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지평을 넓히는 방송대인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아

방송대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송대 일을 통해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세금 낸 분들에 대한

무언의 약속이 아닐까요 

 

 

 

 

 

방송대 제27대 전국총동문회는 오는 531일 가평에서 산불피해 복구와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2022KNOU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한다. 그간 코로나로 발이 묶였다가 이번에 거리제한이 완화되면서 열리는 동문회 행사라 방송대인들의 기대가 크다. 그래서인지 벌써 대기자 명단까지 꽉 찼다. 성대하게 치러질 이번 골프대회는 누가 준비했을까? 사람들은 보통, 무대가 화려할수록 뒤편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선골프대회 조직위원장인 고정재 동문을 만나봤다.

 

골프의 매력요? 신뢰와 약속이죠

한때 골프는 이른바 있는 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5백만 명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거듭났다. 매년 국내 골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업계에서는 그 수가 급상승한 시기를 코로나19가 퍼져나가던 2019~2020년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19로 실내스포츠 활동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야외에서 즐기는 골프 인구는 약 46만 명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야외스포츠라는 것만이 골프의 매력일까?

 

저도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골프에 빠져있죠. 대부분의 스포츠가 제한된 공간, 규격화된 경기장에서 플레이 하는 것과 달리 골프는 축구장 100개가 넘는 크기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비바람과 같은 역경에 맞서기도 하는 스포츠죠. 실력 차이가 크면 아예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타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핸디캡 시스템과 함께 거리별로 다양한 티(블랙, 블루, 화이트, 레드 등)를 제공해 나이·실력·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대등하게 함께 할 수 있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골프의 진정한 매력은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라는 데 있을 겁니다. 골프는 규칙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양심에 따라 플레이하는 신사 스포츠에요.”

 

고 동문은 신뢰와 약속을 지켜야 하는 양심의 자율에 기반한 골프에 반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다 보니 기자가 전부터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의문이 풀렸다. 왜 이렇게 자기의 시간과 금전을 들이면서 총동문회 일을 열심히 할까? 고 동문은 방송대를 사랑해서라고 간결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설명을 곱씹어 보니 골프의 매력과 방송대의 그것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방송대인들은 골프처럼 각종 역경을 이겨내야 공부를 마칠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클럽과 샷 강도를 바꿔 집중해야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것처럼 매일매일 마주하는 가정사와 개인사의 크고 작은 고난을 극복하고 온라인 강의와 교재 읽기에 집중해야 졸업할 수 있다. 또 방송대는 골프처럼 나이·실력·성별에 관계없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제일 중요한 공통점은 스스로 약속을 지켜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야 하는 골프와 똑같이, 방송대 공부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와 약속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데는 제가 판자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경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다양한 일을 하시며 판자촌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셨죠. 드디어 벗어날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을 때, 그 돈은 아버지의 병원비로 쓰이게 됐고 그만큼의 빚도 지게 되더군요. 제가 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안방 문을 열면 바로 골목이 나오는, 슬레이트로 지붕과 벽을 켜켜이 덧대어 골목에 빛도 안 드는 동네를 보신 적 있으세요?”

 

오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그 시절 편부모 가정, 신당동 판자촌에 산다는 어떤 편견과 소외감을 이겨내기 위해 여덟 살 차이나는 아버지 같은 큰 누나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은 몸가짐을 바로 하라라는 가르침. 그래서 동네 친구들이 박탈감을 패싸움으로 달랠 때 그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해 선린상고에 진학했다.

 

판자촌이 지금의 그를 만든 곳이라고 

부모님을 욕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를 위해서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아마 이런 마음가짐 때문에 군대 제대 후 공기업인 한국예탁결제원 공채에 20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입사하고 나서 26세가 되던 1990년도에 방송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어요. 당시 가정학과에 다니고 있었던 작은 누나의 권유였죠.”

 

고 동문은 신나게대학생활을 했다. 20대의 여느 대학생처럼. 그러나 그들이 낮에 공부하고 밤에 노는 것과는 달리 반대로, 그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했다. 주말에는 학과 동기들을 만나 공부하고 토론하고 주점에도 갔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다양한 나이대의 동기들로부터 온갖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이런 간접경험이 그의 숨통을 틔어주었다.

 

좋았던 기억 때문에 홍익대 세무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후인 2011년 방송대 관광학과에 다시 편입했어요. 여행과 글쓰기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려고요. 저의 지식이 가장 최근의 것인지 점검하고싶었어요. 그런데 저와 친하던 학과 학생회장이 학생회 일을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학생회 일은 안 한다라고 단호히 말했죠. 여러 번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그때마다 거절했더니 그럼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은 하겠다고 했죠. 저는 시간이 없어 스터디에 참석할 수 없는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줬어요. 이런 인연으로 학생회에 발을 들였죠.”

 

책임감으로 학생회·동문회 활동

고 동문은 서울지역대학 관광학과 학생회장을 거쳐 서울지역총동문회장을 세 번이나 연임하고 이번 제27대 전국총동문회에서는 상임부회장직 맡고 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이력에 이런 회장 직함 한 줄 더 쓴다고 해서 어떤 이익을 얻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학생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하기로 했으면 최선을 다한다라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분들은 저더러 오버한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들과 생각이 달라요. 경제적인 학비로 공부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바로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만큼 제가 방송대 일을 통해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하는 것이 세금 낸 분들에 대한 무언의 약속이 아닐까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고정재 조직위원장은 골프대회 수익금을 올 초 산불로 어려움에 빠진 강원도민들과 소외계층 돕기에 쓰기 위해 우리카드의 후원도 이끌어냈다. 그는 점점 학생회와 동문회 활동을 하려는 재학생과 동문이 줄고 있다며, 지금 활동하고 있는 재학생과 동문들의 책임감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선배 동문들의 바른모습을 보고 후배들도 방송대의 매력을 국민에게 잘 전달해주길 바란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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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ao***
    스스로에게 가장 정직한거야 말로 제대로 사는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신뢰해야 다른이에게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대에서 배운다는것은 단지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자기자신을 위해서 노력하면 그걸로 충분이 자기할 도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상 배움에대한 갈망을 하고 노력하는 자세야 말로 자기와 주변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대 학생 전부 화이팅 하시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듯이 할수있을때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2022-05-23 10:26:2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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