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과 생각

한국 근현대사에서 4월은, 영국 시인 엘리엇이 노래했던 것처럼, 라일락이 피어나는 잔인한 시간이다. 4·3이 있었고, 4·19가 있었고, 그리고 4·16이 있었다. 사건들은 그 사건이 빚어진 시공간으로 우리를 불러들인다. 그렇다면 출판가에는 어떤 책들이 눈길을 끌고 있을까. 두 권의 책이 손짓한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창비, 2019.4.10. 이하 『그날』), 『리멤버: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날들과의 전쟁』(김영진·이세영 지음, 유세진 엮음, 혜화동, 2019.3.20., 이하 『리멤버』)이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 참사를 어떻게 겪어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2014년 여름에 구성한 단체다. 이들은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함께 썼다. 『그날』은 참사를 겪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어떠한 궤적을 그렸는지 추적했다. 유가족이 겪은 지난 5년의 경험과 감정을 생생히 기록한 절절한 증언집이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이자 국가폭력의 희생자인 세월호 가족이 그날의 진실을 냉철하게 질문하고 한국사회의 깊은 균열과 부정의를 직시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기록문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수작(秀作)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말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사건은 과연 종결된 것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 우리는 과연 그들의 고통과 무관한지 같은 물음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준다. 또 하나 이 책의 미덕을 꼽는다면, ‘정형화된 유가족 프레임’을 넘어서고자 했다는 점이다. 피해자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가족이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이 다양화되어가는 모습을 담담한 언어로 세밀하게 복원했다. 유가족의 특징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그들의 차이를 더듬어 살피는 것, 그 일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하는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그날』이 참사 유가족의 증언집이라면, 『리멤버』는 이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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