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방방톡톡

이순을 넘긴 나이에 포부도 당당하게 방송대에 들어왔고, 우여곡절 끝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니 당황스러웠던 입학 당시가 생각난다.


강원도 산골 출신인 나는 정규과정의 고등학교가 아닌 대입 검정고시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도 큰 기대와 설렘으로 방송대에 입학원서를 냈다.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컴퓨터 수업도 몇 개월 받으며 착실히 입학준비를 했다. 입학 허가가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습관을 미리 방문해 학습에 필요한 정보들을 챙겼다.


들뜬 마음으로 입학식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중에 느닷없이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나의 입학식을 망쳐버렸다. 입학식에 대한 환상은 입학과 동시에 깨졌고 각 학습관은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폐쇄되고 말았다. 따라서 신입생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는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기는 예외 없이 진행됐고, 출석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세계적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이라 날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냈다. 예방주사도 맞고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결국은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하필 중간 과제물을 출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말이다.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터라 학술적 글쓰기를 요구하는 과제가 생소했다. 지시문을 몇 번을 읽어봐도 도무지 뭐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었다. 학교 온라인 카페에 선배들이 올려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고, 동급생들과 온라인 톡방을 만들어 서로 소통하니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에 걸려 죽을 만큼 아픈데도 독한 약을 먹어가며 과제물을 마무리해 제출했다. 이후 내리 일주일을 호되게 앓았지만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털고 일어났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1학년을 마치고 나니 차츰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중간·기말시험을 마칠 때마다 배낭여행을 다니며 스스로의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지난 3년을 회상해보니 울고 싶을 만큼 힘든 날도 있었지만, 전 과목 A+을 받아서 전액 장학금을 받는 기쁨도 맛본 터라 여한이 없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딘 학우들과 대만으로 졸업여행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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