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화제의 사람들

방송대 사람들에게는 독특한 DNA가 있다. 연구실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찾아온 동료 교수나 제자에게 잘 다린 차를 대접하는 게 차를 좋아하는 교수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겠지만, 이경수 방송대 교수(일본학과)는 조금 달랐다. 지난 9월 22일부터 나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골든티어워드(GTA 2022)’ 대회에 직접 블렌딩한 차를 들고 출전해, 금상(블랙티 블렌딩), 은상(그린티 블렌딩), 장려상(허브티 블렌딩) 3관왕을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들딸 또래의 젊은 전문가들이 수두룩한데 머리 허연 중년의 무명 아저씨가 세 번 호명돼 모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번 수상을 뜻깊게 생각한다.”

이 교수가 3관왕을 차지한 GTA 2022 블랜딩티콘테스트는 출전자가 현장에 오지 않고 지정된 협찬티 중 한 가지 이상을 메인으로 삼아 창작 블렌딩티를 만들어 지정된 봉투에 담아 제출하는 간접경연 방식의 대회다. 추출요원들의 추출과 서빙, 전문심사위원들의 심사(70%)와 패널심사(30%)를 거쳐 순위를 결정한다. 이 교수는 전문심사위원의 점수도 잘 받았지만, 일반 패널심사의 점수도 아주 좋았다고 한다. 전문가 비전문가 모두에게 인정받은 셈이다.
GTA는 카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블렌딩 티와 베리에이션 티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한국 차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동시에 국내 차문화와 카페문화의 건강성을 제고하기 위한 모던 타입의 티 경연이다. 크게 카페용 차제품 개발을 위한 출품경연(블렌딩티콘테스트)과 창작티메뉴 경연인 현장대회(티자이너챔피언십)로 나뉘며, 2차례에 걸친 워크숍과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선발되고 조율된 심사위원과 선수들이 공정하고 수준 높은 경연을 펼친다.



아내를 위해 시작한 차 블렌딩
젊은 시절, 일본 유학 기간에 이경수 교수는 차(茶)에 푹 빠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차와 커피를 찾아 일본의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혜화동 방송대 대학본부 3층에 있는 그의 연구실은 사방에 차와 관련된 다기와 차들이 즐비하다. 연구실을 찾은 이들에게 직접 만든 차를 대접할 때는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할 정도다.
커피 실력도 탁월해서, 지난 10월 9일 2022년 마스터오브카페(MOC, MASTER OF CAFE) 커피 로스팅 대회에서 개인전 분야 브론즈상을 받을 정도다.

이 교수가 본격적으로 차 공부를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저는 커피를 더 즐겨 마셨지만, 아내는 커피는 못 마시고 대신 차를 좋아했어요. 아내가 좋아하는 차를 직접 다려주고 싶어, 차 공부를 시작한 거죠. 차 관련 자격증도 따고, 교육도 받고, 실습한 지 4년이 다 돼 갑니다.”

 


1959년생인 이 교수는 퇴임 이후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문화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다.

차는 이런 문화 가교역할에 중요한 매개체다.

티 소믈리에, 커피 바리스타 등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이를 대비해서다.

GTA 2022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은

35년간 차·커피와 함께 생활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겁도 없이 GTA에 도전장을 냈다. 밤잠을 설쳐가며 직접 배합하고 비율을 맞춘 ‘이경수표 수제 티’는 본선에서 모두 낙방했다. 이 교수는 이 ‘낙방’에서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당시 같이 티 공부하고 출품했던 카페 사장과 전문가들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죠. 올해 같이 출전해보자고 권유했는데, 모두 포기하더군요. 방송대에서 수많은 학우를 가르쳐온 저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학우들 역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학업에 최선을 다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어서죠.”
그는 2021년 실패를 곱씹었다. 전국에서 열리는 차 행사나 전문 찻집을 찾아다녔다. 보성, 하동, 제주의 차 농장을 자주 들렀다. 차를 마시고, 좋은 차를 구입해 직접 분석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방송대 재학생과 졸업생들로부터 다도, 허브차, 홍차 등과 관련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차 관련 전문가들 가운데 방송대 출신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차와 관련된 세미나에 가서 저를 ‘방송대 교수’라고 밝히면, 여기저기서 ‘저도 방송대 출신입니다’라고 반갑게 맞아줍니다. 정말 놀랐죠. 생활과학부, 농학과, 경영학과 등 다양한 학과를 졸업해서 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는 동문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차를 공부하면서, 방송대와, 방송대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의 의미를 더욱 깨닫게 됩니다.”

실패 곱씹고 재도전, 3관왕을 움켜쥐다
차를 블렌딩하면서 차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졌다. 그가 직접 차를 만들면서 주력한 것은 ‘건강과 행복’이었다. 2021년 GTA에 출전했을 때, 그는 ‘건강’만 생각했다. 첫 출전에서 낙방한 이후 전국의 찻집을 찾아다니면서 ‘좋은 차’에 대한 그의 생각도 바뀌었다. 이번에 출품한 블렌딩 차들에도 각각의 스토리를 부여했다. 예컨대 금상을 받은 블랙티 블렌딩 부문에 출품한 차에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침을 선사하는 모닝 블리스 티’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게 맞는 스토리를 달았다.
“티 블렌딩이란 두 종류 이상의 재료를 배합해 맛과 향을 이끌어내는 차 제조를 말합니다. 좋은 차는 향과 수색, 그리고 입에 대는 순간의 미각을 통해 그 차의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사실 GTA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도 좋은 차의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서였죠. 특히 허브차는 서구사회에서는 약용이나 향신료로 쓰이는데, 정신을 정화해주고 스트레스에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허브차 블렌딩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아깝게도 장려상에 그쳤어요. 그렇지만 다시 도전할 겁니다. 그게 방송대 DNA 아니겠어요?”
1959년생인 이 교수는 퇴임 이후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문화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다. 차는 이런 문화 가교역할에 중요한 매개체다. 티 소믈리에, 커피 바리스타 등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이를 대비해서다. GTA 2022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35년간 차와 커피와 함께 생활한 결과이기도 하다. 수상식 현장에서 ‘방송대 이경수 교수’를 잇따라 호명할 때, 함께 참여했던 젊은이들의 탄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방송대 DNA를 지닌 그의 또 다른 도전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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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ek***
    교수님~~ 너무너무 축하 드려요. 정말 멋지십니다!! 방송대 DNA^^ 공감합니다!!
    2022-10-19 05:38:06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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