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영화「드림」에서 ‘열정리스’ 사회생활 ‘만렙’ 다큐 PD 맡은 연기자 아이유

아이유. 사진 제공=EDAM엔터테인먼트

아이유(이지은)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4월 25일 개봉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에서 ‘열정리스’ 현실파 다큐멘터리 PD 소민 역을 맡은 아이유는 최소한의 열정으로 최대 효율을 내보이는 사회생활 ‘만렙’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영화 「드림」은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소울리스’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이 계획도 의지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다큐멘터리지만 감동 포인트를 강요하는 현실파 PD 소민이 합류하고,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노숙인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택견인지 축구인지 헷갈리는 실력의 노숙인 선수들의 환장할 팀워크를 보며 홍대는 기가 막히지만, 포기할 겨를도 없이 월드컵 출전일은 코앞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08년, 중3 때 가수로 데뷔한 아이유는 지난해 국내 여성 가수 중 처음으로 꿈의 무대라 불리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정도로 가요계에서는 그 입지를 탄탄히 했다.

 

「드림」은 아이유가 출연한 두 번째 영화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렸다가 다시 찾아오는 미혼모라는 다소 의외의 캐릭터를 맡았던 데뷔작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22)에서 아이유는 내면의 성장을 이뤄가는 복합적인 인물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제75회 칸 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도 밟았다.

 

사실 아이유가 연기로 영역을 확장한 건 이미 오래전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감독 김원석, tvn, 2018)에서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히는 지안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디 그뿐인가. 「프로듀사」(연출 표민수 외, KBS, 2015), 「호텔 델루나」(연출 오충환·김정현, tvn, 2019),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연출 김규태, SBS, 2016)로 연기자 아이유의 팬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늘어갔다.

 

섬세한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온 아이유의 두 번째 영화「드림」은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 감독 반열에 등극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다. 박서준과 한 치의 양보 없는 ‘티키타카’ 케미부터 이병헌 감독 표 현실 공감을 유발하는 촌철살인 속사포 대사까지 즐길 거리가 넘친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교섭」(감독 임순례)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의 단비가 됐다.

 

최근 불거진 표절 의혹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아이유는 지난 13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드림」무대인사에서도 손편지를 공개하며 팬들에게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을 전하기도 했다. 10대에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해 어느덧 가요계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 됐고, 드라마에 이어 영화계까지 그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아이유는 침체기를 겪고 있는 현 한국 영화계에 그야말로 보석 같은 존재다. 여려 보이는 외모지만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아이유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영화 「드림」포스터. 사진 제공=퍼스트룩


「드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드림」 시나리오는 4년 전에 받았어요. 개봉으로 보면 두 번째 영화이지만, 사실 크랭크인은 「드림」이 먼저였죠. 코로나19가 터지고 중간에 쉬게 되면서 「브로커」를 찍었고, 마무리를 「드림」으로 한 거죠. 예전 드라마에서는 어둡고, 사연 많은 역할을 주로 했어요. ‘이제는 사연 없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드림」 시나리오가 들어온 거예요. 소민이는 정말 사연이 없어요. 자기 입으로 열정 페이에 맞췄다는 전사만 있는 캐릭터죠. 그런 부분들이 아마 마음에 와닿았던 거 같아요. 촬영하면서 제가 더 밝아진 거 같기도 합니다.

 

소민의 캐릭터가 처음에는 ‘열정리스’ PD였는데, 점점 더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바뀌어요

“이 미친 세상에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닌가?”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소민이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한줄이라 생각했어요.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노숙인분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변화하는데요. 사실 저는 소민을 열정이 많은 사람으로 받아들였어요. 자신의 열정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니까 방어기제처럼 “열정 없어요, 돈벌려고 하는 거예요”라고 일부러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러다가 홈리스 풋볼 월드컵이 딱 계기가 된 거죠. 그때부터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영화 초반부에서 홍대(박서준)와 ‘티키타카’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촬영 날이 정말 폭염이었어요. 모니터하는데 보니 정말 눈이 더위를 먹은 것처럼 살짝 풀렸더라고요. 감독님이 원한 느낌처럼 약간 미친 사람 같이요(웃음). 이병헌 감독님 디렉팅이 정말 세세해요. 아주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고 있으면 좋겠다라든지 그런 방식으로요. 완벽하게 오케이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돼서 5분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드렸죠. 감독님이 제가 보통 말하는 속도의 1.5배로 해보라며 시범을 보였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감독님 말투를 따라 하려고 노력했어요. 스크린에서 감독님이 그날 저한테 보여주신 것들이 그대로 구현된 걸 확인하면서 연출의 힘을 느꼈죠.

영화 「드림」스틸컷. 사진 제공=퍼스트룩

이른바 ‘이병헌 사단’과 연기 합은 어땠나요

저 말고는 다들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이 많잖아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저만 못 따라가는 건 아닌가 해서 초반에 조금 힘들었어요. 다른 선배 배우들은 이미 축구를 같이 하면서 친해지기도 해서 부지런히 따라가려고 노력했죠. 성격상 사람들과 가까워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인데, 다행히 선배 배우들께서 마음을 열고 저를 대해주셨어요. 쉬는 시간에 물병 던지기 게임도 하면서요. 초성게임, 눈치게임 뭐 많이 했죠. 꼴찌가 커피를 사는데 제가 좀 게임에 승부욕이 장난이 아닌 편이라 한 번도 커피를 산 적은 없습니다(웃음).

 

박서준 배우와 호흡이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센스가 좋은 거 같더라고요. 순발력이나 재치가 정말 매씬에서 놀랄 정도였죠.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부러움도 느꼈고요. 저보다 분량도 훨씬 많고 액션씬도 있고, 축구 장면도 소화해야 하는데, 모든 씬을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만약 한 번 더 호흡을 맞추게 된다면 또 투덕거리고 싸우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서로 얄미워하고 분해하는 리액션들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거든요(웃음).

 

영화 「드림」이 추구하는 ‘드림’은 무엇인가요

코로나19 상황과 직면하면서 제작 과정이 길어졌고요, 찍다가 배우들도 다른 작품에 들어갔어요. 저도 「브로커」를 했듯이요. 그렇게 ‘헤쳐 모여!’ 하면서 완성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끝까지 간 거라, 개봉한 것 자체가 우리의 ‘드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서 찬 한 골이라 한 분의 관객이라도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작에 참여한 모든 분의 ‘드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유. 사진 제공=EDAM엔터테인먼트


연기자 아이유의 ‘드림’은요

사실 요즘은 큰 목표가 없어요. 하루하루 주어진 스케줄을 잘 마치는 것?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데요, 하루에 예정된 씬을 끝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고요. 환경 때문에도 그렇고요, 그날 예정됐던 씬들 다 마치고 집에 딱 들어갔을 때, 그 자체가 하루하루의 ‘골(goal)’, 목표인 거 같아요. 어느 것도 소홀하지 않고 하나하나 다 또박또박 해내는 것이 목표죠.

가수 아이유, 연기자 아이유. 부담은 없나요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에 가까운 거 같아요. 만약 부담이라고 한다면 그 부담을 조금 즐기는 편인 거 같고요. 외부적 시선을 둔다고 해도요, 저는 스스로 부담이 있을 때 능률이 더 나오는 편인 것 같아요. 너무 마음이 편하고 아무도 내게 제한을 두는 게 없는 상황보다는, 데드라인이 있을 때 결과물도 빨리 나와요. 그런 부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아요. 특히 30대에 접어들고서는 계획하지 않고 정말 만나지는 그대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지내면서 얻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20대에 못 보고 지나친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어서, 지금은 굳이 하루하루를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냥 ‘오늘 하루 일을 다 못하면 넌 아무것도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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