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세기가 21세기에게

지구의 탄생은 45억 년 전이고, 생명체의 탄생은 35억 년 전이라고 한다. 생명체는 억만년의 세월 속에 지각 변동이나 기후의 급변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점차 복잡한 형태로 분화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생명체 가운데 식물의 기원은 물속이지만 진화는 육상에서 이뤄졌다. 식물은 육상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특수화해 왔는데 식물의 생활사(life cycle), 식물 세포와 기관의 형태 및 해부학적 구조, 특히 수송과 지지 과정과 관련해 분명하게 나타난다.
식물학자는 식물의 생태적·형태적 특성을 연구해 이들의 관계성과 진화에 관한 이해를 높였다. 이러한 식물은 외부의 불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작용으로 2차 대사산물을 생산하는데, 이 천연산물은 사람에게 의약품, 섬유, 건축과 산업용 자재, 음료, 향료의 공급원이 된다.
토속식물학자는 전통적으로 어느 지역의 원주민들이 식물 재료를 어떻게 확인하고, 채집하고, 준비하고, 사용하는지를 배우고 화학적 특성 분석과 경제적인 활용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기도 한다.
항암제는 북미의 메이애플(Podophyllum peltatum)에서 생산되는 포도필린 수지(Podophyllin Resin)를 함유하는 식물에서, 백혈병 약은 마다가스카르의 빙카(Catharanthus roseus, 협죽도과의 식물)에서, 탁솔(Taxol)은 태평양 주목나무(Taxus brevifolia)에서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알로에는 피부 치료제로, 버드나무 껍질은 아스피린과 유사한 활성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서 진통제로 사용돼 왔다. 양귀비는 모르핀(morphin)과 기침약인 코데인(codeine), 장경련 치료제에 사용하는 파파베린(papaverine)의 활성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식물은 인류 문명 발달의 열쇠
식물은 인류 물질문화의 요소로, 농업의 기원 역시 문명의 발달에 열쇠가 된다.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는 초기 인류의 농업방식과 작물들에 대해 불에 탄 숯이나 호수 침전물에 묻혀서 우연히 보존된 종자, 곡류, 나무, 꽃가루, 식물 섬유와 같은 고대 유기 잔존물들을 대상으로 또는 식물에 대한 표현이 있는 문서나 식물이 묘사된 공예품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전문가들은 농경이 시작된 시점이 빙하기 말기에 따뜻해진 기후 변화와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상승시키는 CO2 농도 증가(180~280ppm)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류는 식량을 얻기 위해 경작을 확장했고, 양분이 많거나 경작이 잘 되는 곡물류, 콩류, 감자 등이 주로 선택됐다. 초기 농부들은 유용한 특징을 가진 식물로부터 종자를 채취해 다음 세대에 심는 과정을 여러 해 동안 반복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작물은 인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하게 됐다.
농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국가 유지의 근간으로 여겨져 왔다. 1950년대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품종 개량 업적과, 1970년대 통일벼 계통의 신품종 육성에 의한 녹색혁명, 1980년대 비닐하우스 원예의 급속한 발전에 의한 백색혁명, 1990년대 국제적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품질혁명, 2000년대 IT·BT·ET·NT 등 첨단과학을 접목한 부가가치혁명, 2010년대 친환경, 건강 기능성, 신소재 첨단농업혁명으로 진화했다.

 

향후 농업의 최대 과제는
지속적 성장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 과제는
급변하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과 농업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기후 변화 등으로 새로운 출발점에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는데, 이러한 문제에 맞서 농업과학기술의 혁신은 디지털농업 확대, 농업생명공학 혁신, 농산물 기능성 증진, 유용 농생물 활용성 증대 등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와 세계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 생산의 불안정성과 경작지 감소 등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생명공학에서도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전체 및 후성유전체 기반 분화조절 기술과 유용 단백질이나 대사체 생산을 목적으로 최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식물세포농업기술, 신품종 종자 개발에 필요한 유전자 변형기술과 유전자 편집작물 개발기술, 플라즈마 파밍(Plasma Farming)의 발전 등을 과제로 삼고 있다.
또한, 유용 농생물은 산업곤충, 양봉, 양잠 등 유용곤충산업 분야와 미생물 농약, 미생물 비료 및 환경오염물질 분해 미생물 등을 포함해 유용미생물산업 분야로 나눠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분자농업의 약진과 과제
식물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가 식물백신이다. 식물을 숙주 삼아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분자농업’이라고 한다. 식물 기반 백신은 바이러스 주요 독성을 없앤 일부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해 식물재배 후 정제해 백신에 사용할 단백질을 얻는 원리다. 동물 백신 생산은 3개월이 소요되지만, 식물백신은 1개월 정도면 생산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직접 배양하지 않고 식물재배를 통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항원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생산비가 1/10 정도로 저렴하다.
분자농업은 꾸준히 약진하고 있다. 1990년 담배에서 구강 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cus mutans)의 표면 단백질 항원을 생산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 감자와 토마토에서 노로바이러스 항원, 시금치에서 광견병 당단백질, 상추에서 B형 간염 표면 항원을 찾아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맵(ZMapp)’은 담뱃잎에서 생산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다.
식물은 의약품뿐 아니라 기능성 식품의 공급원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는 개념과 함께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이라는 건강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기능성 식품은 맛, 향, 영양소를 공급하는 식품 고유의 기능과 면역증진, 노화 방지 등 건강에 유익한 기능을 부가적으로 가지고 있는 식물을 의미한다.
눈여겨볼 점은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생산액)는 2020년 기준 4.9조 원이었는데, 이는 2013년 1.5조 원보다 3.4조 원이 증가한 규모다.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무기질, 밀크씨슬추출물 등이 높은 점유율을 나타낸다. 최근에는 버섯에서 추출한 다당체, 단백다당체와 같은 생리활성 물질을 정제해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자원의 안정적 생산 기반 확보를 포함한 원료 개발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고, 고령화 인구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을 위한 관련 질병에 대한 통합적 데이터 분석도 필요하다.

기후 변화 시기의 지속가능한 성장
향후 농업의 최대 호주 아들레이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호주 플린더스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으며,「스마트 온실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 관리 모니터링 및 최적 설계 시뮬레이터 개발」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과제는 지속적 성장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 과제는 급변하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과 농업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양곡연도기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이다. 식량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생산능력을 배양해야 안정적인 식량 수급이 가능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생산량 증진을 위해서는 품종개량 기술과 스마트 ICT 기술을 적용한 빅데이터 수집과 이를 활용한 정밀농업 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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