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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부터 3일간 도쿄에서 일본대학출판부협회 주최로 제38회 한국·일본 대학출판부협회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양국 협회가 매년 번갈아 주최하는 이 세미나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다가 3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한국 협회에서 15명, 일본 협회에서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 시대의 출판과 문화’라는 큰 주제하에 한·일 양국의 대학출판부들이 지난 3년간 경험하고 시도했던 일들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한국 협회 발제자로 나선 신선호 한국대학출판협회 이사장(한국외대)은 코로나 기간 중 한국 대학출판부의 출판 및 매출액 변동 추이를 분석하고,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외대 지식출판콘텐츠원의 국고사업 유치와 경희대 출판문화원의 멀티미디어 한국어교재 출판 사례 등과 한국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활용한 도서 홍보·마케팅 방안을 소개했다.

 


이번 국제 세미나에서는
규모가 작은 대학출판부가
지속가능한 출판을 하려면
‘하이엔드 콘텐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일본 협회 발제자로 나선 구로다 타쿠야(黑田拓也) 일본대학출판부협회 이사장(도쿄대)은 1996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온 일본 출판시장의 특징을 짚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출판시장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매출이 늘긴 했지만, 대학출판부의 학술서적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는 학술출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저자’와 ‘양질의 독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회로를 구축하는 등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추구를 우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과정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서지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 일본의 출판정보등록센터(JPRO), 독일의 민간출판조직인 ‘엠파우베(MVB)’, 미국의 글로벌 서지정보관리 솔루션업체인 ‘보우커(Bowker)’의 활용 사례가 소개됐는가 하면, 규모가 작은 대학출판부가 지속가능한 출판을 하려면 ‘하이엔드 콘텐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여타의 출판 프로세스는 외주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 대학출판부협회가 교류를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1981년, 일본대학출판부협회가 하계 세미나에 한국의 대학출판부장들을 초청하면서 한·일 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년 2월에 한국대학출판협회가 창립됐고, 그해 10월 충북 보은의 속리산관광호텔에서 ‘제1회 한·일 대학출판부 합동 세미나’가 열렸다.

 

‘대학출판의 이념과 경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세미나에는 총 7명의 일본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 대학출판부의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교류가 시작됐다. 40년 전에는 일본 출판계가 ‘대학생’이라면 한국은 ‘초등학생’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일본과의 교류는 한국 대학출판부의 입장에서는 향후 발전에 큰 힘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일 대학출판부협회의 국제교류는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첫째, 양국 협회의 각 회원교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 정책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비교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각국 대학출판인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출판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상대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 셋째, 직원들의 업무 역량 강화에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세미나에서 선물 두 개를 받았다. 명목은 퇴직 기념. 고토 겐스케 도쿄대출판회 편집부장은 “퇴임 후 활약, 건강 그리고 행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또박또박 한글로 쓴 엽서와 함께 고급 펜을 건네주었다. 구로다 타쿠야 이사장으로부터는 후지산 모양의 주석 술잔을 받았다. 펜과 술잔! 필자에게는 절묘한 조합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이것도 국제교류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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