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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추웠지만 새해가 되자마자 함께 모여 공부하는 ‘수이제’를 청소했다. 낡은 화장실 변기에 청소 솔로 쑤시고 밀대를 빠느라 양말이 물에 젖었다. 코로나 확진 후 미처 몸이 덜 회복돼 으스스했지만 잠시 행복했다. 나의 방이나 우리 집이 아닌 무언가 공용의 공간을 청소한다는 사실이 사뭇 감격스러웠다. ‘세계정복’이나 어릴 적 원대한 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느꼈다. 이 사소한 행복에 그런 거창한 말을….


‘원대한 꿈’, ‘세계정복’이라는 낡은 프레임이 중년이 된 우리를 다시 설레게 할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알렉산더 대왕이나 칭기즈칸 같은 영웅들을 좋아했다. 특히 전쟁의 스릴과 승리는 자아를 잊어버리는 무아의 경지로 나의 무의식을 흔들었다. 세계정복의 꿈, 나 개인을 넘어서 세계사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할 만한 일이었다.


어떤 일에나 양면성이 있듯이 이 세계정복에도 양면성이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양면성은 나에게 갈등을 일으키고 내적 투쟁을 통해 하나의 길로 가게 한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역시 내적 심리적 투쟁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걸어서 많이 닳은 길을 먼저 보자. 정복의 목적은 타자를 정복하고 몰살해 ‘우리’ 집단의 물질적 외피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과 물질(전리품)에 대한 욕망이 최우선으로 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나’가 사라진다. 현재 중년층과 노년층에게 세계정복은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이름이었다. 그 성장의 과정에서 ‘경제발전이 이뤄지면 나 역시 잘 나간다’라는 표준적 사고를 강요받고 분배 평등의 중요성은 간과됐다. 집단을 위해 희생했는데 국가로부터 사회적 복지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각자도생이 일어난다. 영끌과 빚투는 이 끝자락의 모습이다. 민주주의나 평등, 복지 같은 시민적 가치를 나타내는 사회적 단어, 왠지 싫다.


더구나 알렉산더나 칭기즈칸을 존경하듯이 경쟁에서 이겨 전리품을 왕창 챙긴, 힘 있는 정치가와 재벌을 숭배하고 그들을 투표로 지원한다. 지금 청년층 세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세계정복의 꿈을 소비한다. 무의식의 욕망까지 소진한다. 미래의 불확실함과 현재의 불안은 가상의 스릴 속에서 잠시 잊혔다가 유령처럼 출몰한다. 세계정복의 야망은 컴퓨터에 갇히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영혼은 갇혀버리고, 물질적 외피를 마련하느라 성급하다.

 
다른 한편, 영웅으로서 세계정복의 꿈은 나를 잊음으로써 ‘나’라는 좁은 틀을 넘어 세계를 품는 것이다. 이건 상상능력을 통해 영혼의 외피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더글라스 러쉬코프는 『구글버스에 돌을 던지다』(2016)에서 세계정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사회의 핵심문제들을 해결해냄으로써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라”라고 말하고, 마사 누스바움은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2010)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기쁘게 하며 안락하게 하는 소유물들”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이 영혼으로부터 열려나온다는 것”, “세계시민으로서 세계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곤경을 공감하는 태도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대해 말한다.


젊은 세대와 노년연구공간 수이제 대표로 있으며, 저서로『이안 와트의 소설발생론과 장르정치학』,『어두운 그리스』등이 있다.  세대에 끼인 우리 중장년층의 공부열정이 두 세대를 깨우고 세계시민으로서 세계정복을 향해 나아가보자. 지금 경제성장, 이윤논리를 좀 벗어나자. 젊은 세대에게 안전한 금수강산과 세계를 물려주기 위해 원자력발전보다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앞장서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해결도 세계적인 과제다. 표토층 토양고갈이나 식량문제를 인문교양과 예술, 과학으로 공부하고 세계를 선도하자. 동방의 등불은 방송대에서 나온다하지 않겠는가. 김영옥 활동가의 컬럼 「노년이 되면 그야말로 원대한 꿈이 가능하다」도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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