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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구성원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방송대의 영문 이름은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이다. 방송대가 국립대학이고 1969년 설립된 영국의 The Open University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격대학이라는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필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보다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가 방송대를 더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Open University’에서 ‘Open’은 어떤 의미일까? 겸연쩍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필자는 ‘Open’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 방송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등교육의 기회가 제한되었던 학습자가 방송대를 통해 교육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수많은 감동 사례를 접했고 이를 통해 방송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 역할이 ‘Open’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영국 The Open University는 ‘Open’의 의미를 ‘학습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학습자의 학력 등 자격과 관계없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Open’은 입학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방송대에서 접한 수많은 감동 사례와 방송대의 사회적 역할은 이러한 의미의 ‘Open’에 잘 부합한다.


그런데 영국 The Open University는 ‘Open’의 의미에 다른 한 가지 관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자격을 갖춘 학습자에게 입학할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학습자가 자신의 학업 목표에 따라 자기 페이스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표현하면, ‘Open’의 의미에는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의 유연성 관점에서 방송대는 얼마나 ‘Open’되어 있을까?  방송대 학기제는 3월에 시작하는 봄학기와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로 정해져 있고, 학기마다 서로 다른 교과목이 개설되고 있다. 여름과 겨울의 계절학기에는 신규 학점 취득이 불가능하고 재수강만 가능하다. 경력 전환 등을 목표로 배경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입학한 신편입생 학습자가 교육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사전교육 제도도 없으며,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밀도 있는 상호작용을 통해 폭넓고 깊이 있는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습자를 위한 심화학습 제도도 없다. 공급의 유연성 관점에서 방송대는 ‘Open’되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방송대가 지난 50여 년 동안 고등교육 확대에 기여하고 원격교육을 선도하면서 ‘Open’의 한 가지 의미를 수행해온 대학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 동안 다양한 학습자의 학업 목표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했던 것도 분명해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70%를 상회한 건 벌써 20년 전 일이고, 코로나19 이후로 원격교육에 관한 관심은 확대되었지만 원격평생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은 방송대 이외에도 너무나도 많다. 이제는 방송대가 그동안 고려하지 못했던 ‘Open’의 다른 의미인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보면 어떨까? 방송대 구성원으로서 방송대가 공급의 유연성까지 확보하고 진정한 의미의 ‘Open University’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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