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다시, 여행을 떠나볼까

지난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국경도 열리면서 올해는 드디어 여행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하다. 방송대 관광학과 교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관광학과 장호찬, 이석호 교수에게 들어봤다. 각각 사회과학대학장, 기획처장 등 보직을 겸하고 있는 두 교수는 바쁜 가운데도 인터뷰에 응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난 후 관광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는지 들어봤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코로나19 기간 동안 관광업 종사자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다고 하나?
장호찬 여행사들은 직원들을 다 무급휴가 보냈고, 지자체들은 일자리를 잃은 여행업 종사자들을 공공기관이나 박물관에 방제 요원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여행업을 떠나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석호 일단 우리 관광학과 지원자 수는 지난 2년간 반토막에 반토막이 났다.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대전에 있는 큰 여행사들도 거의 다 문을 닫아 직원들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시각이 많은데.
장호찬 절반만 동의한다. 일단 그동안 사람들이 너무 여행을 못 가서 여행을 가려고 할 것이다. 몇 년 동안 외국에 한 번도 못 갔으니 잠재수요이자 보복수요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 다만 가장 큰 장벽은 환율이다. 앞으로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가처분소득이 늘지 못한다면 관광 수요도 크게 늘지 못할 수 있다. 환율이 이제 좀 안정화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이를 상쇄할 만큼 해외로 나가겠다는 욕구가 큰 것 같다.


한편으론 얼마나 빠르게 여행수요가 늘어날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과거 미국의 경우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여행수요가 25%가 줄었었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는 이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때문에 얼마만큼 빨리 여행수요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석호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은 대체재 관계가 아니다. 시장이 다른 상품들이다. 왜냐면 해외 여행은 비싸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 국내건 해외건 여행수요는 줄어든다. 그나마 코로나19 기간에 제주 여행객이 많았던 건 제주가 그나마 해외와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기후도 내륙과는 다르고 비행기도 타니까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바뀌니 제주의 경우에만 해외여행의 대체재가 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당장 일본 여행길이 열리니까 제주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았나?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고 해외여행 안 가고 국내여행을 더 많이 갈 것이란 가정은 무리가 있다. 또한 아직은 환율 때문에 항공료가 비싼 시기여서 이전만큼 정상화돼야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본다.

앞서 관광학과 지원자 수가 크게 줄었다고 하셨다. 관광업계가 회복하면 학생 수도 다시 늘까.
이석호 입학생 수가 다시 늘 것인가? 이건 우리의 기대다. 한번 고꾸라지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관광학과의 경우, 올해 1학기 모집에서 전년 대비 지원자 수가 20% 정도 늘었다. 지원자 수가 늘어난 상위 5개 학과로 꼽혔는데, 워낙 이전에 급감해서 100% 증가한다 해도 이전만큼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한 번 줄면 다시 늘어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닥치면 입학 지원자 수로 극명하게 나타나더라. 일본이랑 당장 사이가 안 좋으면 일본학과 지원율이 확 떨어지고, 중국과 관계가 안 좋아지면 중어중문학과 지원율이 하락할 때도 있다. 다른 대학보다 방송대가 대내외적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단기적으로 봐선 안 된다. 나도 코로나 시국에 관광학과 지원자들이 왜 우리 학과에 들어오려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 학과에 들어오려는 이유로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혹은 여행이 좋아서가 가장 큰 것 같다. 그런데 입학하고 졸업 때까지 4년이 걸리고, 이후에도 관광 분야 직종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너무 단기적인 조류에 휩쓸려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광학과 학우들에겐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뎌야 한다고 조언하나.
장호찬 여행은 언제든 하게 된다. 장소가 달라질 뿐이다. 국민 소득이 늘고 생활 수준이 선진화되면, 대개 노동시간은 줄고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휴식 시간을 잘 보내고 싶어 한다. 선호하는 것도 바뀐다. 과거엔 남극, 북극 여행 수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과거엔 누구도 킬리만자로에 갈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은 킬리만자로 도전기가 TV에도 나온다.


그런데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대학은 취업 사관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격증을 따려면 학원가는 게 좋다. 직업을 구하기 위함이 대학의 목적은 아니다. 드라마 「호텔리어」가 뜨니까 호텔학과도 뜨는 식으로 학우들이 시류에 너무 흔들려서 들어온다. 의과대학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 사람들이 실제로 의사가 돼 세상에 나오는 건 10년 뒤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지도 미래엔 모른다. 우리 교수들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여행과 관광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게 목적이다.


이석호 학우들이 목표하는 바가 다 다른 가운데, 일괄적인 조언은 어렵지만, 본인들이 트렌드 변화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학교가 변화하는 산업에 관해 모든 것을 가르쳐주진 못한다. 모든 대학이 마찬가지다. 학우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 외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인바운드(해외 여행객이 국내로 유입되는 여행) 여행일 경우 언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문화도 잘 알아야 한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맞춰서 특기를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두 분 교수님이 꼽는 인생 여행지는?
장호찬 분야를 한정해 질문하면 조금 답할 수 있겠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갈 곳이 더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역사와 관련된 여행지로는 유럽이 재밌었고, 음식은 이탈리아가 맛있었다고 답할 수 있겠다. 일본도 스키 여행하기에 좋고 물가도 괜찮다. 태국은 음식이 맛있고 마사지가 유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나로서는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았다고 한정하는 건 앞으로 여행을 안 가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석호 가장 최근에 갔다 온 곳이 좋았고, 아마도 다음에 가는 곳은 더 좋을 것이다. 앞으로 갈 데가 많으니 그곳들이 인생 여행지가 될 것이다. 아무리 지난번 여행지가 좋았어도 지금이 더 다른 걸 볼 수 있고 좋을 것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기대를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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