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다시, 여행을 떠나볼까

대구에 기반을 둔 지역여행사 더휴앤의 대표이자, 2014년부터 방송대 관광학과 튜터로 9년 연속 활동해온 장영화 동문(50)을 지난 9일 대구 동구 신서동 더휴앤 사무실에서 만났다. 더휴앤에서 일하는 김민수(47), 남행숙(51) 관광학과 동문도 함께 자리했다. 더휴앤은 여러 가지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낸 특별한 사업체이기에 이번 커버스토리의 인터뷰이로 선정했다.

대구=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장 대표는 2009년에 관광학과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2011년 관광학과 졸업과 동시에 문화교양학과에 편입해 2013년에 졸업했다. 문화교양학과 공부와 동시에 계명대 관광경영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병행했고, 이후 박사 과정까지 완주했다. 그만큼 장 대표는 배움에 대한 욕심이 대단했고,「조사연구방법론」같은 남들은 어려워서 꺼리는 과목과 논문에 흥미가 높았다.


그는 2015년 ‘더휴’로 시작해, 2019년 ‘더휴앤’으로 법인 전환하며 여행 사업을 본격화했다. 더휴앤은 직원 수가 4명인 작은 사업장이지만 그 저력은 대단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민공동체 기반의 지속 가능한 관광 사업체에 지원하는 ‘관광두레’에 2019년에 선정돼 지난해까지 이어왔고, 두 기관이 주최하는 강소기업으로도 선발됐다.



가장 먼저 망할 여행사로 꼽혔었는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를 가져왔다. 국내에서도 늘 가던 유명 관광지만 갈 수 없으니 이전엔 눈에 띄지 않던 곳들까지 관광상품을 만드는 트렌드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지역관광 상품의 주체는 역시 지역 주민이다. 지역 주민만 알 수 있는 지역 안쪽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직전인 2019년에 장 대표는 ‘고분(무덤)’ 앞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덤’으로 오일장을 구경하는 ‘무덤덤 투어’, 자전거를 타고 연꽃이 무성한 습지 일대를 달리는 ‘안달(안심습지에서 달성습지까지)투어’ 등을 개발했다. 지자체별로 지역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꽃피우려는 노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잘된 상품은 이 시기에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고,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홍보가 미처 덜 된 상품은 살아남지 못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이때 더휴앤은 오히려 전화위복 사례에 속한다.


장 대표는 “무덤덤투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무려 한 달 전에 만들어진 상품이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지고 ‘일단 대구 사람들은 절대 안 오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두세 달은 자포자기 했었어요. 그때는 더휴앤이 대구지역 여행사로서는 가장 먼저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어요. 하지만 저는 더 좋은 상품으로 발전시켜 소문을 내기로 했어요. 대학에 방문해 소책자도 전달하고, 전화도 돌리며 홍보했어요. 직원 3명과 나눠서 하니까 괜찮았어요. 더욱이 저희의 상품이 자연에서 하는 생태 관광 쪽이다 보니 코로나19를 조금 비켜 갈 수 있었어요. 특히 남행숙 선생님이 대구지역 콜센터 협회를 잘 알고 있어 이곳과 협력할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의 상품성을 증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상품 개발력을 입증받은 더휴앤은 이제 대구 밖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영덕, 포항, 고흥 등 지역에서도 관광상품을 개발해달라는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단순히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는 여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여행 콘텐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인터뷰 날에도 장 대표와 직원들은 다음 날 강원도 지역으로 답사가기 위해 채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장 대표는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가치를 외부에서 온 여행 전문가인 저희가 잘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지역에 답사를 가보면, 기발한 것들이 막 보이거든요. 그 지역 분들은 이게 뭐 대단하냐고 하는데, 그걸 저희가 발견하고 상품으로 만들어 드리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엄마 직원 응원하는 ‘여성기업’으로 인정
장 대표가 튜터이긴 했지만, 직원인 김민수·남행숙 동문과 튜터-튜티 관계로 만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인연은 전통시장에서 우연찮게 시작됐다. 2018년에 방송대 관광학과 1학년으로 입학한 김민수 동문은 이듬해 어느 전통시장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답사 차 100번도 넘게 찾은 전통시장이다 보니, 종종 들르던 카페 손님이라 목소리를 기억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김 동문의 목소리 기억은 번지수가 달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관광학과 출석수업에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장 대표는 2018년부터 방송대 관광학과 시간강사로 활동하면서 출석수업을 진행해 왔고,「서비스매너」과목을 맡은 적이 있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김 동문은 그 자리에서 장 대표에게 말을 건넸다.


김 동문은 “혹시「서비스매너」교수님 아니냐고 했더니, 맞았어요. 강의할 때는 머리를 단정하게 위로 올리시고 정장을 입고 오셨는데, 그날은 캐주얼 차림이고 편한 모습이었어요. 외모가 완전히 달라서 몰랐는데 목소리는 정말 낯익었더라고요. 그때 장 대표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해주셨어요. 그리고 한 사람 더 없냐고 해서 관광학과에 입학해 만난 동기인 남행숙 언니를 추천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장 대표는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여행 상품을 원했는데, 이 정도로 싹싹하면 뭘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우리 동문들을 스카웃 했어요”라고 답했다.

 


남 동문은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었어요. 그러다 마냥 놀기엔 시간이 아깝던 차에 지인에게 이끌려 방송대에 입학했어요. 얼떨결에 입학했는데 어느덧 더휴앤에 합류해 2021년에 숲해설가 자격증을, 지난해엔 유아숲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여행업은 자격증이 있어도 취업이 쉽지 않고, 대학에서 공부하면서도 자격증까지 딸만큼 몰입해 공부하기 힘들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장 대표님이 그 해에 꼭 자격증 따라고 독려해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김 동문은 네 아이의 엄마기도 하다. 장 대표는 엄마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우했고, 그 덕에 2021년 더휴앤은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여성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김 동문은 “코로나 시기에 아이가 들어서서 다 놓으려고 했는데, 장 대표님이 기다려주겠다고 했어요. 아이를 낳고 적절한 시간이 되면 다시 갖춰서 오면 된다고 했어요. 넷째를 낳고 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어요. 제가 시험공부를 하고 있으면 신랑이 넷째를 데리고 와 젖동냥을 할 정도였어요.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시기였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도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생생히 떠올라요. 장 대표님의 말을 안 듣고 공부를 안 했으면 무척 후회했을 거예요”라고 밝혔다.


2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