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관 역사에서 2000년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시기에 전국 각지에 도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2004년 6월 경남도립미술관, 2004년 10월 전북도립미술관, 2006년 10월 경기도미술관, 2009년 6월 제주도립미술관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2000년대는 도립미술관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도립미술관 건립은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2021년 3월 전남도립미술관이 개관했고, 2025년을 목표로 충남도립미술관 개관 준비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2006년 개관, 활동 돋보여전국 각지의 도립미술관들은 그동안 ‘도민들의 예술 가득한 삶’을 위해 노력해왔다. 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 도립미술관들은 도내 시군 공립미술관 네크워크를 강화하면서 도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호흡하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래 도립미술관들 가운데서도 양질 모두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동을 펼쳐왔다. 1천300만 경기도민을 위한 미술문화기관으로서 경기도미술관은 지금 지역단위를 넘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가 설립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한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6개 뮤지엄(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가운데 하나로 이 뮤지엄들은 “경기문화예술의 전통과 현재, 미래에 대한 다양한 전시기획”,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자원의 발굴·보존과 홍보”,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지역간, 계층간 문화격차를 좁혀 문화복지를 확산하는 일”을 공통의 과제로 삼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다. 이제껏 칭찬 일색이었으나 불평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미술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보통 지하철 4호선 초지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여기서 한참을 걸어야 미술관이 자리한 화랑유원지에 진입할 수 있다. 유원지 입구에서도 또 얼마간을 걸어야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미술관은 도민들, 시민들이 길을 오가다 잠시, 또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미술관 입지는 문화수용의 지역 간 편차를 줄이고 미술문화의 확산을 도모하려는 의지의 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성남시(분당)나 수원시 같은 대도시 한복판이 아니라 안산시, 그것도 안산의 유원지 한편에 도립미술관을 세운 이유를 헤아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경기도의 미술관이 안산을 비롯한 경기 남부에 집중돼 있음을 지적하면서 경기 남북부 문화인프라의 불균등을 문제 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술관의 성격 강화해주는 인공 수공간 미술관 입구에는 물이 고여있는 인공 수공간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기분으로 물이 있는 구역을 지나면 미술관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과 마찬가지로 경기도미술관의 진입로는 일상과 분리된 이른바 성소(聖所)로서 미술관의 성격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는 과거 미술관 옆에 있던 세월호 합동분양소가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늘 이 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걷는다. 세월호 이후에 ‘애도’는 한국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21년 봄 경기도미술관 앞마당에서 「세월호 7주기 추념전: 진주 잠수부」가 열렸다. ‘진주 잠수부’라는 제목은 한나 아렌트가 발터 벤야민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쓴 에세이에서 가져온 것인데, 전시기획자에 따르면 “과거의 것들이 오래 기억돼 먼 미래에 그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기를 소망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라고 한다. 미술관 건물을 설계, 시공한 예탑건축에 따르면 건축가들은 미술관과 자연환경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앞에서 내가 건넌 인공 수공간은 미술관 뒤쪽에 있는 호수(화랑지)와 관계가 있다. 즉 “인공 수공간을 배치해 심리적으로 호수를 실내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삼은 것”이다. 미술관 뒤쪽 호수의 산책로는 조용하고 아늑해서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