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이효원 방송대 명예교수(농학)

35년 동안 방송대 농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7년 정년퇴임한 이효원 교수가 건넨 명함에는 ‘유튜브 크레에이터(채널: 청년-효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유튜브 채널 ‘청년-효원’을 운영하고 있다는데, 파크골프를 주제로 한 1인 소통 채널이다. 구독자 수는 1천여 명. 5년째 주말농장을 일구면서 퇴임 이후에도 젊게 사는 그가 지난 7월, 2004년 초판을 냈던 『생태유기농업』 전면 개정판을 내 눈길을 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3일 이효원 명예교수를 만났다.
2004년 초판 ‘책머리에서’ 그는 “본서는 한국유기농업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감히 21세기 한국유기농업의 새 지평을 여는 지침서가 될 것으로 자부한다”라고 썼다. 저자의 자부심 가득한 표현대로 이 책은 2020년 8쇄까지 이어졌고, 올해 7월 ‘전면 개정판’으로 거듭났다.
2004년 초판이 나올 무렵은 국내에서도 이른바 ‘유기농업’ 붐이 일던 시기였다. 관행농법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체농업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던 때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기농업 발달 과정으로 본다면 지금은 도입기, 중흥기를 지나 정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유기농가수와 생산량을 줄었지만, 기술적으로 정착돼 안정기에 해당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전면 개정판을 내야 했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입의 음식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식품 선정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기농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초판과 구별되는 전면 개정판의 특징
전면 개정판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유기농업을 단지 농약, 화학물질, 유전자 조작 종자를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 자연 순환계의 한 축으로 바라보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엮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초판과 전면 개정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큰 틀에서 유기농업의 이념과 철학적 배경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세태가 변함에 따라서 현장도 달라졌다. 현실적으로 유기농업의 확장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반영해 달라진 정책과 유기농업 현실을 전면 개정판에 담보했다. 유기농 인구, 유기농업 연구 방향, 정부의 추진 방향 등도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책의 편집 구성과 내용 서술도 다소 변화했다. 첫째는 출판사 명칭의 변화다. 초판은 ‘한국방송대학교출판부’로 표기했지만, 전면 개정판은 방송대출판문화원 학술도서 브랜드명인 ‘에피스테메’를 달고 나왔다. 둘째는 인용 데이터의 업데이트다. 18년간의 유기농업 부문 변화를 수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농약 사용량과 같은 자료는 최근의 통계청 데이터로 바꿨다. 이와 함께 그래프나 도표도 한결 심플하면서도 명료하게 수정했다. 셋째, 그간 관련 분야의 국제적 흐름을 반영한 것도 눈에 띈다. 제6장 ‘인증’ 부분에서 ‘외국의 유기농산물 인증’ 항목을 보면, ‘EU 유기농산물’ 편을 새롭게 수록하고 있다. 넷째, 과학적 근거, 국제적 흐름 등을 반영하면서 글의 전체적인 서술도 수정했다. 책의 분량도 크라운판형  278쪽에서 306쪽으로 늘었다. 
책의 구성은 초판의 얼개를 그대로 유지했는데, 한눈에 쏙 들어온다. 관행농업의 문제점과 대안농업, 농업생태계와 유기농업, 유기농업의 현황과 전망, 유기농업의 기초, 유기농업으로의 전환, (유기농) 인증, 유기농업의 실제 등으로 매우 촘촘하게 엮었다.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유기농업을 생각하는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배려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8쇄를 거듭하면서 스테디셀러가 된 책인데, 이 책이 이렇게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대학교재로도 많이 판매됐다. 국내 서적 가운데 유기농업 분야의 내용을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잘 정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그림과 사진, 그리고 도해를 넣어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한 것도 작용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방송대 출판 스타일’ 즉, 각 장마다 ‘요약’을 싣고, 연구과제와 참고문헌을 제시한 것도 신선하다.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8년 정도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연구하면서 교재나 학술 도서를 집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이를 구체화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쉽지만은 않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터득한 것은, 꾸준하게 추구하다 보면 뭔가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읽고 또 읽고, 메모하고 외우는 것이

공부 잘하는 비결

퇴임후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영상시(詩)도 발표

새로운 것 배우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아



‘수처작주 입처개진’ 마음에 담아
이 명예교수는 35년의 방송대 교수 생활에서 뜻깊은 기억으로 인천지역대학장을 지내던 때를 기억해냈다. 학우들과 접촉하면서 졸업논문을 지도한 일이다. 졸업 대상 학우들 모두에게 각기 다른 주제를 주고 실험을 하게 하여 이를 토대로 졸업논문을 작성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학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힘들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는 것.
퇴직 3년을 앞두고 드론을 이용한 연구에 참여한 경험도 유익했다. 그는 “드론을 활용해 연구한다는 것은, 새로운 영역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 덕분에 아직도 취미로 드론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고희(古稀)에 접어든 이 명예교수는 퇴직을 앞두고 ‘잉여인간’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그가 평소 가슴에 담아 둔 금언은 ‘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어디를 가도 주인이 되며 가는 곳마다 진리가 있다’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생태유기농업』을 고수하는 것도 많은 이들에게는 유익을 전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음식물은 기본적으로 농산물을 원료로 해서 만든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한 안심·안전 농산물이면서,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입의 음식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독자들이 식품 선정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는 방송대 농학과를 선택한 학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농학도이므로 당장 상추 한 포기라도 심어보고, 가능하면 주말농장 같은 곳에 참여해 책에서 말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이해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대를 선택한 학우들에게도 “단순하고 무식하게 지겹도록 반복하는 게 필요하다. 읽고 또 읽고, 메모하고 외우는 것이 공부 잘하는 비결”이라고 거들었다.
아내에게 번번이 져서 이기기 위해 시작했던 ‘파크골프(park golf)’가 그의 건강 비결이다. ‘일반 골프 축소판’인 파크골프는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등의 장점에 힘입어 고령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확산된 스포츠다. 무슨 일을 하든 건강이 기본이니, 건강에 힘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 명예교수는 “나이가 있으니 속도는 줄이되 계속 뭔가 하는 게 중요하다. 시나 소설에도 관심이 많은데, 요즘은 영상시도 가끔 쓴다. 남은 인생의 시간에도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거듭 강조했다.


4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