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승의 날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 하버드대의 미네르바 스쿨은 미래형 대학으로 회자된다. 전 세계를 돌며 인턴십을 경험하며, 100%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교육 방법에 있다. 교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학생들은 서로서로 선생이 된다. 그렇다면 미래형 대학의 사제관계는 어떨까? 선생과 학생은 학문 습득 과정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나 철학을 공유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 관계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모습은 방송대에서 전혀 낯설지 않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먼저 와 있는 미래형 대학의 사제관계를 엿본다.

 

차가운 온라인 뚫은 뜨거운 제자 사랑

의류패션 전공 권유진 교수님···. 코로나19,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찾아뵙지 못하고 따뜻한 식사 한번 대접해드리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방송대 생활과학부 교수님들과 특히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권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나는 늦은 결혼을 계기로 귀농을 선택했다. 남편은 유기농업을, 나는 천연염색 제품을 만드는 공방운영을 생업으로 정했다. 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재수를 하다 섬유디자인에 빠져 페브릭 물감으로 원단을 아름답게 만드는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했지만, 바느질이나 재봉틀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혼자 끙끙거리면서 기능사 자격증을 땄지만 무언가 부족해 방송대 생활과학부 공부를 시작했다

 

생업을 저버릴 수 없기에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방송대는 나에게 최고의 학교였다. 하지만 시골에서 의류패션학을 공부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자료와 정보는 널려 있겠지만 나는 잘 찾을 수 없었고, 나에게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공방 일 때문에 정보를 찾는 시간 할애도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전공 특성상 실기 과목을 혼자 공부하는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만나게 된 권유진 교수님의 지도는 나에게 오아시스였다. 학부 때부터 지역대학에 출석수업 오실 때마다 꼭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챙겨 주셨고 살뜰히 보살펴 주셨다. 실기는 방학을 이용해 보충할 수 있도록 특강을 조직해 시간을 배려해 주셨다. 교수님의 도움은 학부 우수상을 받고 한 학기 일찍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교수님을 따라가다 보니 대학원에 진학해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대학원 입학 후 첫 수업은 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창의적 디자인 도출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평소에 접근하지 못했던 방법들을 배우면서 막막함을 느낄 때마다 교수님께 이메일로 문의하면, 내가 깊이 있게 찾아보지 못해서 부족했던 것들에 대해 부끄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깊이 있고 성실하고 열정적인 답변을 보내 주셨다.

 

교수님의 조언은 좋은 단어로 연결된 겉도는 언어가 아니라, 맵고 쓰고 때로는 아프기까지 한 말들이었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충고였다. 얼굴이 달아오른 적도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 제자에게 주시는 뜨거운 애정이 가득 느껴졌다. 온라인으로 하는 대학원 공부라 자주 대면하지 못했던 데서 오는 어떤 서러움 같은 것들이 사르르 녹아드는 경험이었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공부한 덕에 나는 대학원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졸업을 하고도 교수님이 SNS에 수시로 올려 주시는 의류패션산업계 동향이나 각종 대회, 전시, 세미나 등의 자료는 나뿐만 아니라 동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때로는 응원과 지지를, 때로는 매콤한 회초리로 독려해주시는 교수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 차가운 온라인의 모니터를 뚫었다. 나도 이런 스승의 태도를 익혀,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스승의 은혜를 갚는 길이리라.

 

방송대엔 스승이 많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어릴 적 미처 못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이 더욱 강해졌다. 늦게 시작하는 학업이기에 두려움이 더 컸다. 입학원서를 제출해도 합격이나 할 수 있을까? 대학공부 시작은 할수나 있을까? 시작보다 졸업이 어렵다는 방송대에서 학점을 받고 졸업논문은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이런저런 노파심으로 밤잠을 설치기를 여러 날.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남편에게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자신도 확신도 없어서였는지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는데, 합격 통지를 받았다. 비밀리에 학교를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입학 사실을 알렸다. 예상과는 달리 가족들의 열렬한 응원과 기대 속에서 교육학과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O.T를 통해 방송대의 여러 특성을 알게 됐지만, 아무리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해도 신입생으로서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걸 장점으로 생각해 O.T에서 알게 된 성남학습관 교육학과 페안제스터디에 가입했다. 선배들은 헌신적인 자세로 어떤 방법으로 강의를 들어야 효과적인지, 출석 수업과 중간 과제물 등을 어떻게 준비하고 작성해야 하는지 등 상세히 알려주었다. ‘저 선배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기희생적일 수가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 직장에 다니면서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더군다나 자기가 어렵게 공부하면서 터득하게 된 노하우나 본인이 찾은 귀한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게 놀랐다. 나는 아직도 첫 학기때 만난 71세의 이정민 선배님을 잊지 못한다. 이 선배님은 교과서 한권을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중간에 잠시 물 마시는 시간 정도 빼고 오후 3시까지 알려주셨던 분이다. 이런 선행학습 덕에 나뿐만 아니라 우리 동기들은 포기하지 않고 첫 학기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교육학과의 오윤화 선배의 헌신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당시 30대 후반. 나 보다 열 살이나 어렸지만, 배울 것이 많은 선배였다. 1학년 입학생들이나 편입생들이 공부 이외에도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생회 활동을 조직하고, 학우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한 선배다. 그런데 나는 이 선배를 처음엔 명예욕이 참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워킹맘이면 잠잘 시간도 모자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으로 학생회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오 선배가 개인 욕심만으로는 이렇게 학생들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방송대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는 만큼 이들의 소통과 조화가 강화될수록 더 많은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기에 오 선배는 기꺼이 교류의 장을 만든 것이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스승과 학생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학생이고 스승이 되는 귀한 교훈을 알려 준 선배다.

 

이양순, 박은영, 이건남, 이은정, 김원옥, 조아라 학우들과 선배들. 이름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스승들이 참 좋다. 그래서 방송대가 좋다.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학과에 또 입학했다. 배우고 가르치는 데는 신체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자기를 희생하고 배움을 나누는 그 자체로 우리는 서로에게 학생이고 제자다. 방송대엔 스승이 많다.

 

학우님들은 지적 건강미넘치는 나의 스승

나의 운동 효과 경험담에 대하여.’ 생활체육지도과 1학년 운동과 건강교과목의 출석수업 리포트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난 20여 년 넘게 체육 분야를 공부하고 강의했지만, 그간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학우님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과제를 읽으면서 나도 학우님들처럼 좀 더 도전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오른다. 이 세상의 어떤 학생들이 선생에게 이런 자극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나는 방송대 교수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닌다

  

한 학우님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생활이 아니라 스스로 내 삶을 끝까지 주도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공부와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수많은 상업적 다이어트에서 실패한 후 식이조절과 운동을 통한 정석 다이어트가 최고임을 몸소 보여주며 10년간 멋진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미래에 할머니 폴댄서를 꿈꾸는 학우. 가장으로서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위해 금주·금연을 결심, 처음엔 3km 걷는 것도 어려웠던 체력에서 마라톤 대회 10회 완주를 달성할 만큼 훌륭한 체력으로 거듭난 학우도 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620분까지 근력 및 유산소, 필라테스 운동 루틴을 실천해 스무 살 더 젊은 신체나이를 유지하면서 건강해지는 희열을 만끽하는 학우님은 지식을 배워 건강 전도사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한다.

 

우리 학우님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무언가 다르다. 그들의 도전과 실천하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실천을 결심하고 꾸준히 시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얼마나 되며, 생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학생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우리 학우님들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으로 받아들인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당장 실행에 옮긴다.

 

그들은 배움을 진정으로 즐기며 운동으로 다시 찾은 건강에 감사한다. 그들은 자신이 느낀 깨달음과 즐거움이라는 목표를 독차지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 일을 벌인다. ‘지적 건강미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런 지적 건강미라는 지혜를 도대체 이세상 어디에서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을 가르쳐 주신 방송대 학우님들이야말로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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