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중2병 처방전

중2병으로 힘들어하는 자녀의 말을 경청하고, 정기적인 가족회의도 열었다면, 이제는 자녀가 세상과 마주하게 해줄 때다.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고 친구 간이든 가족 사이에서든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운영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리더십’ 기르기.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러시아에서 우주항공학을 전공했던 윤스키 작가(본명 김윤재)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작했다. 인생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은 후 평생 멘토가 된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를 세 차례 만나며 ‘자기계발’에 눈을 떴다. 이후 사람의 성장을 돕는 일에 전념해, 10년간 미국 글로벌리더십개발원(GLDI) 수석 코치로 활동했다. 국내 1호 존맥스웰 리더십 코치 인증(JMT)을 받고, 국내 3명뿐인 브랜든 버처드의 하이퍼포먼스 인증 코치(CHPC)를 획득했고, 현재 윤스키 아카데미 대표로 리더십 교육과 코칭에 힘쓰고 있다. 윤 작가에게서 청소년기에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들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리더’ 하면 권력, 지위,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생각할 수 있어요. 틀린다고 할 순 없지만 오히려 그들이 조직의 독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리더를 CEO, 대통령, 연예인 등으로 특정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리더십 분야 대가 존 맥스웰은 ‘리더십은 영향력’이라고 정의해요. 그는 사람이 하루 평균 네 명과 끈끈히 교류한다고 합니다. 서로 의식하지 못해도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즉, 우리 모두가 이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겁니다. 그 영향력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바로 리더십을 키우는 겁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고, 일찍 인지하고 연습한다면 엄청난 유익을 경험할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리더십을 길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흥미로운 연구사례입니다. 캐나다 국가대표 하키 선수를 연구했더니 대다수 1~3월생이고, 7~12월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유는 캐나다 학기 시스템이었어요. 어릴수록 1월생과 12월생의 신체와 지능 발달 속도 차이가 컸다는 거죠.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발달한 아이에게 기회가 갑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주장을 맡으며 환경적 우위를 누리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어떨까요? 학기 시스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제가 리더십 관점에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안에만 있어도 리더십이 키워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첫째 아이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로부터 동생 잘 보라는 부탁도 받고,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는 것 등을 경험하면서 자랍니다. 막내는 ‘형아 말 잘 따르라’는 말을 듣고 자라죠. 셰익스피어가 말했죠. 왕관을 쓰고 싶은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고요. 청소년기도 자신만의 수준에서 경험하는 무게가 있습니다. 그것을 견디며 리더십을 기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청소년기에는 목적 있는 책 읽기가 중요해요. 요즘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잖아요? 20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 저도 몰라요. 초등학생 딸을 생각하니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안에서 패턴, 즉 흐름을 읽어내는 힘을 길러주고 싶더라고요. 꼭 책이라는 형태가 아니라도 좋아요. 책 안 읽는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요약본이든, 오디오북이든, 요약된 영상을 보든 그 모든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 만남이 참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좋을까요?
세 부류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첫째로는 막연하게라도 꿈이 있다면 그 분야에 앞서간 분들을 만나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언젠가는 혼자 길을 만들어가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시간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앞서간 분들을 만나면 좋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위인전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자신이 어느 지점에 반응하는지 확인해보면 돼요. 둘째로는 함께 꿈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야 해요. 내 주변에 없다면 모일 만한 곳을 찾아보세요.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가 전 세계적으로 있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친구에게 그런 사람이 돼주는 겁니다. 청소년기에 그런 친구를 만나면 평생 함께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도움이 절실한 친구를 만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2022년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죠. 우리에게 당연한 것인데도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나라의 청소년들도 많습니다. 제게는 그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이 큰 자산이 됐어요. 우리나라 안에서도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 경험하고 봉사해 보세요.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겁니다.

 

용기가 안 나서 만남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용기가 왜 안 날까요? 실패에 대한 한국인만의 어떤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질문을 주저하는 문화처럼요. 제 사례인데요. 외국 기업인들과의 회의에서 경청만 하면서 가만히 있었더니, 회의가 끝나고 상사가 제게 그러더라고요. 기여한 바가 없었으니 넌 필요 없는 존재라고요. 전 두려움의 원인을 실패할까 하는 마음이라고 봐요. 그래서 실패를 재정의해야 하는데요. 시도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실패입니다. 정의를 바꾸고 일단 시도한다면 그건 성공이죠. 두 개의 팁을 말씀드릴게요. 첫째는 이 일을 시도했을 때 자신에게 생기는 보상을 예측해보는 거예요. 둘째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살았을 때 남는 후회가 무엇일지 따져보는 거죠. 용기는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가치인지 그려보는 것, 그리고 이것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고통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거죠. 고통과 보상을 통해 용기를 내는 겁니다.

 

그러면 만남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멘토를 만나기 위한 자세를 먼저 말하고 싶어요. ‘만나 주세요’ ‘사진 찍어 주세요’ 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유가 명확해야죠. 상대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니까요. 멘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책이든 강연이든 다 보고 질문을 만드는 정성을 들여야 해요. 그러면 멘토도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썼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만남의 목적이 ‘대단한 사람의 성공노하우를 알아내겠다’ 정도가 아니었으면 해요. 멘토 입에서 ‘또 만나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야죠. 그 사람에게 감동을 주면 한 번이 아니라 평생 만남을 이어갈 수 있어요. 그게 기초 준비입니다. 여러 번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 과정에서 그 사람에게 배울 것들은 다 배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청소년기에 리더십을 기르는 변화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관점, 태도, 선택을 바꾸는 것이 리더십을 기르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리더가 왜 리더인가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걸 보기 때문이고, 더 리더다운 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선택 역시 남에 의견에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하고 책임도 집니다. 모든 일상생활에도 적용되죠. 훈련해야 합니다. 태도를 바꾸는 훈련은 ‘롤모델’의 태도를 연습해보면 좋아요. 또 어떻게 하면 자신이 이 시기를 지나며 불평하는 청소년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세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겁니다. 그러면 다른 태도가 만들어지게 되죠. 리더다운 관점을 연습하고, 리더다운 태도를 선택했다면, 마지막은 선택의 힘을 키워보는 겁니다. 관점과 태도, 선택은 어느 위치에서나 다 선택할 수 있어요. 아이를 돌보는 일이든, 친구를 만나는 일이든, 시험을 보는 일이든 리더다운 관점에서 보고, 리더다운 태도를 보이고, 리더다운 선택을 해 책임지는 것, 이걸 여러 환경에서 하나의 안경처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면 리더십은 어느새 길러져 있을 겁니다.

 

중2병으로 힘든 청소년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중2병, 사춘기라는 용어를 한국에서 참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요. 마치 그 나이가 되면 모두 중2병에 걸려야 할 것만 같은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요. 저는 전 세계 60개국을 다녔습니다. 그 나이라고 해서 똑같이 행동하지 않아요.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모아섬 원주민 마을에서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사춘기 특징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모든 것의 원인이 환경이란 해석을 할 필요는 없지만 리더라면 상황이 어떻든 그것을 어떻게 자신을 위한 성장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 같습니다. 불만이 생길 수 있고, 원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아요. 중2병 프레임에 자신을 끼워 넣지 마세요. 사회에서 만든 프레임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신의 훨씬 더 강한 사람인 것을 알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리더로 성장하는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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