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첼리스트입니다. 제게는 돌이 지난 아기와 반려견이 있습니다. 아기와 반려견을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장기 해외공연에 모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제 옆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제 목숨 같은 아기도, 사랑스러운 반려견도 아닙니다. 첼로입니다. 수천만 원짜리니 파손을 막기 위해 1인석을 하나 더 끊으랍니다. 첼로에게 제 성 ‘김’을 붙여 ‘김첼로’ 씨 항공권을 발급해줍니다.
아기는요? 항공권 가격의 10~20%를 지불하고 ‘아기바구니’를 신청하랍니다. 첼로는 제 옆자리에 모시고, 아기는 바구니에 태웁니다. 그러면, 반려견은?
세상에! 개는 ‘물건’이니 화물칸에 타야 한다네요. 진짜 ‘물건’인 첼로는 비싸다는 이유로 인간과 동격으로 대접받는데, 생명체인 제 반려견은 ‘물건’ 취급을 받고 화물칸에 ‘적재’됩니다. 몹시 불쾌하고 불안하며, 미안하네요. 제발 열 시간이 넘는 비행 내내 반려견이 화물칸에서 잘 견뎌주기를, 공항에 내려 무사히 만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만일 반려견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개는 ‘물건’이라는데, 그렇다면 물건 하나 분실한 걸로 처리된다는 건가요? 세상에 이런 법이!
그런데, 그런 법이 바뀔 것 같답니다.
지난 4월 4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는 민법 조항을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 98조에서는 권리의 객체로서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 고양이, 토끼 등 인간 외 동물은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엄연한 생명체임에도 ‘유체물’, 즉 물리적 형태를 가진 무생물인 ‘물건’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현행법이 이렇기에 반려견도 ‘물건’으로 분류돼, 비행기에서 화물칸에 ‘적재’됩니다. 그뿐인가요. 누군가가 반려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죽여도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그친답니다. 반려인으로서는 자녀가 다치거나 죽은 것처럼 엄청난 사건인데도요.
이에, 동물권단체와 운동가들은 “동물은 물건이 아닌 엄연한 생명체다”, “독일 등 동물권 선진국처럼 독립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라며 민법 개정을 촉구해왔습니다. 저 역시 제 반려견이 ‘물건’이라는 모욕적인 분류에서 속히 해방되기를, ‘생명체’로서 법적 지위를 속히 인정받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