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무엇을 위하여 종(種)은 어울리나

10여 년 전, 중국어를 몇 달 배운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중국어로 “무슨 동물이 가장 무서우세요?”라고 제게 질문하셨습니다.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인간이요”라고 답했습니다. 얼마 후, 아프리카 출장에서 돌아와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거기 뱀도 많지 않나요? 뭐가 가장 무서웠어요?”라고 물으시길래, 역시 “사람이요”라고 답했습니다. 인간, 사람이 가장 무섭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뜬금없지만,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다음의 표현 중 틀린 것은 몇 번일까요?   “곤충을 원료로 한 사료는 동물복지 향상에도 기여하는 착한 사료” “욕설, 몸싸움 난무한 동물국회” “사람이 먼저라면서요, 왜 동물을 더 위하나요?” “인간이 동물보다 나은 점은…” “저, 저! 동물만도 못한 인간!” 답은 5개 모두 틀렸다는 것입니다.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생명윤리학적 관점까지 동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동물’, ‘인간’, ‘사람’의 정확한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기만 해도 되죠. 놀라운 것은 위와 같은 표현들이 드물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선, 1번은 한 통신사에서 ‘동애등에’라는 곤충으로 만든 견용 사료를 홍보하는 기사에 쓴 표현입니다. 해당 기사에는 “제품 원료로 활용된 곤충에 대해 참 고마운 존재”라며 “다른 가축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여준다”, “채식을 선호하는 애견인들 사이에서 환영받고 있다”라는 설명도 들어있네요. ‘곤충은 동물이 아니다’라는 전제 하에 쓴 기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그 전제가 맞을까요? ‘동물’을 사전에서 검색해봅니다.  두산백과: 동물 [ animal, 動物 ]  생물계의 두 갈래 중, 식물에 대응하는 생물군이다.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소화나 배설 및 호흡기관이 분화되어 있다.국어사전: 동물(명사)  1. 생물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현재 100만~120만 종이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약 80%는 곤충이 차지한다. 원생동물부터 척추동물까지 23개 문(門)으로 분류된다. 주로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운동, 감각, 신경 따위의 기능이 발달하였다. 소화, 배설, 호흡, 순환, 생식 따위의 기관이 분화되어 있다.2. 사람을 제외한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한자사전: 動物(단어)  動 움직일 동 物 물건 물생물계(生物界)를 식물(植物)과 함께 둘로 구분(區分)한 생물(生物)의 하나. 길짐승·날짐승·물고기·벌레·사람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사전의 설명을 참고하면, 동애등에를 비롯한 곤충(벌레)은 동물에 속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동물의 약 80%가 곤충이라는데, ‘곤충은 동물이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기사’를 쓰다니요. 게다가 개체 수 관점에서 보면, 같은 분량의 사료를 만들기 위해 소나 돼지보다 곤충이 훨씬 많이 희생될 텐데요! 곤충에게 참 미안한 일입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2번은 짐작하시겠지만 여러 언론사에서 사용한 표현이지요. 3번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건 문재인 정부 시절, 육견협회에서 개식용금지법 제정을 막고자 사람(육견업자, 그들의 이익)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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