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20세기를 대표하는 사회학자 중 하나인 피에르 부르디외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1930년 프랑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우체국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프랑스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파리의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에 입학했다. 당시 프랑스의 지식인 엘리트 대부분이 상층 집안의 자제들임을 감안해봤을 때,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나아가 부르디외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1년에는 프랑스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의 교수로 선출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처럼 자신의 삶에서 직접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증명한 부르디외는 불평등과 계급이라는 사회학의 오랜 주제에 천착해왔다.  세대, 성별, 지역의 차이를 경제적·사회적 차원으로만 이해하기보다 문화적 상징과 재현으로 이해할 때, 그런 차이가 우리 사회에서 지속하고 있는 이유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여전한 불평등 문제에 관심 있는, 또한 문화적 구별짓기에 관심 있는 당신을 위해 40년이 지난 저서이지만『구별짓기』의 일독을 권한다. 계급을 구성하는 다양한 자본의 관계망  부르디외는 1958년 발표한 첫 번째 저서인『알제리 사회학』을 시작으로 2002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20편이 넘는 저서를 발표했으며, 사망 이후에도 부르디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통해 다양한 저작들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 이렇게 다작한 연구자에게서 하나의 대표작을 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만을 꼽자면 오늘 소개할『구별짓기』를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1979년 출판된 것으로, 뛰어난 연구자이지만 동시에 사회 현장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한 미덕으로 여겼던 부르디외만의 독특한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총 8개의 장과 결론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부르디외는 1장 ‘문화귀족의 칭호와 혈통’를 통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시민혁명을 통해 계급사회를 타파하고자 한 노력이 이루어진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 사회가 견고한 계급사회로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어서 2장부터 4장까지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 및 개념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계급을 하나의 요인으로 이해하기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자본의 관계망을 통해 형성되는 ‘구성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 사회에서 계급이란 직업적 범주이기보다 경제적 자산의 총합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혼재돼 있는 반면, 과거에는 계급을 직업 범주에 직결된 개념으로 이해했다. 이를테면 상층계급은 상공업 경영자나 교수, 중간계급은 일반관리직, 민중계급은 생산노동자를 칭하는 식이다. 부르디외는 여기에 여러 측면의 ‘자본’을 주요 구성 요소로 제시하는데, 구체적으로 문화자본, 경제자본, 학력자본, 사회자본이다. 이 중에서 자산을 의미하는 경제자본, 학력 및 개인적 능력을 의미하는 학력자본과 한 사람이 소유한 연결망의 범위를 의미하는 사회자본은 기존에 어느 정도 논의된 바가 있었던 개념인데 반해, 부르디외는『구별짓기』를 통해 처음 문화자본 개념을 주창했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이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체화된 상태로 어떤 사람에게 내재된 문화적 취향에 대한 지속적인 성향이고, 두 번째는 객체화된 상태로 문화적 상품의 형태로 존재하며, 마지막은 제도화된 상태로 학교 졸업장과 같은 제도를 의미한다. 불평등의 구성 요인을 문화자본으로 이해하는 그의 관점은 두 가지 지점에서 기존의 논의와 차별화된다. 먼저 우리가 음악을 감상하고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가는 문화적 행위가 계급을 ‘구별짓는’ 문화자본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실증적 자료의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구별짓기』를 넘겨보다 보면 유독 표와 그래프, 그림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르디외는 1960년대에 수행한 여러 차례의 예비조사 및 본조사를 통해 당시 프랑스인의 일상에서의 문화적 취향 및 생활을 상세하게 조사했다. 예를 들면, 선호하는 인테리어와 가구 스타일, 좋아하는 가수, 손님을 초대할 때 대접하는 요리의 스타일, 알고 있는 음악작품의 목록 등 상당히 일상적인 질문들로 구성됐는데, 이 질문은 50년이 지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도 신선하고 기발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르디외 논의의 차별점은 그가 이런 문화적 취향 즉, 문화자본의 작동을 사회, 경제, 학력 등 다른 자본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 했다는 점이다.『구별짓기』의 그래프는 대체로 이런 자본의 다차원성을 드러내기 위해 4분면 형태로 구성돼 있다. 부연하면 가로축은 문화자본, 세로축은 경제자본의 축이고,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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