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평생학습人 라이프

지난 여름, 캐리어에 책을 한 가득 담아 여러 차례 방송대 도서관에 실어 나르던 학우가 있었다. 그가 기증한 책은 로맹 가리(Romain Gary)의 『새벽의 약속』, E.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등 프랑스문학, 영어문학 그리고 역사, 경제 서적까지 다양했다. 대학원 아프리카·불어권언어문화학과 6학기에 적을 두고 있으며, 동시에 학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육은아 학우다.
그는 5년 전인 2017년 방송대 불어불문학과(현 프랑스언어문화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그가 방송대를 선택한 건 우연히 참석한 한 국제회의장에서 IT를 주제로 유창하게 강연하던 송영길 의원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송 의원은 강연을 마치자마자 ‘자랑스러운 방송대인 상’을 수상하기 위해 회의장을 급히 떠났다.
국내 굴지의 건축회사 전무이사로 15년간 뛰어다니던 바쁜 생활에서 ‘사퇴’하고, ‘미술’ ‘부동산’ ‘프랑스어’ 등 그동안 미뤄 뒀던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던 중이었는데, 방송대 홈페이지에서 ‘불어불문학과’ 개설 강의를 살펴보고는 강의 내용에 깜짝 놀랐다.
“방송대가 저에게는 신세계 같았어요. 태블릿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맛보기 강의 1강을 여러 개 훑어보았는데, 재밌었어요. 오랫동안 프랑스어를 하고 싶어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진전이 없었죠. 그런데 방송대 강의를 보니,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되어 있었어요.”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거나
스터디도 하지 않고, 나 홀로 하는 공부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 거 같아요.
저의 학부·대학원 공부도
도서관 DB 검색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공부하고 싶은 과목 많아요”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어 불어불문학과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문학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평생 공학도로 살아오던 그에게 문학은 흥미로운 세계였다. 그의 첫 번째 불문학과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그는 2년 만에 성적 우수로 졸업했다. 그리고 방송대 대학원 아프리카·불어권언어문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마침 코로나19 시국에 접어들던 때라, 공부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학부 미디어영상학과에도 동시 진학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널리 알려지던 무렵이어서 영화 제작에 관심이 컸다. 그의 관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아, 부전공으로 영어영문학과도 선택했다. 물론 부전공인 영문학과는 1년 반 만에, 미디어영상학과는 2년 만에 마쳤다.
“방송대 학부에는 듣고 싶은 과목이 정말 많아요. 이번 학기에는 불어를 다시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학과 명칭이 변경된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재편입해 공부하고 있어요. 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은 ‘아프리카 대륙에 드리운 중국의 영향력’에 관한 것인데, 아직도 작업 중입니다.”
그가 공부에 특화된 것일까? 그는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시험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교재와 강의에 충실하면 된다. 과제물 작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DB를 활용해 30분만 검색해 보면 과제물의 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자료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대의 진정한 매력은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20~40대의 스펙이 필요한 젊은 학우들과, 이미 대학 졸업장이 있지만 평생 교육을 위해 입학한 50대 이상의 학우들 모두 성적에만 초점을 맞추어 방송대를 다닌다면, 방송대를 절반 정도 활용한 것이다. 성적을 위한 공부에 더해서, 관심 분야의 주제에 대해 방송대 학술 DB를 활용해 심화학습을 한다면 방송대에서 제공하는 지식이라는 맛있는 밥을 다 찾아 먹는 것이다.
“방송대를 다니면서 수강과목만큼 로그인을 자주 한 곳이 방송대 중앙도서관 국내외 학술 DB였어요. 중앙도서관 홈페이지 통합검색창에 찾으려는 단어를 적으면, 각종 논문과 문헌 등 자료가 뜹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라고 치면 한글로 된 학술 DB에서 자료가 나오는 데, 저는 ‘metaverse’라고 영어로 칩니다. 그러면 전 세계 학술 DB에서 자료가 나와요. 영어로 된 자료라고 겁먹을 필요 없어요. AI가 장착돼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하고 있는 ‘구글 번역기’에서 ‘text’ 대신에 ‘documents’를 선택하고 다운로드 해둔 문헌을 업로드하면, 번역하는 데 10초가 걸리지 않아요. 한글 문헌에도 저자들이 키워드로 영어 키워드를 달아 두기 때문에 영어로 검색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도서관정보 활용교육’이라는 코너가 있어요. 저는 교육 일정이 있는지 자주 확인하는 편인데, DB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정과, 지난 교육에서 사용한 자료들을 자주 이용합니다. ‘수많은 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최고의 학술 DB 시스템
육은아 학우는 방송대 중앙도서관의 국내외 학술 DB 검색 시스템에 감탄을 거듭했다. 명문대학 못지않은 시스템이며, 재학생으로서 충분히 자랑해도 좋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님의 강의나 교재는 우리를 지식의 문 앞까지 데려다주시고, 그 문을 열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고 생각해요. 그 문을 열면 우리가 찾던 정보들이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건, 방송대 도서관의 정보 검색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불어를 공부하러 왔다가 불문학에 푹 빠졌고, 부전공으로 삼았던 영문학의 묘미도 알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도서관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E.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1924)을 예로 들었다.
“이 작품은 방송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책 제목과 줄거리만 알고 있었을 뿐,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죠. 수업을 듣고, E.M. 포스터의 번역된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 보기도 했고, 학술 DB를 이용해서 평생을 E.M. 포스터의 작품만을 연구한 학자들의 깊이 있는 문헌들을 읽으면서 감탄했어요. 성적을 떠나서 작품과 해당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죠. 공학도인 저에게 문학은 비현실적인 분야였지만, 이젠 그렇지 않아요. 문학 작품을 읽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만 인생을 바라보지만,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그 작품들을 통해 여러 명의 인생을 접할 수 있으며, 자신의 편협한 눈에 훌륭한 작가들의 시선이라는 필터를 끼워서 인생을 더 재밌고 현명하게 살 수 있게 된다고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말했죠.”
자신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 50대’라고 표현하는 그는 방송대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서관 활용과 스터디그룹 참여를 추천한다.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거나 스터디도 하지 않고, 나 홀로 하는 공부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 거 같아요. 저의 학부·대학원 공부도 도서관 DB 검색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또 무엇보다 함께 스터디하는 분들이 계세요. 영문과의 이동국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DK독서클럽’ 스터디에서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배경을 지닌 학우님들과 함께 하는데, 모두 열심히 참가하세요.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재미로 하는 공부죠. 스터디가 없었다면, 이런 열정적인 학우님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어요? 우리 모두가 방송대 ‘앰베서더’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방송대 엠배서더!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만날 때마다 방송대 공부를 권유한다고 했다. 프랑스언어문화학과는 어려워서 아직 입학 성공 사례는 없지만, 영문학과는 여러 명 입학하게 했다고 귀띔했다.
“요즘은 심화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시대잖아요. 스펙도 쌓고, 평생교육 관점에서도 그렇고 말이죠. 저는 뭔가를 배우고 알아가는 게 좋아요. 물론 자격증 등 실질적인 것을 필요로 하는 젊은 학우님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배움이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방송대에도 곧 박사과정이 개설된다고 합니다. 물론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일을 하면서 학부, 석사, 박사 과정 등 공부를 병행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방송대의 최첨단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누구든지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올해 아프리카사업 본부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맡으면서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그가 아프리카대륙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 있었던 데는 방송대 대학원 공부가 한몫했다고 말한다.
“예전에도 출장으로 아프리카를 자주 다녔지만, 그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아프리카 대륙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앞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아프리카 대륙은 한 번에 이해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일단은 54개국이 있고, 각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아직도 혼돈의 현실이 있어요. 아프리카·불어권언어문화학과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교수님들과의 세미나, 다양한 강의와 더불어 역시 도서관 DB를 활용한 심화 학습이 재미를 더해 주었어요. 저의 경우를 보더라도, 50대에 공부하는 것이 그저 취미만이 아닌, 새로운 세상과도 연결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방송대 공부는 직업적인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한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인생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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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s***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중입니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습니다만 이 글을 읽고 새로운 계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12-29 01:14:27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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