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중국으로 가는 길

중어중문학과 연중 최대 행사 ‘총장배 어학경시대회’가 10월 29일 서울지역대학에서 열렸다. 〈위클리〉 148호 커버스토리 ‘중국으로 가는 길’.1면에서는 한 해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어학경시대회에서 마음껏 발휘한 각 부문별 수상자를 소개하고, 2면에서는 중어중문학과가 어떤 커리큘럼으로 중국 전문가와 어학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는지, 또 어학 공부에 도움 되는 과목들은 어떤 순서로 공부하면 좋은지 변지원 학과장에게 들어본다. 3면에서는 시진핑 3연임 체제를 장호준 교수가 분석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아이고, 머릿속이 새하얗네요.”
10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지역대학 9층 대강당 무대. 어학 고급부문 발표에 나선 한 학우가 긴장감에 말문이 막힌 탄식을 내뱉자 객석 여기저기서 “짜요, 짜요~”(加油, 중국어로 ‘힘내’라는 구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중어중문학과 최대 행사인 ‘총장배 어학경시대회’ 현장의 한 장면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학우와 교수진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과 글썽이는 눈물이 공존했다. 대강당 무대 뒤로 3년 만에 펼쳐진 휘장 안 붉은 용이 힘껏 날아올랐다.

 

이날 어학경시대회에 참가한 학우들은 △어학(초급·중급·고급) △한자 △예술 부문으로 나뉘어 경합했다. 경시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고급 부문 대상 수상자를 비롯해 총 38명이 상을 받았다. 아래는 대상 및 각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와의 인터뷰.

 

“방송대 문법책, 가장 쉽고 체계적”
어학 고급부문 대상  김종문 학우(4학년, 경남)
“중국어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오늘 기회를 제공해주신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진 이하 관계자분들께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혜성처럼 등장해 어학경시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어학 고급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 학우의 수상 소감이다. 중국 체류 경험이라곤 북경 6주, 상하이 3주를 포함해 총 4개월 정도. 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30년 재직 후 정년하고 지난해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3학년에 입학해 1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평소 중국어에 관심이 많던 그는 홀로 공부하다가 대학에서 공부하면 중국에 대한 지식과 어학을 더 넓힐 수 있겠다고 생각해 방송대에 진학했다.

 

이번 발표 주제는 ‘공정한 한국의 병역문제’다. 현행 18개월 체제인 병역제의 문제점을 지적해 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전문 병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다. 김 학우가 태어난 시대는 인적 자원이 많은 시기였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착안한 주제다.

 

그는 발표에서 “병역면제제도가 있다. 하지만 공정하지 않다고 반대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BTS가 소총을 드는 것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국가 선전 효과나 경제적인 효용이 높다는 점을 들어 면제할 수 있음에도 공정이라는 것 때문에 모두 군대를 가야 하는 결과에 부딪힌다. 모든 젊은이가 입대한다고 해서 국방력이 튼튼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불공정한 방법으로 면제받은 경우가 있어서 공정이란 가치가 힘을 얻었다고 본다”라고 주장해 심사위원의 호응을 받았다.

 

이번 경시대회 정보는 경남지역대학 학생들의 단톡방에서 얻었다. 지금까지 공부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번 어학경시대회에 참여해 가늠해보고, 평소 화면으로만 뵀던 교수진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참가원서를 냈다. 김성곤·변지원·장호준 교수 등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됐다. 직접 쓴 원고를 중국인 친구에게 교정 받아 가면서 두 달여 준비했다. 한국어를 중국어로 옮겼을 때, 어색한 표현들이 보이면 학과 상담게시판에 질문을 올려 교수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앞으로 지역 문화센터에서 중국어 강의로 봉사하는 꿈을 꾸고 있다.

 

“어느 정도 기초지식은 있었지만, 제가 본 문법책 중에 방송대 교재가 가장 쉽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누구든 중국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방송대 입학을 권하고 싶다.”

 

“30여 년 지나 다시 배운 중국어”
어학 중급부문 최우수상  김성수 학우(2학년, 대구·경북)
“1985년에 경북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30년이 훌쩍 지나고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새롭게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퇴직 후 환갑이 지난 나이에 응시해 최우수상을 받아 남달리 기쁜 마음이다.”

 

첫 도전에서 어학 중급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쥔 김 학우는 중국 체류 경험도 없다. 패키지여행으로 서너 차례 북경, 천진, 상해, 청도 등을 다녀왔을 뿐. 하지만 20대를 보낸 경북대 중어중문학과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해 다시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는 평소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꾸준히 보며 지역 학생회와 교류한다. 학생회 학우들의 도움으로 컴퓨터 실력도 늘었다. 이번 어학경시대회 정보도 학교 홈페이지에서 접했다. 어학경시대회에 참여함으로써 학습에 좀 더 매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어학 분야에서 일취월장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경북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중국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30여 년 일하다 보니 기억에 남아 있는 지식이 별로 없었다. 9월 초부터 2개월을 집중 훈련에 들어갔다. 중급 부문 주제는 ‘자기소개’. 그는 중국어로 말한 걸 휴대폰에 녹음해 듣고, 틀리거나 어색한 부분을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그는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던 80년대 학창 생활을 추억하며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원래 좋아서 선택한 과목이다 보니 어학 관련 과목은 모두 좋아요. 거의 모든 강의가 다 알차다 할까요? 교수진도 탄탄해서 너무 만족합니다. 학부를 마치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멈추는 걸 두려워하라”
어학 초급부문 최우수상  이수욱 학우(1학년, 경기)
“학교에 다니면서 최우수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대학을 경험하기 위해 방송대에 입학했고, 최우수상을 받으려 한 건 아니었다. 공부하다 보니 너무 좋아서 더 좋은 경험을 쌓으려 왔는데, 교수님들이 잘 봐주셔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회사 퇴직 후 막연히 한자,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찾은 방송대에서 이수욱 학우는 단박에 최우수상을 받았다. 겸손한 수상 소감이었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줌으로 스터디를 하면서 손정애·방금화 교수의 강의를 몇 번이나 돌려봤다. 중국 체류 경험은 회사 출장으로 북경, 소주, 연태 정도를 며칠간 다녀온 게 전부.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걸 따라 하다 보니 어느덧 실력이 늘었다.

 

‘평소에 건강이 어때?’, ‘취미는 뭐야?’, ‘중국어 노래할 줄 알아?’,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와 같은 회화부터, 동대문시장에 친구와 함께 옷을 사러 가는 상황을 설정해 발표했다. 잘 외워지지 않는 회화 어구들은 칠판을 사서 적어 두고 어학경시대회 한 달 전부터 외우기를 반복했다. 어떻게든 강의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교수가 문장을 읽으면, 눈을 감고 한번 따라하고, 문장을 보지 않고 말해보고, 해석만 보고 문장을 바꾸는 연습도 했다.

 

“인생에 자신감을 얻고 싶었다. 공부하고 싶었고, 무대에 한번 서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어학경시대회에 참여했다. 한 강의에서 ‘늦다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걸 두려워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학우들도 내년 어학경시대회에 도전하시길 바란다.”

 

“10년 서예의 꾸준함이 비결”
한자 부문 최우수상  황인범 학우(4학년, 서울)
“한자에 평소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어학경시대회 수상을 계기로 한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더 기쁘다.”

 

올해로 일흔인 황 학우는 회사를 경영하다 은퇴 후 2015년 방송대를 찾았다. 먼저 입학한 학과는 문화교양학과. 4년 만에 졸업하고 2019년 중어중문학과 1학년으로 재입학했다. 평소 관심이 많던 한자를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중어중문학과 재학 중 2학년 때 국가공인 한자자격시험 2급에 합격했고, 지난해에는 1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1, 2급 한자 단어들을 훑어본 것이 이번 어학경시대회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 어학경시대회는 스터디장의 독려로 참여했는데, 최우수상의 영광까지 얻었다. 많은 단어가 나오고, 모르는 한자를 찾아봐야 하는 김성곤 교수의 「성어와고사」 과목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3년간의 어학경시대회 기출문제를 풀어보기도 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복조리’처럼 우리말처럼 쓰고 있는 말 중에 한자에서 차용한 단어가 적지 않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한자는 워낙에 범위가 넓다. 한자 공부가 어려운 이유다. 황 학우의 한자 정복 방법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한자를 읽을 줄은 알아도 쓸 줄은 모른다. 저는 10년간 꾸준히 서예를 하고 있다. 매일같이 쓰다 보니, 아무래도 기억하는 감각이 그냥 외우는 것보다는 조금 낫다고 본다. 서예가 일상화되면서 한자 체득도 자연스러워진 면이 있다. 한자 공부에는 꾸준함 말고 특별한 건 없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없다”
예술 부문 최우수상  이호영 외 18명(서울)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백천 스터디’ 학우들이 한데 모이지 못했다. 스터디도 중어중문학과 생활도 침체되던 상황에서 우리가 무언가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여름방학부터 예술 부문 출전을 준비했다. 최우수상까지 받았는데, 학우들에게 무척 고맙다. 여러 학우들이 수고해준 덕분이다.”

 

50대부터 70대까지 43명이 모인 백천 스터디는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합창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창곡은 중국 민요 「모리화」와 중국 고전민요 「아리산더꾸냥(아리산의 아가씨)」이다. 장희재 교수의 「현대중국연극영화감상」 수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합창에 참여하는 스터디원들은 검은색 옷으로 통일했고, 붉은 허리띠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남 학우의 머리띠는 오성홍기의 별을 의미하는 노랑으로, 여 학우의 머리띠는 국기 바탕색인 붉은색으로 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무더웠던 여름방학이 끝나고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팬데믹으로 학우들이 면대면 모임을 꺼렸지만, 매주 화요일 오후 3시에 모여, 두세 시간씩 열정을 불태웠다.

 

“저도 그랬고, 학우들도 모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런 걸 극복하면서 다 함께 단합을 이뤄낸 것이 보람이었다. 예술 부문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학기가 끝나자마자 준비에 들어가서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은 해야만 화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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