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왜 지금 평생교육인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제5차 평생교육 진흥계획」을 공개, ‘고등·평생교육진흥 특별회계’를 확정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국민의 계속적인 역량 향상을 위한 평생교육 진흥'이라는 일관된 기조에 ‘평생교육을 향유하는 매체의 변화’, ‘학위 운영 방식’ 등 시대가 바뀌며 수반되는 약간의 변화를 반영해 기본계획을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5차의 경우, 특히 방송대 입장에서는 함의가 남다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일반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대학의 체제를 평생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50년으로 들어선 방송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커버스토리 ‘왜 지금 평생교육인가’를 통해 짚어본다. 1면에서는 평생교육 관련 교육부의 주요 정책 내용을 들여다 보고, 2면에서는 평생교육 선진국의 선례를 소개한다. 3면에서는 이런 흐름과 관련해 방송대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고성환 총장에게 들었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란 말이 있다. 교육 같은 큰 사안은 먼 훗날을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백년지대계는 본래 중국 제나라 재상 관중이 썼다고 알려진 『관자』에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지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계, 사람을 심는 것은 종신지계’라는 구절에서 나왔다. 사실 이 구절 뒤엔 대구 형식의 문장이 더 있다. ‘곡식은 한번 심어서 한번을 얻고, 나무는 한번 심어 10배를 얻고, 사람은 한번 심으면 100배를 얻는다’라는 문장이다. 사람을 심는 것은 ‘교육’을 뜻하며 잘 다듬은 교육으로는 100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어떤 문장으로 보든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선인들이 미리 내다봤다.

일자리 많은 나라, 평생학습 투자 높아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선진국일수록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잘 정착했다는 연구가 있다. 정확히는 OECD가 지난 2020년 “고숙련 일자리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대학이 더욱 개방적이고 유연한 평생학습을 제공한다”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고숙련 일자리가 많은 국가일수록 평생학습에 대한 투자가 크고, 대학의 학점·학위 등과 관련된 부분에서 더욱 개방적이고 유연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 미국, 핀란드, 네덜란드, 독일, 싱가포르 등이 국가 숙련 일자리 비율이 높으면서도 평생학습 참여율이 높은 국가에 속했다. 우리나라는 고숙련 일자리 비율도 크지 않고, 평생학습 참여 비중도 낮은 국가에 포함됐다. 이 조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평생학습 역할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 체계는 유치원에서 출발해 대학으로 끝나는 단선적 성장 경로에 집중 투자하는 형태다. 2022년 기준 교육부 분야별 예산 비중을 보면, 유·초·중·고 79.1%, 대학 13.9%, 평생교육 0.1%만큼 예산이 배분됐다. 우리 사회는 생애 초기에 이뤄지는 이 성장 경로를 잘 마치면, 삶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 불확실성의 증가로 생애 초기 성장경로를 잘 마친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다. 디지털 대전환, 인공지능(AI) 발달 등 기술혁신에 따른 지식의 폭발적 증가로 계속된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했던 것처럼, 모든 근로자의 50%는 5년 내 재교육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대학의 역할 변화를 이끈 요인들
교육부가 평생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주체를 ‘대학’으로 낙점한 데는 이런 시대적 흐름도 크게 작용한다. 평생학습을 상시적으로 제공하는 주체로서 대학의 역할 확대를 목표로 한 이 과제는 지난해 12월, 평생교육법에 따라 5년마다 발표하는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의 5차 계획(2023~2027년 적용)에서 공개됐다. 물론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 전환 과제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대학의 역할을 점차 평생교육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라이프(LiFE) 사업’을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해왔는데, 올해부터는 ‘라이프 사업 2.0’으로 상향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학 수는 올해 50개교, 2027년 70개교를 목표로 한다.


특히「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한 비슷한 시기에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도 확정했다. 예산은 9조7천억원 규모이고,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은 510억원으로 어느 해보다 높다. 이 특별회계는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5차 계획의 1차 년도 해인 올해는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 전환이 좀더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평생교육의 터가 대학이 돼야 할까. 지난 1~3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됐고, 평생학습도시와 평생학습센터가 지정·운영되는 등 평생교육 추진체계가 구축됐다. 이외에도 방송중·고, 학력인정 문해교육, 학점은행제, 독학학위제 등 학력 보완을 위한 평생교육 제도들도 있다. 교육부가 대학에 평생교육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다름 아닌 인구 감소에 따른 국내 대학의 입학 자원 축소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지방으로 갈수록 사립 대학들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 기자 설명회에서 지방 대학의 문제를 평생교육으로 풀어보고자 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라든가, 또 대학의 역할 변화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번 정부 내에서 굉장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에 대학의, 특히 지역 대학들이 학생 모집으로 어려울 때 또 평생학습이 굉장히 중요한 대안이 될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감안해서 이번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송대 고유의 역할 더 깊이 모색
교육부가 추진한다는 대학에서의 평생교육은 사실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다. 바로 ‘방송대’다. 원격고등교육 기관이자 평생교육기관인 방송대는 올해 개교 51년으로, 백년지대계의 절반을 지나왔다. 1972년 개교한 방송대는 보편적 교육 복지를 위해 존재해왔다. 최근엔 2030 재직자들이 직무 능력 향상 및 재교육을 위해 방송대를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존재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있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교육부가 대학들의 체제를 평생교육으로 전환하려는 흐름이 있지만, 방송대는 그동안 우리가 해온 대로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지금 상태에서도 방송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을 발굴해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한 대학 철학과가 폐과 수순이고, 다른 지방 대학들의 경우엔 인문 관련 학과가 사라지는 추세인데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꼭 학과로 만드는 것이 아닌 비학위 프로그램을 방송대가 운영할 수도 있다. 방송대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품질의 인문학 과정을 저렴한 학비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3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