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17회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학술대회 개최

지난해 화제가 된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1』(지식의날개, ‘일본 문화1’)에 이어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2』(지식의날개, ‘일본 문화2’)가 출간된 가운데, 제17회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 열렸다(방송대 일본학과의 강상규·이경수 교수와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일본 문화2』는 정서, 교육, 사회생활, 교육생활, 커피와 차, 음식문화, 문학, 역사, 스포츠, 애니메이션, 미술관 등 한 걸음 더 일본 속으로 들어가 일본을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출간 1개월도 안 돼 판매부수 2천부를 넘어섰다. 방송대출판문화원은 곧 2쇄를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 21일(토) 방송대 열린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7회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하 ‘포럼’)은 『일본 문화2』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저자로 참여한 안노 마사히데 상명대 교수(한일문화콘텐츠 전공), 박규훈 변호사,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발표는 책에 수록된 내용에 설명을 보태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포럼 전체 사회는 최갑수 동문(한국투자협회)이 맡았다. 개별 발표와 토론에 이어, 포럼에 참여한 이들이 자유롭게 질의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나타난 ‘떳떳하지 못함’ 분석
‘인도(人道)에 반하는 죄’를 따지지 못한 ‘도쿄재판’의 의미 냉철하게 비판
100세 시대 ‘노후 대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공론화
“포럼은 질문을 만들어가는 곳, 언제나 열려 있어”

 

“파시스트가 될 바에는 돼지가 낫다”
대표저자의 한 사람인 이경수 교수는 개회사에서 “처음 포럼을 시작할 때는 단순하게 학우들과의 소통을 위한 장으로 생각했는데, 어느덧 17회 포럼을 열게 돼 기쁘고,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라고 말하면서 “포럼이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는 한편, 한일 간 우호를 다지는 데도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 오늘 세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생각의 근육에 힘을 붙이신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첫 발제자는 안노 마사히데 교수였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본의 풍경’과 ‘귀환병’」을 발표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이웃집의 토토로」와 「붉은 돼지」를 통해, 자연과 신이 일체화된 일본의 애니미즘적 종교관(「이웃집의 토토로」)과 자신의 부유한 유년기의 경험과 연결된, 그리고 세계로부터 고립돼 아시아에 잔학한 침략전쟁을 치렀던 일본인으로서의 ‘떳떳하지 못함’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붉은 돼지」)를 짚어낸 발표였다.
작품 「붉은 돼지」에서 포르코가 “나는 내 돈벌이가 될 때만 비행을 할 거야…”, “파시스트가 될 바에는 차라리 돼지가 낫다”라고 대답했는데, 안노 마사히데 교수는 “여기서 포르코는 전쟁으로 가는 파시즘(전체주의)이나 국가주의보다 개인주의와 자유를 택하며 전쟁에는 협력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필자의 귀에 포르코의 대답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떳떳하지 못함’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가 겹쳐져 들리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온 김나정 소설가는 발표자가 말한 ‘떳떳하지 못함(우시로메타사)’이란 윤리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일본어 ‘죄악감’과 한국어 ‘죄책감’ 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따졌다. 또 그는 「붉은 돼지」에서 작품의 서사가 ‘낭만’과 연관돼 반전(反戰)이란 메시지를 희석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도쿄재판을 기억해야 할 이유
도쿄재판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는 박규훈 변호사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갈등을 이해하는 열쇠, 도쿄재판」이라는 발표를 통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도쿄재판’의 현재적 의미를 환기하고, 이 재판과 의미를 거듭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재판’은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1946년 5월 3일 첫 공판이 진행됐다. 이후 1948년 11월 12일까지 약 2년 반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합국이 국제법 및 전시법에 따라 거행한 국제군사재판인 뉘른베르크 재판(1945.11.20.~1946.10.1.)을 모델로 했다. 그러나 뉘른베르크 재판을 모델로 했지만, 중요한 대목인, 인도에 반하는 죄는 사실상 이 법정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평화에 반하는 죄’로 유죄가 선고된 24명을 가리켜 ‘A급 전범’이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 7명을 사형에 처했을 뿐이다. “도쿄재판이 구현한 정의는 여기까지였다.”
박 변호사는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도쿄재판에서 인정된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고 언급하면서 “도쿄재판이 평화에 반하는 죄를 통해 지키려고 한 ‘평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불완전하게 끝나버린 한국과 일본이 지금까지도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민철 변호사는 “일본인 또는 일본의 시각에서는 도쿄재판을 대체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며, 한국의 시각과 간극이 있을 수 있다면 한일관계에 있어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의견을 구했다.

 

한국사회, ‘싱글 노후’ 대비해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사회에서도 뜨거운 주제인 ‘노후 대비’에 관해 발표한 강창희 연금포럼 대표는 발표문 「싱글 노후 대비에 관한 한일 비교」를 통해 ‘고독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한국보다 초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의 경우, 노부부만 살거나 부부가 사별하고 혼자된 경우에는 18~20평의 소형 평수이면서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 일본에서 늘어나고 있는 그룹 리빙(Group Living)에도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고 소개했다. 그룹 리빙이란 북유럽에서 오래전부터 보급돼 온 주거 방식인데, 간병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건강한 고령자들이 6~9명 정도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년 전부터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3세대 동거 장려정책도 고려할만 하다.
이외에도 강 대표는 연금과 보험, 그리고 ‘노후 생활비 준비 방법’과 같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안도 내놨다. 후자의 핵심은 “종래의 남편 중심의 노후 준비에서 혼자 남아 살게 될 가능성이 큰 아내를 배려하는 노후 준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이 미호 한성대 교수는 “일본에서도 공적연금 이외의 자산운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별 자산운용은 한국에 비해 일본의 경우, 의식이 희박해 보인다”라고 환기하면서, 한일 두 나라 노인의 노후자금 규모, 자산운용 의식의 차이 등을 따졌다.

 


객석에서 쏟아진 다양한 질문들
포럼 분위기는 객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와 노후 대비에 관한 질문이 플로어 곳곳에서 이어졌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한 고성욱 선생은 일본이 웹툰 분야에서는 순발력과 변화가 부족한 이유를 물었으며, 방송대 컴퓨터과학과 2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한 학우는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자책감은 있는데, 전쟁의 의미를 성찰하는 부분은 적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방송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로 중문학과를 거쳐 일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전인옥 교수는 “65세 퇴직 이후 노후를 어떻게 살아야할지 피부에 와 닿는 발제”라고 말하면서,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해법이 참 어려운 문제 같다.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고독력을 기르자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라고 강창희 연금포럼 대표에게 질문했다.
거창고 교사를 지내다 퇴직한 김애희 선생도 거들었다. 그는 “노후 대비도 중요하지만, 지금 농촌은 여러 면에서 힘든 상황이다. 50세에 은퇴 당해 불안해하는 도시 인력을, 인력이 너무도 모자라는 농촌으로 좀 이주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강의해주시면 좋겠다”라는 당부도 건넸다.
오구라 스미요 강사 역시 강창희 연금포럼 대표에게 “일본에서는 민간 기업이 준비한 일자리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에서는 나라가 준비해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발표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노후 일자리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17회 포럼의 의미와 가능성
오후 2시에 시작한 포럼은 5시 40분쯤에 자유 질의를 마치고,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포럼 전체 총평은 강상규 교수가 맡았다.
강 교수는 안노 마사히데의 발표에 대해 “1941년생인 미야자키 감독은 일본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전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이며, 어떻게 성찰해야 할지 고민한 것 같다. 일본이 잊어서는 안 될 게 뭔가라는 그의 질문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질문”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박규훈 변호사의 ‘도쿄재판’ 발표에 대해서도 “도쿄재판에 무지한 우리의 인식을 크게 흔들어놓는 중요한 발표였다”라고 평가하면서, “그간 우리 사회가 의미도 잘 모르면서 ‘A급 전범’이란 말을 할 정도로 도쿄재판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지내왔다. 도쿄재판의 내용과 의미는 오늘의 우리가 곱씹어 볼 중요한 주제가 틀림없다”라고 지적했다.
‘노후 대비’ 문제를 다룬 마지막 발표 역시 “오늘의 우리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힘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라고 평가한 강 교수는 100세 시대가 인류 문명의 진보와 발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을 피력했다. 이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은 정확히 오후 6시에 끝냈다. 각자 관심을 두고 고민하는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란 광장에서는 모두가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는’ 동일한 지식의 탐구자들이었다. 2018년 12월 첫 포럼을 시작한 이후 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포럼은 17회째 지(知)의 광장을 만들어냈다. 방송대 일본학과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대학원생 들이 주축이 된 포럼이지만, 문은 늘 열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은 질문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문득 잊고 있었던, 아무도 던지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보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공간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다”라는 강상규 교수의 말이 두고두고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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