다는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보자.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인데, 초고에는 ‘꽃은’이었다고 한다. 주격조사 ‘-이’와 ‘-은’ 한 글자만 다르지만 문장 면에서 보자면 큰 차이가 있다. 앞의 것은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표현이고 뒤의 것은 글쓴이의 의견과 정서를 진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훈은 사실에 입각해서 진술하는『난중일기』의 문체에 매료되어 앞의 형식을 택했고 책 전체를 그렇게 썼다고 한다.
과제물 쓰기에서 적용하기에는 과도한 예일 수는 있겠으나, 고쳐 쓴다는 ‘퇴고’의 본질을 같은 것이다. 퇴고는 문장에 피를 돌게 하고 문단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글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나게 하는 화룡점정의 과정이다. 따라서 내 글을 마치 원수의 글을 읽듯이 냉정한 입장으로 읽고, 조금이라도 미진한 게 보이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고치고 또 고쳐야 빛나는 글이 탄생할 수 있다. 고수의 세계에서는 털끝 하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큰 것이다.
결론(맺음)은 본론보다 서론(도입)과의 연관성이 더 크다. 서론이 질문이라면 결론은 그에 대한 ‘응축된’ 대답이 기 때문이다. 과제의 문제 유형에 따라 서론이냐 도입이냐가 나뉘었던 것처럼 결론도 그것에 따라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결론만 보아도 그 글이 무엇에 대하여 쓴 글인지를 알 수 있도록 써야 하며, 이것이 흐릿하면 자기주장이나 생각이 흐지부지 끝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핵심 요약 혹은 대안ㆍ제안ㆍ전망 제시
핵심 내용 요약은 과제물의 ‘감상’이나 ‘설명’의 문제 유형에 알맞은 방법이다. 이 유형에서는 ‘결론’이라기보다 맺음말 성격의 마무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본론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필자의 관점이나 주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하여 읽는 사람에게 내용이 잘 정리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본론의 내용을 이미 사용된 동일한 표현으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본론의 내용을 요약ㆍ정리한다는 것은 본론 단락의 주제문들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인상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이지, 그대로 반복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술하라’의 과제물 유형에서는 대안ㆍ제안, 전망 제시로 결론을 작성하는 것이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비판이나 주장, 대안 등 서술자의 견해가 포함된 경우의 결론은 전망이나 제언, 한계 보완 등이 적당하다. 이때는 본론(중간)의 논의(분석)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분석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서술해 논의를 완결하면 된다. 여기서도 주의할 것은 서론이나 본론과의 중복 서술을 피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대안이나 전망은 본문에서 논의한 논점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본론에서 자신이 주장한 바를 강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것이 지닌 의의와 실천 방안, 미래의 전망을 통하여 문제 상황의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함을 강조한다.
퇴고, 원수 대하듯 잔인하게
첫 문장은 대부분 막막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다가 드디어 결론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순간 밀려오는 뿌듯함과 해방감 때문에 여러분의 심장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그리고 그 지겨움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과제물 제출 버튼을 1초라도 빨리 누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만!
80점짜리를 90점짜리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 다름 아닌 퇴고(推敲), 즉 ‘고쳐 쓰기’이다. 퇴고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천재 시인 이태백의 별채 창고에도 파지(破紙)가 가득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는 컴퓨터 덕분에 원고지를 구겨버릴 필요도 없다. 수백 번 고쳐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자, 그럼 과제물 전체 초고가 일단 완성된 후에 거쳐야 하는, 마무리 과정으로서의 퇴고에 중점을 두고 그 요령을 정리해 보자.
퇴고의 5단계
첫 단계는 핵심요소 확인하기다. 장 또는 절 단위로 읽으면서 과제물 출제자가 요구한 내용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빠지지 않고 다 언급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개과정에서 논증을 위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다 있는지 일일이 점검한다.
둘째 단계는 말뚝 점검하기다. 기초가 되는 단어와 문장 하나씩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나 형용사나 부사의 위치가 적절한지, 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에 맞게 표기했는지, 각주 번호가 순서대로 다 있는지, 주석 다는 형식에 일관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서 틀린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확한 용어 사용도 중요한데, 특히 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이 틀리면 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게 되니 긴가민가하다면 즉시 네이버 검색으로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셋째 단계는 모양내기다. 보고서의 제목과 소제목은 글의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함축적 표현으로 뽑아준다. 똑똑한 형용사 하나로 글의 맵시를 확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소리를 내서 문장을 읽어 봐야 한다. 우리글은 간결하게 3·4조나 4·4조로 써야 리듬감 있게 잘 읽힌다. 잘 읽히면 의미 전달에 그만큼 효과적이다.
넷째 단계는 제3자 의견 듣기다. 가까운 지인에게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라. 내가 쓴 글의 허점은 내가 아무리 객관적인 그물을 친다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생각의 흐름이나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은 너무나 익숙해서 그물코를 쉽게 빠져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양의 그물로 한번 훑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빠르게 훑어보기다. 서론→본론→결론이라는 글의 전개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지, 중간에 방해꾼들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짚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 단계는 하루나 이틀쯤 시간을 두었다가 실행하는 게 좋다. 생활 중에 빠트린 것이나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말 시간에 없다면 샤워라도 하고 나서 읽어라. 버벅거리던 컴퓨터를 재시동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털끝 하나의 차이
소설가 김훈이 고민을 거듭했다는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보자.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인데, 초고에는 ‘꽃은’이었다고 한다. 주격조사 ‘-이’와 ‘-은’ 한 글자만 다르지만 문장 면에서 보자면 큰 차이가 있다. 앞의 것은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표현이고 뒤의 것은 글쓴이의 의견과 정서를 진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훈은 사실에 입각해서 진술하는『난중일기』의 문체에 매료되어 앞의 형식을 택했고 책 전체를 그렇게 썼다고 한다.
과제물 쓰기에서 적용하기에는 과도한 예일 수는 있겠으나, 고쳐 쓴다는 ‘퇴고’의 본질을 같은 것이다. 퇴고는 문장에 피를 돌게 하고 문단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글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나게 하는 화룡점정의 과정이다. 따라서 내 글을 마치 원수의 글을 읽듯이 냉정한 입장으로 읽고, 조금이라도 미진한 게 보이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고치고 또 고쳐야 빛나는 글이 탄생할 수 있다. 고수의 세계에서는 털끝 하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