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진로   [평생교육이 바꾼 나의 미래]


런던 생활 28년차
자녀들 대학 진학하니 ‘명퇴’하는 기분 들어
동생에게 방송대 진학 묻자 “언니에게 필요해” 응원
이젠 자부심 생겼고, 지인들도 보는 시선 달라져



“런던에 거주하며 우리 대학에 입학한 학우가 있습니다. 출석수업과 기말시험을 위해 한 학기에 두 번이나 한국에 와요.”
인천과 런던 비행시간은 약 12시간. 더욱이 런던은 개방대학(OU : Open University)이 유명한 도시다. 그런데 왜 방송대를 찾았을까? 제보를 받고 많은 질문들이 떠올라 한달음에 주인공 김옥 학우를 만나러 갔다.


런던 생활, OU 아닌 방송대 선택
런던에서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고 28년을 거주했습니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는데, 아이들이 다 크고 대학에 진학하고 나니 ‘명퇴’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평소 테니스를 즐겨 치고 현지 친구들과 활발하게 교류할 만큼 활동적인데,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엔돌핀이 솟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어떤 유명인이 “TV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걸 봤습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오랜 기간 런던에 거주해서 영어는 곧 잘 잘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언어에 담겨 있는 영국 특유의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영국은 대화 속에 블랙유머(black humor)가 담겨 있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저만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죠.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영어로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외국인 남편과 결혼하고도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아 한국 국적을 유지할 만큼 자아가 강한 저인데, 어느 날은 ‘다음 생에는 꼭 모국어가 영어인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이게 바로 영어영문학을 선택한 이유랍니다.
사실 먼저 영국OU를 알아봤습니다. OU에 진학하려고 학사제도, 커리큘럼 등을 꼼꼼히 조사했죠. 그러나 영국OU는 개방대학임에도 전혀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교수자와 학습자 비율이 1:5로 학생을 밀착 관리해주지만, 과정과 수업방식이 복잡한데다 학비도 제법 비쌌죠. 다양한 교양을 쌓고 재밌게 즐기며 공부하고 싶은 제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
우리나라에 방송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습니다. 운명이었어요! 마침 1학기 신·편입생 모집기간이더군요.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방송대 진학해 볼까?”라고 묻자 동생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언니 꼭 해! 언니에게 필요한 거야”라고 했죠. 동생의 격려 덕분에 힘을 얻었어요. 이후 서류 준비와 입시원서 접수를 동생이 모두 도맡아줬습니다. 합격이 결정된 후 동생은 제가 행여 마음이 변할까 당장 서점에 들러 교재를 구입해 런던으로 보내줬습니다. 정말이지 전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학기 중에 먼 거리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되지 않았어요. 공부를 시작하니 인생의 목적이 생겨 삶의 에너지가 생겼거든요. 물론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쉽진 않았습니다. 홈페이지 이용이 복잡해 학사정보 확인도 어려웠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최소 한두 시간은 헤매야 했어요. 다행히 튜터 제도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서울지역대학을 방문했을 땐 우리 대학에 감동 받았습니다. ‘컴퓨터 활용 특강이라니! 학비가 이렇게 저렴한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에게 맞춤형이었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튜터 특강은 놓치지 않고 싶을 정도로 유익했고, 학우들을 만나는 것도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학우’들 덕분에 마음 한 구석이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석사 출신인 한 학우는 “석사가 방송대에 와서 공부한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웠는데 열정적인 학우들과 해외에서 온 저를 보니 그런 생각을 한 자기 자신이 부끄럽다”고 했어요.


주변 격려가 인생 바꿔
공부를 시작하니 많은 것이 변했어요.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는 제 자신이 더 좋아졌고 자부심도 들어요. 어린 시절 엄마가 책을 들고 다니며 공부 시키시던 때엔 그렇게 공부가 싫었는데,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늦게까지 매달릴 만큼 공부 자체가 즐거워요. 공부에 몰입하다 보면 ‘아 나도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주변 사람도 이젠 저를 달리 대해요. 남편은 ‘처음엔 정말 공부할 수 있겠냐’며 걱정했는데, 이젠 격려하고 도와줘요. 테니스를 함께 치는 런던 친구들도 “너를 다시 보게 됐다”며 인정해주는데, 제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남편과의 결혼’ ‘아이들을 낳은 것’ 그리고 ‘방송대 입학’입니다. 방송대 입학을 고민했을 때 동생이 ‘언니! 무조건 해!’라고 격려하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어땠을까요? 그 때 입학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저는 무료한 나날을 보냈을 겁니다. 주변인의 격려가 한 사람의 삶의 바꿔 놓기도 합니다. 저 역시 주변에 방송대 입학을 망설이고 있거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방송대 진학해봐”라고 말해줄 거예요. 방송대는 멀리 있어도, 조금 늦었더라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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