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6회 방송대문학상

「이태원에서」(김이슬)는 성 소수자 문제를 다룬 시나리오다. 그런데 주제에 비해 사건 전개가 밋밋해 보였다. 민정과 용수의 내적 고민이 좀 더 깊이 있게 다뤄졌더라면 좋았겠다. 민정이 용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필연적 인과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면 설득력이 강화됐을 것이다.


「아빠가 자꾸 살아 돌아와」(김현수)도 「이태원에서」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대사와 상황을 전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 여주인공의 아픈 내면을 잘 들여다봤다.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하는 두 여주인공의 힘든 처지를 가벼운 분위기로 풀어나간 것은 참신했다. 다만 해피엔딩의 결말 구조가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목격자」(박해훈)는 살인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 겪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의경, 배달원, 형사, 친구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와 미스터리를 증가시켰지만, 이들의 인물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사건의 심화가 약해 보였다.


「Shy Flower」(박건희)는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인 남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간 희곡이다. 희곡은 연극 공연을 전제로 창작되기 때문에 실제 무대에서의 연극 장면들과 시공간 이동 등을 섬세하게 계산해야 한다. 희곡 분량에 비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갈등 구축이 산만해진 감이 있고, 전체 플롯이 에피소드식으로 나열되고 있어 극중 인물 사이의 내적 갈등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단막극 형식으로 시공간을 축소하고 주요 인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들」(정찬혁)은 제목대로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 대해 그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묘사하고 있다.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화 통화를 통해 화재 사건과 그 집의 엄마와 두 아들에 대한 정보와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하는데, 이러한 장면들이 에피소드식으로 나열되기만 해서 극적 갈등이나 긴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장면 배치와 긴 대사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햇님」(박진호)은 연극적 상황에 충실한 희곡이다. 대사의 리듬감이 살아있고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 보였다. 대사를 구성하는 언어가 감각적이고 시적이어서 압축미와 상징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의 등퇴장이나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대사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극중 사건이 심화되지 못하고 갈등이 구축되거나 고조되지 못하고 언어유희로 머무는 부분도 있었다. 희곡 마무리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늦은 저녁 손님」(이혜림)은 작은 책방 주인이 무례한 손님과 비밀에 찬 손님을 만나 책을 파는 이야기의 희곡이다. 대사가 자연스럽고 주제의식도 깊이가 있다. 독서 행위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사색한 작품이다. 옆 동네 서점 주인의 방문은 희곡의 플롯상 큰 효과는 적었다. 두 남자 손님의 캐릭터는 살아있는 반면에 여주인공의 성격이 개성적으로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전해주는 메시지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올해에는 수준 높은 시나리오와 희곡이 골고루 투고돼 반가웠다.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지만 「늦은 저녁 손님」이 자연스런 대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로 좋은 인상을 주었기에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가작「햇님」은 능숙한 대사가 리드미컬했으나 내적, 외적 갈등이 없이 평탄하게 전개된 게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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