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K-영화’와 ‘미영씨’들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 K-영화, K-드라마 등 K-영상콘텐츠의 돌풍이 거세다.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브이로그 영상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유튜브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변에도 직장을 그만두고 유튜버를 한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속속 들린다. 하지만 난립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 과연 1인 ‘미디어’란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권승태 전임대우 강의교수에게 1인 미디어의 미래를 묻고, 유튜브 입문 팁을 들어봤다.


1인 미디어, 가능한 것인가요?
1인 미디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비주얼턴(visual turn, 시각적 전환)’이라고 하죠? 이처럼 ‘크리에이터턴(creator turn)’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어요. 앞으로 유튜버는 모든 크리에이터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출발해서 지금 게임크리에이터도 출현하고 있어요.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보세요. 초등학생이 게임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크리에이터가 됐습니다. 앞으로 가상 세계에서는 옷을 만든다거나, 집을 만드는 일이 흔해질 겁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개인이 소비자에서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가 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같은 도구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튜버들이 미디어 영역에서 대중화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제는 전문가와 대중의 구분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요. 아주 오래 전에는 개인이 옷도 만들고, 집도 지었죠? 그러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분업화하면서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됐는데요. 이제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3D프린터 등으로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자기가 필요한 건 자신이 만들면서 살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도 있죠. 그런 의미에서 유튜버는 크리에이터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1인 미디어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요?
유튜버를 하고 싶다면, 첫째 스토리텔러여야 합니다. 극영화나 소설 이야기가 아니에요. 스토리란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집중할 수 있는 주제나 소재를 말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취향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걸 사람들과 공유하려면, 꼭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욕구가 있어야만 해요. 그런 소재, 주제를 가진 사람이 강한 스토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성공한 유튜버들을 보면, 강력한 욕구와 대상화된 소재가 있어요. 그게 있어야 구독자가 늘죠.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입니다. 둘째와 셋째는 일반적인 거지만 솔직함과 진정성입니다. 요새 트렌드이기도 하죠? MZ세대들은 컴퓨터 세대라 공정성, 정확성, 솔직함, 투명함을 선호해요. 애매모호하거나 예전 방식대로 대충 넘어가려는 건 싫어하죠. 잘못을 했다면 바로 시인하면 끝이에요. 아날로그 시대처럼 대충대충 넘어가려면 안 되죠. 권위적이고 예전의 ‘꼰대’ 방식은 절대 안 됩니다. 솔직함과 진정성은 기본이고 핵심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유튜버가 되기 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할 질문이 있다면요?
첫 번째는 지치지 않고 언제든지 즐겁게 할 수 있는,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먼저 자문해봐야죠. 한 달 하다가 끝낼 게 아니라 일상처럼 해야 할 일입니다. 돈이 안 들어오고 힘들어서 못 한다고 하면 불가능해요. 사실 유튜브를 시작해도 일정 수의 구독자가 생기기 전까지 몇 년은 돈 벌기 힘들어요(웃음).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그럼에도 즐겁게 해야 하거든요. 사람들을 만나고 구독자와 소통하는 게 즐거워야 해요. 그래야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하면,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것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좋은지,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뭔가를 발견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소통을 잘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유튜버는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로 소통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관계를 잘 맺어야 해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연결하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어야죠. ‘나는 멋있어’하면서 고고하게 자신이 만든 영상 딱 올리고 끝내는 게 아니란 말이죠. 끊임없이 댓글 관리도 해야 하고, 소통도 하면서 구독자들과 관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결국 진성구독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자신이 많은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프로그램만 만들면 되는 방송국 PD와는 달라요. 물론 그들도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겠지만, 유튜버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열정이 훨씬 많이 필요한 거죠.

 

실제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필수 장비는 어떻게 갖추면 좋을까요?
제일 쉽게 돈 안 들이고 시작하려면, 삼각대와 마이크가 필수입니다. 1천만 원이 넘는 비싼 삼각대도 있지만, 그냥 1만5천 원짜리 스마트폰용 삼각대를 사면 돼요. 왜냐고요? 스마트폰으로 찍을 거니까요. 문제는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지만, 녹음은 마이크가 있어야 해요.  유튜브에서 중요한 게 바로 사운드입니다. 핀마이크나 유튜버용 스탠드마이크도 괜찮아요. 몇만 원이면 되거든요. 돈 주고 살 첫 번째가 마이크와 삼각대인데, 다행히 둘 다 싼 편이에요(웃음). 다만, 실외에서는 무선마이크가 편해요. 이건 30~40만 원대 제품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좀 있고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캠코더를 사야겠죠. 사실 스마트폰은 용량 상 한번 촬영할 때 오래 찍지 못해요. 25~30만 원 정도의 똑딱이 캠코더면 충분합니다. 누르면 다 찍히니 굉장히 편하죠. 카메라 지식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냥 콘텐츠에 집중하고 싶으면, 똑딱이 캠코더로 2~3시간은 충분합니다. 여기서 욕심이 생겨 빛도 제어하고 싶고 인물도 더 효과를 줘서 아웃포커싱해보고 싶다면, DSLR로 가야죠. 150~200만 원 대면 바디를 살 수 있고, 이후 렌즈는 필요한 대로 구매하면 돼요. DSLR로는 4K, 8K 등 고해상도 영상도 찍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걸 사용하려면 렌즈 특성, 조리개 등 카메라 공부도 좀 해야 합니다. 제대로 찍고 싶다면 수동으로 카메라를 제어해야 하니까요.

 

그다음에 진짜 이제 유튜브로 수익을 내고 있다면(웃음), 방송용 카메라를 구입하면 돼요. 400~500만 원 사이의 카메라면 충분합니다. DSLR이 30분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방송용 카메라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배터리만 있으면 계속해서 찍을 수 있죠.

 

유튜브 촬영을 위한 장비 세팅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수익이 나기 전에는 스튜디오를 차릴 필요가 없겠죠? 스튜디오 역할은 다른 게 아니라 방음이 된다는 의미에요. 집에서 찍을 때 다른 가족이 왔다 갔다 한다거나 밥을 먹는다면 그 소음이 다 들어가서 촬영이 불가능해요. 원룸이나 혼자 쓰는 공간이 있다면 스튜디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남들에게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면 돼요.

 

그리고 조명이 중요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LED 조명 한두 개 구입해서 설치하면 되고, 집에 있는 스탠드를 써도 돼요. 우선 밝아야 화면이 이쁘게 나오거든요. 정말 특화된 유튜브 화면을 만들려면 ‘3점 조명’을 해야 해요. 주광, 보조광, 역광 이렇게 3개를 사용하죠. 외국 유튜버들의 화면을 잘 보면 대부분 3점 조명입니다. 그러니 방에서 찍어도 훨씬 분위기가 나죠. 여기에 백그라운드 조명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또 프랙탈 조명이라고 그 자체가 빛을 내는 조명이 있는데, 이걸 쓰면 화면 분위기가 더 좋아집니다. 광고처럼 잘 나와요.

 

20~30대 젊은 유튜버들은 조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국내 유튜브 콘텐츠도 점차 상향평준화될 거로 봅니다. 그러니, 대충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겠죠? 장기적으로 1인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한다면, 제작에서 프로처럼 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 후반작업입니다. 편집은 무슨 프로그램으로 하면 될까요? 컴퓨터 사양은 어느 정도면 될까요?
1년에 한두 번 편집할 거면 스마트폰앱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주 1회, 한 달에 최소 2~3회 한다면 스마트폰앱으로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비효율적입니다. 범용 소프트웨어를 써야죠.  프리미어프로, 파이널컷프로, 다빈치리졸브 이 세 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범용프로그램이니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배워야 합니다. 프리미어프로나 파이널컷프로를 추천해요.

 

미디어영상학과 과목 중 「1인 미디어 기획제작」 강의를 참고하세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를 위한 제작 강좌로 기획해 실용적일 겁니다. 컴퓨터 사양은 영상 화질이 HD급이라면 중저가 컴퓨터라도 편집에 무리가 없어요. 맥북 에어나 그에 상응하는 PC라면 가능해요. 다만 그 이상 4K 등의 고화질 영상을 작업한다면, 맥북 프로 정도는 돼야 합니다.

 

편집에 양념인 자막은 어떻게 작업해야 산만해 보이지 않을까요? 꿀팁을 알려주세요!
꿀팁이라기보다는 기본인데요. 유튜브는 다들 스마트폰으로 봐요. 디스플레이 자체가 작으니, 눈에 잘 보이는 굵직한 폰트의 자막이 좋습니다. 폰트도 인쇄매체에서 쓰는 셰리프체보다는, 심플한 산셰리프체가 가독성이 좋습니다.

 

유튜브만의 영상문법이 따로 있나요?
물론입니다. 첫째는 점프컷이에요. 유튜브는 점프컷을 일반화, 보편화시킨 어마어마한 미디어입니다. 둘째는 리믹싱이죠. 유튜버가 성장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기존에 유행한 각종 밈들을 재활용, 리믹싱해서 새로운 걸 창조해내는 거죠. 심각한 걸 희화화하거나, 기성의 진지한 것들을 조롱하면서 이걸 마치 놀이문화처럼 만든 것이죠. 셋째는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압축한다는 점입니다. 60분짜리 방송이 아니라 8분으로 짧게요. 짧고 군더더기 없고 과장하지 않는 편집이 특징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제일 앞부분에 하이라이트의 일부분을 보여줍니다. 7초 만에 구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앞부분에 가장 재밌는 장면을 넣고 시작하는 거죠.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게 제일 어려운 거죠. 내외부적으로 방법이 있어요. 내부적인 방법은 우선 유튜브 콘텐츠에 검색이 잘 되는 키워드를 넣는 거예요. 콘텐츠에는 기본적으로 제목, 설명, 태그 이렇게 세 개를 구성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도록, 알고리즘에 잘 잡히도록 키워드를 신중히 넣으세요. 외부적인 건 링크를 걸어야죠. 유명한 유튜버들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다 운영해요. 거기에 유튜브 링크를 올리죠. 썸네일이 딱 뜨잖아요. 그러니 썸네일도 촌스럽지 않고 자막 잘 보이게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1인 미디어, 유튜버를 꿈꾸는 미디어영상학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직업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유튜브는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일상도구 중 하나에요. 자신의 영상을 저장하는 아카이브로도 쓸 수 있죠. 비공개로 쓰다가 필요할 때 링크로 전달해 주면 정말 편리해요. 무거운 영상을 다운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상적으로 쉽게 활용하다가,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주제를 발견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그때부터 하나씩 영상을 만들면 돼요. 처음에는 당연히 구독자가 몇 명 안 되겠지만, 재미로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1천 명이 돼요. 그 순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니까, 1천 명을 목표로 천천히 해보세요. 막상 시작했다면, 1천 명 구독자를 목표로 1년 정도 한다고 생각하고요.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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