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나는 30여년을 교직에 있었다. 서울 여상에서 5년, 동의대에서 26년간이다. 대학원 수료만하고 25세에 바로 결혼을 했다. 그 이후 애 셋을 잇달아서 낳고 살면서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다. 52세에 겨우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 가르치고, 논문 쓰고, 집안 일 보고, 애들 키우고, 가난하고 별난 남편 뒷바라지까지… 정말 산다는 것이 전쟁과 같았다.


세월은 흘러 2006년도 65세에 정년퇴임을 했다. 이제부터 우리 부부는 노년을 평안하고 아름답고 정겹게 지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평화가 깃들었다. 그런데 그 이듬해부터 남편이 암으로 고생하기 시작했고, 2년여 신고 끝에 2009년도에 저세상으로 떠났다. 내 나이 69세 때였다.


애들은 이미 셋 다 결혼해서 우리 곁을 떠났고, 남편도 떠나고, 이미 직장도 떠나왔다.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텅 빈 환경과 몸과 마음을 끌어안고 외로움과 싸웠다. 그때 신문과 함께 끼어 들어온 쪽지에 B대 평생교육원 소식지가 있었다. 그리하여 바로 그곳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 입학했다. 3학기, 1년 반을 들었고 시로 등단도 하고 시집도 냈다. 시가 서술적이지 않나? 하는 동생의 말을 듣고 바로 수필 창작반에 다시 입학을 하고 3학기, 1년 반을 또 수강했다. 그리하여 〈문학시대〉에 수필로 등단함으로써 수필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러던 중에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는 “더 늦기 전에 ‘자기역사’ 기록을 남겨서 인생 2막 준비를 위해 1막을 되돌아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일본의 예를 들었다.


‘지(知)의 거장’이라 불리던 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생전에 100권이 넘는 저서를 통해 수많은 생각들을 기탄없이 세상과 공유했고, 2008년 릿쿄대에서 ‘자기역사(自分史) 쓰기’라는 강좌를 운영한 적이 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한 강좌였는데, 40여 명의 수강생이 그의 지도하에 한 학기 만에 자기역사를 써냈다고 했다.


그는 저서 『자기역사를 쓴다는 것』에서 “사람은 60세 정도 되면 자기역사를 쓰고 싶어 한다”라며 시니어 세대는 반드시 인생을 되돌아보고 기록하라고 권했다. 100세 시대에 인생 2막 무대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도 1막을 되돌아보고 ‘내 인생은  뭐였던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다.


다 늙어서 시 창작반과 수필 창작반에서 공부할 때도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년퇴임을 한 분들이었다. 그리고 우리 수필반 학생들이 부산의 동부문화원에서 그 지역 어르신들과 같이 수필 강의도 듣고 대화를 나누고, 또한 함께 수필집을 낸 일이 있었는데, 채소장수 아주머니, 과일가게 아저씨, 세탁소 아저씨 등등 보통사람들과의 모임은 참으로 마음 뜨겁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진솔하게 자신들의 삶의 내용을 들려 줄 때 눈시울이 뜨거웠던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들 속에서 나는 뒤늦게 배우기 시작한 수필 공부를 활용해 썼던 글 등을 모아 이번에 처음으로 『모차르트를 사과하다』라는 수필집을 내놓을 수 있었다. 분명히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많은 힐링이 됐다. 노년에 어려운 논문까지 쓴다고 애쓸 수 없지만 또 다른 새로운 과제를 안고 목표를 세우고 산다는 것은 외로움도, 삶의 무상함도 완화시켜주는 좋은 일임을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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