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플레이션과 평생교육

“전혀 위기가 아니다.” 박강우 방송대 교수(경제학과)는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40년만이고, 우리나라도 약 10년만에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2019년엔 디플레이션이 올까봐 걱정했는데, 3년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까지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데, 위기가 아니라니. 박 교수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코로나19·러-우 전쟁
국내 경제에 당장 여파 없어
위기 부풀리는 미디어들
소액 실전 투자로
개인 경제 체력 길러야

박 교수는 소비자들이 쑥쑥 오르는 물가를 체감하는 가운데, 뉴스들도 위기 프레임을 짜 보도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뉴스보다 부정적인 효과에 더 눈길이 가는 심리인 ‘부정성 효과’도 한몫했다.


“항상 뉴스에서 안 좋은 측면만 보도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금을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 해서 뉴스가 나오진 않는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20년 전보다 오히려 경제심리지수나 GDP는 높아졌다. 최근 조금 주춤해서 그렇지 집값은 크게 올랐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과하게 진행돼 천정부지로 널뛰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그땐 위기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게 맞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2%대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지만, 현재 미국은 9%대를 넘었고 우리나라도 6%대다.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한 언론들은 위기가 온다면 올해 말쯤 가시화 될 수 있다고 한 번 더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언론들이 국내 경제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로 지목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외부요인, 상시화 된 코로나19 등도 사실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경제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겐 인플레이션, 물가인상 같은 용어가 거대한 태풍 마냥 부정적인 방향으로 와닿지만,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한낱 지나가는 바람 정도라는 것이다.


“위기의 방아쇠를 당길 만한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아주 나빠지지 않는 한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경험했지만, 국내 이슈가 아닌 해외에서 터진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칠 외부 이슈라면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해, EU 체제가 깨져버린다든지 그런 정도는 돼야 한다. 국내에서도 갑자기 어떤 큰 이슈가 터질 것이 감지되진 않는다.”


사실 언론발 위기론이 회자되고 있지만, 대중들의 체감 눈치는 조금 다른 게 사실이다. 위기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현금을 보유한 이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걸 대중들도 알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경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고꾸라졌을 때 주워 담은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주변인들의 이야기, 집값 하락은 단기적일 뿐 보통 집값은 우상향 한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콕 박혀있다. 과거 학습을 토대로 이번에도 개인들이 현금 총알을 쌓아뒀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박 교수는 “학습효과란 것이 발휘되려면 위기가 와야 한다. 집값이 20% 정도는 떨어져야 위기일 것이다. 아직 그 위기는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개인들은 작은 바람에도 휘청이기 마련이다. 박 교수는 딱 한 가지, ‘가계부채’를 문제로 꼽았다. “다만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영끌족(투자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낸 사람들)’들이다. 물론 이들은 금리인상으로 이자가 더욱 과중되고 있어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 번듯한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가 엄격했기 때문이다. 이자를 갚기는 힘들겠지만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개인파산자가 무더기로 속출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일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망한 사람들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이 이익을 안겨주는 자산으로 꼽혔지만, 몇 달 사이에 현금을 가진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쯤이면 사람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월급을 착실하게 모아 집을 샀다는 윗세대 이야기는 이제 틀린 것인 줄로 알고 영끌해 투자를 시작했는데, 다시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됐다.


박 교수는 투자로 돈을 벌고 싶다면 장기투자만 보지 말고, 단기투자도 고려해보라고 권했다. 경제성장기 때처럼 오랫동안 자산에 돈을 묵힌다고 이익이 나진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렇게 진단한다.


“확실히 재테크로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옛날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20년 거치한다고 자산이 느는 것도 아니고, 강남 아파트를 20~30년 동안 가지고 있다고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다. 지금은 이미 많이 비싸졌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자산이든 실물자산이든 이런 데 장기 투자한다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을까. 박 교수는 자산에 투자하지 말고 ‘자신’에 투자하라고 역설했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누군가 그에게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때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워런 버핏은 당신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했다. 자기라는 인적자본에 투자하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가장 건강하고 실력을 갈고닦으면 수익률이 가장 좋은 투자가 된다.”


또한 박 교수는 경제 공부를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소액 주식 투자’를 해볼 것을 권했다. 주식투자를 함으로써 돈을 잃지 않기 위해 경제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부동산이 아닌 주식, 채권, 펀드, ETF 등 상품에 소액으로 투자해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가장 좋은 것은 방송대 경제학과에 들어오는 것이고, 국내·외 경제신문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기초 공부가 되는 상황에서 소액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알아서 경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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