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강성남의 그노시스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천착한다. 어떤 마음이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이는 심리학자다. 사회과학자인 필자는 ‘사람을 움직이는 세 가지’를 콕 집어 보려고 한다. 그건 바로 재미, 의미, 돈이다.


 


# 재미
재미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가 된 건 최근에 와서다. 노동가치설이 각광을 받던 산업사회에서는 근면, 성실이 중요한 삶의 가치로 인식됐다. 노동가치설이 지식가치설로 대체되면서 지식이 삶의 중심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노동이 생산 가치를 결정하던 때에 통용되던 근면, 성실의 삶의 태도는 지식가치가 지배적인 21세기에는 뒤로 밀리는 형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지식혁명과 창의성이 근면, 성실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면 재미를 중심에 놓고 일을 꾸며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재미를 중심에 놓는다는 건 관점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미 중심으로 맥락을 해석하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화투놀이에서는 8월 광(光)에 토끼 한 마리가 있다고 간주한다. 재미는 결국 다르게 보기다. 기존의 삶의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창의적인 행동으로 가는 여정이다. 요즘 세상에 재미 추구를 경박한 것이라고 근엄하게 꾸짖는 건, 중세시대에 무신론자라고 공언하는 것과 같다. SNS 용어로는 ‘진지충’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당하게 된다. 인생이란 재미있게 견디기”라고 했다.

 


세 가지 중에서 으뜸은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재미있게 지내자는 걸

인생의 화두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공부와 일에서도 재미를 발견하면

금상첨화다.


# 의미
인간은 의미 부여를 통해 살고 죽는다. 삶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그 의미를 추구하려고 애쓴다. 자살은 의미를 찾지 못한 극단적인 결과일 때가 많다. 이게 동물과 다른 면이다. 동물은 삶의 의미가 없다고 자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의미를 두는 곳에 인간의 영혼이 향하게 마련이다. 사람의 영혼을 빼앗기 위해서는 먼저 ‘의미(意味)’, 즉 ‘뜻의 맛’을 제거하면 된다는 뜻이다. 뜻의 맛이 고급일 때 이를 ‘숭고(崇高)’하다고 말한다.


숭고한 뜻을 품을 때 우리는 ‘의미’를 가슴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숭고한 뜻을 발견하는 곳이 바로 학교와 종교다. 경쟁 위주의 요즘 학습 사회에서는 이런 삶의 의미를 제시하는 선생이나 종교 지도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자기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데에는 공부와 독서를 통하는 게 제일이다. 철학책이나 경전을 읽는 과정에서 의미를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의 의미를 남기고 떠난 영웅이나 성자,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전기와 평전에서 의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숟가락이 음식의 맛을 모르듯, 아무리 숭고한 뜻을 발견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이를 포착하지 못하는 사람은 ‘뜻의 맛’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성품의 토양이 갖춰져야 의미의 씨앗을 품을 수 있다. 망상의 잡초가 자라는 마음의 터에서는 의미의 열매를 맺기는 어려운 법이다.


# 돈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는 가짜 돈을 만들어 쓰다가 고향에서 추방당했다고 한다. 그의 추방은 ‘돈은 모든 일의 원동력이다’라고 생각한 데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돈이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여겼던 셈이다. 돈에 대한 문학가들의 통찰은 가슴에 깊숙이 와 닿는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돈은 열 배나 더 소중하다면서 돈을 가리켜 ‘주조된 자유’라고 했다. 서머싯 모옴은 『달과 6펜스』에서 “돈이란 육감과 같아서 그것 없이는 오감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사회적 신분의 격차나 어떤 균열도 돈이라면 모두 땜질해 이을 수 있다”라고 진설한다. 볼테르는 “돈에 관한 한 모든 사람이 같은 종교를 믿는다”’라고 정곡을 겨눈다.


그런지 몰라도 우주적 신을 믿는 전통적 종교를 ‘큰 종교’라 하고, 돈을 믿는 종교를 ‘작은 종교’라고 부른다. 유대인들은 돈을 주머니 속의 작은 종교라고 여긴다. 주머니 속에 계신 신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로즈(Harrods) 백화점 회장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지만,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이고 의미 있는 일인지를 결정하는 데 돈은 필요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사람을 움직이는 세 가지 중에서 으뜸은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재미있게 지내자는 걸 인생의 화두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공부와 일에서도 재미를 발견하면 금상첨화다.

 

방송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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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ao***
    우리가 평상시에 의미라는 것을 착각하고 또한 잃어버리고 살수 있는 것을 되짚어 주는 의미있는 내용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22-07-12 09:07:15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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