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식과 권력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다. 먹는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섭취한 음식은 몸을 만들 뿐만 아니라 마음, 정신도 만든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 인간은 곧 그가 먹은 것과 같다. 따라서 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는 같을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 수밖에 없다. 플라톤은 채식주의자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육식주의자였다. 플라톤은 이상주의자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속주의를 강조했다. 『시민 불복종』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가 보인 용기는 부러울 정도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 범신론을 믿고 월든 호숫가 작은 오두막집에서 소박한 삶을 산 소로우는 미국식 자연주의인 초절주의(transcendentalism)의 실천자였다. 담배와 술을 하지 않고, 채식주의자로 먹는 일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던 평화주의자였다. 반면 현대 인문학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중 한 명인 니체는 샤르퀴트리(charcuterie)를 먹으며 철학적 영감을 얻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음식이 있다. 니체는 자신의 사상적 원천을 고기라고 보았다. 밥심이 아니라 고기힘 덕분에 건강하다고 판단하고 항상 고기에 집착했다. 특히 돼지고기로 만든 프랑스식 건조 가공육 샤르퀴트리를 좋아했고, 각종 햄과 소시지에서 영감과 고된 삶을 버틸 기력을 얻었다.영국의 철학자 마틴 코언(Martin Cohen, 1964~)은 그의 저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에서 음식에 대한 잘못된 금기를 경계하며 철학자들의 도전적 식생활에 관해 이야기한다. 원제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먹는다: 위대한 지성들의 음식 태클(I Think Therefore I Eat: The World's Greatest Minds Tackle the Food Question)』(2018)인 이 책의 저자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본래 식도락가(foodies)였으며, 그들에게 먹느냐 먹지 않느냐는 답하기 쉬운 문제인 반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깊이 생각해야 할 어려운 문제라고 주장한다. 코언은 “당신은 오후 7시 이후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셔도 된다. 또 음식에 소금을 마음껏 첨가해도 된다. 당신은 빵과 버터를 먹어도 되고, 초콜릿 케이크를 즐겨도 된다”라고 말한다. 물론 폭식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음식의 영역에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광기의 철학자가 보여 준 음식 취향그에 의하면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1844~1900)라는 광기의 철학자는 괴팍하고 특이한 성격만큼이나 음식에 대한 취향도 확실했다. 무엇보다 육식주의자였던 니체는 고기에 집착했다. 맛이 있든 맛이 없든 고기가 없으면 못살 만큼 육식에 빠진 고기주의자였다. 또한 그는 식사 시간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커피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피했다.세상에는 수많은 음식이 있다. 니체는 자신의 사상적 원천을 고기라고 보았다. 밥심이 아니라 고기힘 덕분에 건강하다고 판단하고 항상 고기에 집착했다. 특히 돼지고기로 만든 프랑스식 건조 가공육 샤르퀴트리를 좋아했고, 각종 햄과 소시지에서 영감과 고된 삶을 버틸 기력을 얻었다. 그렇다고 그는 믿었다.  니체는 정말로 음식을 사랑했다. 평생에 걸쳐 그는 모친에게 독일산 소시지와 비스킷과 케이크를 보내 달라고 했다. 편지에서 그는 자기가 머물던 하숙집 음식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1880년대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을 때는 특히 아이스크림에 관한 품평을 했는데, 평소 그는 아이스크림이 최고의 문화를 보여 주는 먹거리라고 말했다. 고기에 탐닉한 만큼 니체의 사상은 서구 육식주의자들의 관점을 취한다. 물론 니체가 잠시 채식을 시도했던 적이 있지만, 결코 그는 육식을 포기하지 못했다. 건강보다 먹는 즐거움이 큰 때문이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의 변을 들어보자. “체중 관리를 위해 가끔 고기를 끊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 그렇다고 괴테의 말처럼, 그것을 종교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채식을 할 준비가 된 사람은 사회주의적인 스튜도 먹을 수 있다네.” 세상에는 기이한 일이 너무 많아 웬만해서는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니체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육식주의자였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멜론을 샤르퀴트리에 싸서 먹는 맛을 즐겼다 해도 그가 누구냐보다는 샤르퀴트리가 무엇인지, 맛이 어떤지를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사실 이름만 다를 뿐 알맹이는 별 다를 바 없는 햄 또는 베이컨, 소시지를 통틀어 프랑스어로 샤르퀴트리(charcuterie)라고 하는데 이 말은 ‘살코기(chair)’와 ‘가공된(cuit)’의 합성어다. 또한 ‘charcuterie’는 푸줏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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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ee***
    내용이 흥미롭고 읽는 내내 침이 고이네요 ㅎㅎ 참고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오두막 시절은 한시적이었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스스로를 시험해보고픈 일종의 이벤트성이랄까 ㅎㅎ 월든에서도 그 생활을 계속 이어가진 못했다고 썼구요. 저도 월든을 읽으며 금욕에 가까운 삶을 제 생활에 적용시켜 보았는데 기간이 무척 짧았던 기억이 납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
    2023-02-19 03:52: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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