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방송대 유튜브

18년도 임용 동기 교수들
코로나로 떠버린 시간에
전공별 전문정보·의견 교류
강의·프칼 오픈코스에도 활용

 

대학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방송대 교수들이 드디어 머리를 맞댔다, 유튜브에서. 엄밀히는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을 통해 원격으로 토론했고, 이를 보기 좋게 편집해 유튜브에 게재했다. 채널명 ‘에스프레소’. 주요 출연진인 정영일(보건환경학과)·정세윤(프칼 산업공학)·이남형(경제학과)·이자명(교육학과) 교수 등은 모두 2018년 방송대에 임용된 ‘동기’들이다. 이들 가운데 정영일·정세윤 교수를 만나 에스프레소 채널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에스프레소 영상들은 유튜브에서 바로 검색해 볼 수 없도록 전환됐다. ‘에드위드’란 사이트에서 ‘에스프레소: 감염병 시대’란 강좌로 제공되고 있으며, 여기서 일부 공개된 유튜브 링크로 이어진다.
김민선 기사 minsunkim@knou.ac.kr
에스프레소를 시작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인가요
정세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그나마 있던 출석수업이 불가능해졌고, 학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마주하게 됐다. 저를 비롯한 교수님들이 학기 중엔 출석수업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해왔는데, 그 시간이 떠버렸다. 추가로 시간이 생긴 셈이다. 그래서 그 시간에 뭘 해볼까 하다가 코로나19를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 시선에 맞춰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거창하게 ‘어떤 답을 제시하겠다’라는 것보단 우리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자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나오기 전까지 에피소드를 이어갔다. 참여한 교수들은 2018년에 같이 방송대에 들어온 동기 교수님들이다. 친분을 바탕으로 시작된 것이 맞고, ‘흔쾌히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참여해주셨다.(웃음)
정영일: 특히 코로나19는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였다. 그에 따라 쏟아지는 정보들도 복잡해, 대중들은 혼란을 겪었다. 와전된 정보로 엉뚱한 결론을 내기도 하고, 불안과 분노를 토로했다.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교수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정보를 흡수하지 않을까 하는 효과를 겨냥했다. 또한 유튜브 이용자들이 보통 짧고 명확한 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기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운 매체가 바로 유튜브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다함께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확증편향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방송대 강좌와도 연계됐다고 하더군요
정영일: 지난해 8월 ‘포스트 코로나를 논하다’란 주제를 가지고 프라임칼리지 오픈코스로 열린 적이 있다. 수강생들은 유튜브 영상 내용을 공부한 뒤 교수들과는 토론만 하는 방식의 강좌였다. 영상을 다 못 봐도 상관없고, 본 것 중에서만 질문해도 됐다. 코로나19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토론에 끼어들어 의견을 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만약 교수가 발제 혹은 사회 역할을 맡지 않고 학우들끼리만 토론을 하게 했다면, 서로 눈치만 보다가 토론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강좌 초반엔 교수들이 이끌어가다가 자연스럽게 학우들끼리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름을 왜 에스프레소로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세윤: 에스프레소란 이름은 제가 제시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두를 고속으로 원액 추출한 걸 말한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핵심 내용을 빠르게 전달해보자’라는 의미로 이같이 지었다.

교수님들의 토론이 줌으로 즉시 중계된 건 아니었습니다. 15개 에피소드까지 2년 가까이 활동했다면, 공개적인 중계도 가능했을 텐데요
정영일: 사실 우리도 토론할 때 쪽대본에 의존해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매번 토론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전에 약속을 잡았다 해도 변경해야 할 때가 많았다. 금요일 2시에 하자고 했다가 4시에 하기도 했다. 또 누구를 초대할 만큼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세윤: 이번에 에스프레소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줌을 활용한 온라인 출석 수업을 사전에 연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름 리허설을 해본 셈이어서 온라인 출석수업을 시행했을 때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이시긴 하지만, 토론을 위해 코로나19에 대해 새로 공부할 거리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떨리거나 그러진 않으셨는지요
정세윤: 학교에서 강의할 때는 이미 검증된 논문과 정보를 토대로 내용을 전달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토론에선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다룬 정보가 맞을지 깊은 고찰이 필요했다. 특히 이자명 교수님의 ‘코로나 블루’ 주제는 모두에게 부담이 됐다. 코로나 블루가 아직 정확히 정의되지 않은 시점이다 보니 논해도 될는지부터 고민이었고, 연구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정영일: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토론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도 부담됐다.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내가 책임지고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 그래서 우리가 일방향으로 설명하는 대신에 대담의 방식을 취한 부분도 있다. 맥락과 함께 이해하게 되면, 단정적인 정보의 전달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이 편집했는지요
정세윤: 이남형 교수님이 해주셨다. 기획부터 후처리까지 담당했다. 학교 인력을 빌리지 않은데 의미가 있다.

수업에서 에스프레소 콘텐츠를 활용할 수도 있었겠죠
정세윤: 대학원 수업에서 특정 회차 에피소드를 시청한 뒤 자기 생각을 정리한 과제물을 제출하도록 한 적은 있다.
정영일: 저도 지난해 2학기에 비슷한 유형의 과제물을 요청했다. 건강 관점에서 방역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이제는 방역을 느슨하게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지, 상반된 주장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과제였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정세윤: 코로나19란 주제로 시즌1을 마무리했고, 새로 논의해야 할 것이 생겼을 때 시즌2를 할 생각이다. 에드위드 사이트에서 에스프레소 운영자는 ‘카페 주인’이라고 이름 붙였다. 시즌1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확장성까지 생각했다. 입금되면 시작해볼 생각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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