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귀농·귀촌 리포트

 

방송대 농학과 학우들의 입학 동기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귀농을 준비하기 위해, 오랫동안 농업에 종사하다 이론적 배경을 쌓기 위해, 그리고 비농업인으로서 농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갈하기 위해 농학과를 찾는다. 그런데 방송대 농학과 커리큘럼을 보면 응용 분야 과목보다는 기초 학문 과목들이 주를 이룬다. 현직 농부와 귀농을 준비하는 학우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돈이 되는 작목과 농사법’에 관한 배움인지라, 어떤 과목을 들으면 좋을지 고민일 수 있다. 방송대 농학과는 다른 대학의 농학과와는 차별화 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를 고한종 농학과 학과장에게 들었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농학과 학우들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드린다. 왜 농학도가 됐는가
원래는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것에 관심이 있어 수의과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 진학을 앞두고 보니 직접 동물들을 수술해주는 게 부담됐다. 그래서 그보다는 조금 더 인간의 생활과 관련된 축산을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었다. 방송대 농학과 학우들과는 다른 입학 동기일 것이다. 방송대 농학과 학우들은 청년기에 가질 직업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자기 퇴직 이후 제2의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들어온다. 서울 학우들 중에선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5% 이내일 것 같고, 지방에서는 많아도 30%를 넘지 않을 것 같다.

예비 귀농인 학우들이 많은데, 어떤 작목을 기르면 좋을지도 가르쳐주는지
커리큘럼의 특징은 응용 분야 과목도 일부 포함됐지만, 기초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과목 체계가 일반 농업계 대학의 3~4개 학과를 합친 것과 같다. 농·축산·원예·농경제를 다 배울 수 있다. 농학과라 하지만 농학부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4년간 공부를 다 마치면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으로 농학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어떤 작목, 가축, 원예 품목이 경제성이 있는지는 농업경제학 관련 과목에서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목 하나만 배운다고해서 작목을 선택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이나 시설 원예의 경우 한 가지 작목, 품목을 선택해도 된다. 그러나 일반 노지 같은 경우, 여러 작물들을 한 번에 혹은 번갈아 가며 길러야 한다. 가령 올해는 고구마·보리를 심고, 내년엔 다른 작물로 번갈아 가면서 재배해야 병에 덜 걸린다. 여러 작목과 가축, 품목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선택할 수 있고, 농업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작목의 경제성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우리나라 대표 먹거리인 쌀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해 다 자란 벼를 갈아 엎어버린다는 기사가 잊을만하면 나오곤 한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예비 귀농인들은 다시금 귀농이 망설여질 것 같다. 우리나라 농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에 대해 어떤 견해인가
우리나라 농업의 생산성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품질은 다 좋다. 가뭄, 폭염 등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유통의 문제로 가격이 폭등할 뿐이다. 평상시 농사를 잘 짓다가 돌발적으로 생산량이 확 떨어질 때가 문제다. 다만 과잉생산은 쌀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농촌이 가진 ‘공익성’이다. 농부가 된다면 경제성, 농사 기술 등을 높은 수준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귀촌은 꼭 농업을 통해 소득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귀촌에 해당할 경우 농촌은 퇴직 후 제2의 삶을 살기 위한 휴양의 역할을 하게 된다. 프랑스인들이 전원생활을 즐긴다는 남프랑스의 프로방스가 있듯이, 자연이 주는 치유와 여유 이런 것들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농촌은 지켜져야 한다.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논이 가진 공익성은 상당히 많다. 논이 있으면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완충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논은 자연 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논에는 우렁이,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논밭의 생산성이 낮다고 해서 농업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다. 쌀이 과잉생산 됐을 때 정부가 나서서 사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정 작물의 파동이 있을 때마다 지원하고 보상하는 것은 소비자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농촌의 공익적 가치 보존을 위한 제도로 예전에 농토를 가진 토지주에게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줄 경우 환원·보조해주는 ‘논농업 직불제’가 있었다. 농경지는 한 번 훼손되거나 바뀌게 되면 복원하기 어렵고, 큰 비용이 든다. 선진국들은 자국 농업을 보호한다. 농경지를 보존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필요하다. 문화재를 왜 정부가 나서서 보존하는지 생각해보라.
변화한 농업 세태에 맞게 특정 작물을 짓도록 유도하는 것은 일정 부분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작목을 선택하는 것은 농부의 자유다. 농부들은 본인의 경험이나 다른 지역의 농산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다.

농축산 분야 ICT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농업 강국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될 것 같다. 심지어 세포배양으로 고기를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농업 강국들 틈에서 한국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농가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 농업 강국들의 스마트팜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앞서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형 스마트팜’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한 동남아 지역 등에서 사업성이 있다. 이미 축산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스마트 축산 기업들이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스마트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돼지 분야는 기술 수준이 아주 높다.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돼지고기 수요가 있는데, 기후가 맞지 않다 보니 원래는 생산이 쉽지 않다. 이때 스마트 축산에 도전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돼지를 사양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춰주는 관리 기술들을 개발해,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농학과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아까도 말했듯, 방송대 농학과는 전공 교과목의 다양성이 높고,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아 상당히 난이도 있는 학과다. 그렇지만 과목을 하나둘 이수하다가 3, 4학년이 되면 학우들도 농업에 대한 자신감이 붙고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질 것이다. 작물에 대해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원예, 축산, 농경제학에 대해서도 배우기 때문이다. 공부하다 보면 전에 몰랐던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스터디 모임을 꾸려 공부하기도 하니 자연스럽게 지평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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