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택배 상자나 차량 앞 유리창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보이스 피싱을 시도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는 아직 존재한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그 누구에게라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방송대 학생회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서도 학우들에게 행사 소식을 알리는 요령, 2면에서는 주체적 개인정보 사용을 위해 고민해봐야 할 개인정보 스펙트럼을 알아보고, 3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힘쓰는 정재화 방송대 교수(컴퓨터과학과)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방송대 학생회가 행사를 열 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바로 ‘홍보’다. 홍보업무를 맡은 학생회 임원 학우는 고민하게 된다. 지금 당장 확보된 학우들의 연락처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연락을 취할 것인지를 말이다. 과거엔 학생회에서 대대로 축적돼 내려오는 연락망이 있어서 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이를 활용해 연락했다가는 ‘내 연락처를 어떻게 구했냐’는 항의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매 학기 재적생 수가 달라져 현재 재적생들의 연락처를 얻기도 쉽지 않다. 동문들까지 참여하는 행사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락해야 할지 까마득해진다. 그래서 학생회 홍보 담당 학우는 무작정 지역대학이나 학과 사무실로 연락해 “학우들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는가”라고 묻기도 한다.
이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그럴 수 없다’다.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해, 학교는 수집한 개인의 정보를 제삼자에게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벌칙)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에 따르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공유)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한번 누군가에게 공유된 개인정보는 더 이상 정보 수집 주체(학교)가 통제할 수 없게 되므로 사실상 개인정보 자체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
그래도 대안은 있다. 학교 측에 행사 홍보의 대상이 되는 학우들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즉, 학생회가 학우들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를 직접 공유받을 수는 없지만, 학교에 이 업무를 요청할 수는 있다. 직전 학생회로부터 제대로 인수인계를 받은 홍보 담당 학우라면, 또한 지금 이 기사를 읽은 학우라면 앞으로는 학교 측에 다짜고짜 ‘학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잊을만하면 생기는 ‘학우 연락처 해프닝’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학우들이 다니고 있는 방송대에선 학우 연락처 확보를 두고 아직도 학교와 설왕설래를 빚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국민 속속들이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지역 총학생회장 A학우는 “지난해 지역대학의 학과 학생회장을 할 때도 처음엔 학교가 학우들의 연락처를 가르쳐줘선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라며 “학생회는 입학 시즌에 단체 문자 메시지를 두 번 정도 학우들에게 보내야 하는데, 이를 학교 측에 요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A학우는 “방송대는 다른 사이버대학과는 달리 많은 과목에서 출석수업을 하고 있고, 지역대학 아래에 뻗어있는 스터디들을 통해 삼삼오오 학우들이 만나 공부하는 게 중요한 곳”이라며 “학우들의 오프라인 활동들을 돕기 위해선 학생회가 관련 소식을 문자 메시지 등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지만, 수월하게 연락을 취하기가 현재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지역대학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수천 명의 재적생 중 행사에 참여한 재학생 수는 몇백 명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학교 문자 메시지를 통해 행사 소식을 접하고도 직장, 가정 등의 사유로 행사에 오지 못한 학우들이 많았겠지만, 홍보의 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도 사정은 있다. 전국 단위로 민원을 받는 학교 당국은 학우들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대학본부 행정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입학 시 정보 수집 및 활용에 대한 선택 사항에 동의를 했음에도) 학교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반감을 갖는 학우들이 있다”라며 “학생회 요청들이 학우들의 학업에 필요한 정보인 것을 우리도 알고 있지만, 학생회의 요구를 모두 따라주기는 어렵다. 학우들 중에선 본인 정보를 어떻게 쓰는지 따지기도 해 우리도 조심스럽게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학교와 학생회 간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회가 한 해 홍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홍보가 반드시 필요한 행사나 알려야 할 공지사항이 연중 언제, 몇 회가량 발생할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또한 단체 문자의 효과와 학우들의 편익을 고려할 때, 지금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적절할지 재차 검토해야 한다. 단체 문자 메시지 요청이 가능한 학내 창구는 대학본부 학과 사무실이나 지역대학 행정부서 등이다. △지역 △학과 △수강과목 등으로 그룹을 특정해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모아 보면 소름 돋는 개인정보 유출 사례

과거엔 집집마다의 연락처가 적힌 전화번호부를 발행했고, 어느 치킨집은 전단지에 사장 주민등록번호까지 내걸면서 맛을(?) 자랑하곤 했다. 그만큼 개인정보가 널려있었다. 수차례 기업들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터지고 나서는 ‘이제 내 주민등록번호는 공공재’라는 대중의 냉소도 나온다.
그러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대기준’이 세워진 것은 2011년 「개인정보 보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같은 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정부가 직접 관리와 감시에 나섰다. 그전까지는 분야별 법률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조항을 뒀었다. 1994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1995년 제정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1999년 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었고, 2011년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 이후 각 법률에서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2012년엔 ‘온라인상 주민등록번호 수집 법정주의’를 도입한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고, 범정부 ‘주민번호 수집·이용 최소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을 통해서도 주민등록번호 수집 법정주의를 도입했다. 2014년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 암호와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2016년엔 「정보통신망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이와 같은 수차례의 법 개정과 정부의 감시 노력으로 법은 더욱 촘촘해지고 국민 개인과 기업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
십수 년째 기업들에서 수천만명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방송대가 재학생 연간 18만명, 동문 80만명의 인적자산을 보유한 곳인 만큼, 학우 모두가 개인정보 보호에 한층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