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만사들(책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노트

2014년 봄, 런던도서전이 끝난 직후였을 것이다. 4월의 여느 편집자들이 그렇듯 런던에 출품된 해외신간 목록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한국어 출판권을 우리 방송대 출판문화원에 가져오기 위해서다. 영미권 출판사와의 계약을 돕는 에이전트 한 명과 어렵사리 약속을 잡고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다소 흥분된 분위기 속에 회의를 마친 후 점심이나 함께하자며 근처 식당을 찾았는데 그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르티아 센의 책이 하나 있는데…, 방송대가 한국어판을 내주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다. 센의 책이라면 달려드는 출판사가 한두 곳이 아닐 텐데 왜? 2009년에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된 책인데 당시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간 국내 출판사가 최근 번역출판 포기 소식을 알려왔단다. 1, 2년도 아니고 5년이나 지난 책을 이제 와서 내라고? 그냥 신간도 아니고 뜨거운 최신간을 따내려고 왔는데 이 무슨….국립대 출판부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는 말에 결국 검토해보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국립대 출판부. 10년 넘게 몸담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름이다. 공익이라는 명분을 추구하지만 수익도 외면할 수 없다. 국립대 출판부가 내야 하는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일까? ‘The Idea of Justice’라는 제목의 표지를 열고 찬찬히 읽어보는데 난이도가 상당하다. 그저 어려운 책이니까 대학 출판부에 떠민 것인가? 철학, 그중에서도 정치철학, 그중에서도 정의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볼 법한 책이다.자극적인 문구로 유혹하는 최신간이 넘쳐나는 시기라 책상 구석에 밀어두었다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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