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6회 방송대문학상

본선에 오른 여섯 작품 모두 가독성이 높고 흥미로웠다. 고객 서비스 문제, 독신 여성의 주거권, 가부장적 세대 갈등, 실업자의 불안한 내면 풍경, 중학생의 환상적 성장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SF소설 등, 다루는 문제가 예년보다 한결 젊어진 듯했다. 저마다 나름의 장점을 갖춘 글로, 응모자 모두 수년 내로,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 당선자로 재회하지 않을까 싶어, 미래의 작가들을 미리 만나는 기쁨으로 읽었다.


먼저 백은채의 「황혼의 실종」은 실종된 아버지와 딸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일정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고백체 수사물 서사를 활용해 잘 읽힌다. 다만 서사를 상담 내용에 제한시키고 말하기 기법으로만 전달하면서, 독자로서 직접 보고 느끼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그 바람에 후반부 아버지 등장과 화해도 추상적 감상적으로 매듭짓고 말았다. 인물과 사건을 좀더 선명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남유정의 「여름의 뿔」은 미술을 좋아하는 중학생 친구들의 성장담으로, 이마에 ‘뿔’이 난다는 환상적 모티프를 활용해 서사를 전개한다. 이러한 환상성은 독자로 하여금 상당한 궁금증과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하지만 인물 간의 개성 차이가 크지 않고, 모두 선한 인물로만 등장하면서, 별다른 갈등 없는 성장담으로 끝나버린 점이 아쉬웠다. 뿔이라는 환상적 모티프에 걸맞은 보다 신선한 서사적 상상력이 이어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임성표의 「미래의 기억」은 ‘자녀들의 미래를 예언해주는 인공지능 패키지’라는 흥미로운 SF서사를 다루고 있다. 얼마든지 도래할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근미래 모습이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인 부모 캐릭터나 수능대비학원의 설정이 아쉬웠다. 이 모든 극단적 위기 앞에서 주인공은 별다른 서사적 탐색을 펼쳐 보지 못한 채, 인공지능 ‘미래’의 일방적 설명으로 문제가 풀리는 결말도 아쉬웠다.


김지연의 「미스터리 쇼퍼」는 점원들의 손님 대응 방식을 체크하는 쇼퍼 이야기인데, 가독성이 제일 높았다. 필력이 좋아 중반까지 한달음에 읽히고 주인공이 이후 겪을 갈등 서사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러나 친구 ‘나현’의 등장 부분부터 주인공의 반응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 매장에서 주인공의 ‘발악’하는 장면은 너무 아쉽다. 갈등의 심화라기보다 신경증적 파국으로 추락하면서 서사적 탐색이 더 나아가지를 못했다. 취업 과정이나 인물들 반응이 기계적으로 설정된 점도 아쉬웠다. 


소혜진의 「만 보를 걸을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재미」는 실직 상태의 주인공이 걷기 운동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우리 안의 동물성, 신화적 동물이나 상상 속 동물, 그리고 기억 속 동물 등, 동물권 혹은 생명권에 대해서까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내면 심리를 흥미롭게 표현함으로써, 미스터리한 현대인의 내면 서사를 포착하는 솜씨가 빛났다. 서사적 미궁 속으로 독자를 던져 넣을 줄 아는 작품이다. 하지만 구체적 성찰이 결여되면서 서사가 모호하게 증발해 버렸다.

 
이서현의 「가난한 집」은 5평 원룸으로 이사한 독신 여성 주인공의 불안한 주거권을 다룬 소설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모여 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단절된 기이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소설은 빌라 이웃들을 등장시켜,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고밀도 고립 사회를 형상화했다, 특히 할머니와 고양이와의 교감은 너무 감상적으로 서사를 몰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혐의에도 불구하고, 눈물 글썽이는 감동이 있었다.


이렇게 여섯 작품 모두 일장일단이 있었고, 특히 3~4편은 우열을 가누기 힘들었다. 특성의 차이만 있을 뿐, 완성도의 우열을 매기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고르고 골라 「가난한 집」과 「만 보를 걸을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재미」가 마지막까지 남았다. 선작은 감상성이 아쉽고 후작은 구체성이 아쉬웠지만, 고민 끝에 「가난한 집」을 수상작으로, 「만 보를 걸을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재미」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작은 불안과 고립을 잘 포착했고, 비록 감상적 결말이기는 하지만 할머니와 고양이라고 하는 상징을 통해, 정서적 연대와 확장이라고 하는 서사적 탐색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아마 읽으면서 ‘이렇게 쉽게 눈물을 보이면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도 글썽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공감됐기 때문일 것이다. 글쓴이가 보여준 이 공감력이, 이후 더욱 더 단단한 서사적 탐색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하며, 수상자들에겐 축하를, 다른 분들에겐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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