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의 미술관을 찾아서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의 4관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2026년 옛 충남도청사를 개축한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대전’이 들어서면 5관 체제로 확장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각 관의 특성화 전략을 마련했는데, 이에 따르면 ‘서울’은 동시대 미술의 종합판, ‘과천’은 미술사 재조명 연구와 어린이·가족미술관, 생태, ‘덕수궁’은 근대미술, ‘청주’는 미술품 수장과 보존, ‘대전’은 과학과 예술에 특화된 미술관을 추구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하 과천관)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원래 이번 호에서 다루기로 했던 미술관 출판에 대해서는 지면 사정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편에서 다룰 것이다). 매우 특별한 미술관인 이유과천관은 매우 특별한 미술관이다. ‘과천관’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특성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멀다’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 자리한 과천관에 가려면 지하철 4호선 서울대공원역 4번 출구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깊은 산속으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미술관 북쪽에는 서울랜드가 있고 남쪽에는 동물원과 식물원이 있는 서울대공원이 있다. 「미술관 옆 동물원」(1998)이라는 유명한 영화는 이 미술관의 독특한 입지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캐롤 던컨, 앨런 왈락 등 몇몇 미술비평가들은 근대 미술관이 현실과 분리된 성소(聖所)나 성전(聖殿)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는데, 과천관은 이러한 설명에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다. 실제로 과천관을 디자인한 재미건축가 김태수는 사찰 건축을 참조하기도 했다. 그는 부석사 건축을 연상시키는 기단식 배치 방법을 취해 미술관에 접근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건물군이 점진적으로 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건축가는 관객들이 인공호수 다리를 건너 하늘을 배경으로 햇살을 받는 건물의 정면을 바라보며 미술관에 진입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사찰 건축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배치다.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관객들은 아쉽게도 이 다리를 건널 일이 없지만 말이다. 미술관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관객들은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삐딱하게 보자면 이러한 조건은 흔히 ‘순수미술’이라고 부르는, 현실과 동떨어진 미술을 옹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수원성이나 봉수대를 참조해서 만든 두꺼운 미술관 외벽은 “외부의 불순한(?) 것들은 절대로 이 안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다. 과천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건축가 황두진에 따르면 과천 미술관 건립은 “왕조 및 식민지 시대의 건물을 벗어나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69년에 설립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처음에 경복궁 안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미술관 건물을 사용하다가 1973년 7월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했고, 1986년 8월 25일에야 비로소 과천의 신축 공간에 자리 잡았다. 주지하다시피 1986년 8월은 서울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이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아시안게임(1986)과 서울 올림픽(1988)의 성공적 개최를 뒷받침할 번듯한 미술관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이었던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질적 변화그런데 과천 미술관 건립은 단순히 새로운 미술관 건물의 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천 미술관 개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질적으로 변화했다. 1969년 설립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즉 ‘국전(國展)’ 운영이었다. 1973년 덕수궁 석조전으로 미술관을 이전한 것도 기존의 경복궁 건물이 늘어가는 국전 출품작들을 수용하기에 비좁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국전 이외의 다른 전시들은 대부분 대관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과천 이전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1986년 새로 제정된 직제를 통해 30명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직원 정원이 1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학예연구직(15명)이 처음 확보된 것도 이때였다. 연평균 1억 원 정도에 머물렀던 작품구입예산은 1986년에 10억 원 정도로 늘어났다. 1만여 평의 야외조각장을 위해 50여 점의 조각 작품을 수집, 설치했다. 1987년에는 건물 중앙의 경사로 코어에 백남준의 비디오설치작품 「다다익선」이 설치됐다.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 199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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