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GPT로 성큼 다가온 AI 세상

 

지난해 말 챗GPT란 요물이 세상에 나오더니, 사람들은 여지없이 학교 과제를 하는데 챗GPT를 사용했다. 대학 적발 사례는 물론 국내 한 국제학교에서도 학급 학생 다수가 챗GPT를 사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같은 ‘기술 부작용’ 문제가 빈번하다. 방송대도 이번 중간과제물 평가를 공지하면서 챗GPT 활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안 걸릴 자신감으로 챗GPT가 답해준 내용을 ‘복붙(복사+붙여넣기 PC 기능을 뜻하는 신조어)’ 하려던 학우가 있다면, 그 시도가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다음을 읽어보면 좋겠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지난 2월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온 ‘2023학년도 1학기 중간과제물 과제명’ 문서에는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생겼다. 주의사항에 빨간 글씨로 ‘과제물 구입, 대리 작성, 상업자료, 챗GPT 활용한 표절 및 학생 간 표절 등이 확인될 때 성적 무효 처리’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과제명에 아예 챗GPT를 활용하도록 지시한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챗GPT를 사용해 답안을 제출했다가는 과제물 점수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학업을 위해 챗GPT를 활용한 대학생이 4명 중 1명이라는 설문조사가 있다. 온라인 구직 업체 알바천국은 지난달 20일 대학생 544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5%는 “챗GPT를 학업에 활용해봤다”라고 답했고, 이들은 주로 과제나 리포트 작성 때 활용했다(55.9%, 복수응답)라고 답했다. 이 외에는 수업 과목과 관련한 정보를 탐색(50%)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학생이 제출한 답안이 챗GPT를 사용한 것인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조금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챗GPT같은 인공지능(AI)이 쓴 글인지를 판별해주는 솔루션이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일례로 하버드대, 예일대 등에서 사용한다는 ‘GPT제로’가 있다. 하지만 GPT제로가 제역할을 해내는지는 아직까지 신뢰성을 장담할 수 없다. 기자가 GPT제로에 학생이 직접 작성했다는 과제물과 기자 본인이 쓴 기사 몇 단락을 입력해봤는데, 모두 AI가 썼다고 답했다. 학교가 섣불리 신뢰도가 쌓이지 않은 AI 식별기를 도입했다간 학생이 직접 쓴 과제물를 잘못 평가할 우려가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AI가 쓴 글인지 정확히 판별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라며 “공개된 몇몇 AI 식별 솔루션들을 맹신해선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방송대 “학생 간 과제 표절 검사 철저히”
방송대 시험관리팀에 따르면, 학교가 이번 중간과제물 평가에 챗GPT 남용 과제물인지 판별하는 솔루션을 따로 도입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챗GPT 활용 과제물인지 솔루션으로 한방에 걸러내는 건 현재로선 쉽지 않다. 다만 과제물을 사고파는 웹사이트에서 구매한 과제물인지, 학생 간 표절인지는 철저히 검사한다. 게다가 일부 샘플이 아닌 학생들이 제출한 모든 과제물에 대해 표절 여부를 확인할 정도로 철저히 처리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챗GPT가 대필한 과제물인지를 적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챗GPT는 같은 질문을 입력하면 같은 답을 내뱉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질문을 조금만 다르게 입력하거나, 잠시 이야기로 채팅하다 다시 그 질문을 치면 다른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챗GPT가 어떤 작동원리로 움직이는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파라미터(쉽게 말해 구조)를 공개한 바 없고, 챗GPT가 동원하는 글감이 무엇인지, 얼마나 방대한지도 비밀이다. 챗GPT가 나에게 준 대답을 다른 사람에게도 해줬는지 모를 일이다.


시험관리팀 측은 학생 간 대필, 상업용 사이트에서 구매한 과제물인지에 대해선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험관리팀 관계자는 “과제물을 온라인으로 제출하다 보니 몰래 학생 간 대필이 일어나는 것으로 안다”라며 “하지만 이를 안 다른 학생이 해당 학생의 성적을 취소해달라는 신고를 하기도 하니 대필·표절에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대는 학생 수가 많음에도 이 학생들이 낸 과제물을 모두 검사하고 있다”라며 “상업용 사이트에서 과제물을 구입했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갖췄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대는 챗GPT 공개 후 처음 맞는 중간과제물 평가인만큼, 추이를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선아 교무처장(생활과학부 교수)은 “교과목마다 과제물 유형에 차이가 있어서 일관된 챗GPT 대응책을 내놓긴 어렵다”라며 “추후 챗GPT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챗GPT 활용과 윤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 대학, 챗GPT 우려에 ‘필기시험’ 부활
다른 대학에서는 챗GPT 대필로 과제물 점수를 0점 처리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교양과목 작문 수업에서 담당 교수가 챗GPT 대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수강생의 작문 과제를 0점 처리했다. 소설 작품을 읽고 A4 용지 절반 분량으로 서평을 쓰는 과제였다. 이때 한 수강생의 문장이 지나치게 평이해 의심이 들었고, 해당 교수가 진행한 AI 표절 검사에서 표절률 60% 이상이란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관계자는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 2단락 중 1단락이 챗GPT 답변 내용과 일치하는 등 표절 정황이 명백해 0점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챗GPT 대필을 막기 위한 방편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의 경우, 챗GPT 대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과제물을 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하는 필기시험으로 전환했다. 중앙대 등 일부 대학 수업에서는 과제 작성시 챗GPT에 대필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챗GPT에게 대필시켰는지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고, 챗GPT의 답변에서 일부 문구를 조금씩 바꾸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도 충분하다. 또한 서약서만으로는 남용 문제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는 서약서 무용론도 팽배하다.

챗GPT 마음껏 활용하란 과제도 생겨
한편 이번 학기 방송대 과제물 평가에서 챗GPT를 적극 활용하라는 과제물도 있어 눈에 띈다. 컴퓨터과학과 1학년 전공과목 「유비쿼터스컴퓨팅개론」의 과제에선 챗GPT를 이용해 문제를 풀도록 지시했다. 때문에 이 과제물에서는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챗GPT를 이용해 방송대에 대한 질문 혹은 개인이 만든 질문을 모두 4개 만들고, 이에 대한 5개의 결과를 얻어내고, 이를 영어로 번역(google translate/파파고 등과 같은 번역기 사용)해 한글 내용과 영어로 번역된 내용을 복사하여 작성하시오’란 문제다. 이어 ‘챗GPT가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3개 만들어 이를 영어로 번역해 한글 내용과 영어로 번역된 내용을 복사해 작성하시오’라고 주문했다. 컴퓨터과학과에서는 챗GPT를 충분히 소재로 다룰만하다. 경영학과 3학년 전공과목 「소비자행동론」의 과제물에서는 챗GPT가 언급되긴 했으나 이를 사용해 답안을 제출하라는 문제는 아니었다.


서울사이버대 「메타버스현황과미래」 교양과목에서는 챗GPT 사용을 전적으로 활용하고,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토록 했다. 담당과목 교수는 학기 초인 2월 강의계획서에서 “인공지능 챗봇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시간을 상당히 절약해주고 있다”며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챗GPT 사용을 승인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 활용을 금지한 채 인간의 기본 능력만 발휘해 성과물을 만든다면 아마 인류는 아직도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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