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권단체들 중 지명도로는 동물권행동 카라, 규모로는 동물자유연대를 꼽는다. 2017년 11월 설립된 동물해방물결은 앞서 언급한 두 단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단체다. 그러나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이라는 슬로건에서 짐작되듯 이 단체의 지향점은 상당히 높다.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앞, 오래된 인문학서점 풀무질과 같은 건물에 자리잡은 동물해방물결은 ‘두루미출판사’를 함께 운영한다. 두루미출판사에서는 계간지 <물결>을 발행해왔으나, 재정 문제로 현재는 휴간 상태다.
동물해방물결이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일상언어 속 종(種) 평등’이다. 2021년 이들 단체가 구조한 소들은 ‘6마리’가 아니라 ‘6명’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인간 외 동물을 세는 단위도 ‘마리’가 아닌 ‘명’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목숨 명(命)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 외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지닌 생명체이므로, 이들을 셀 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목숨 명(命) 자를 써야 한다”라는 주장이다.
2021년 5월 25일, 동물해방물결은 서울 종로구에서 ‘종(種)평등한 언어생활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윤나리 동물해방물결 사무국장은 “마리가 아니라 명(命)이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시점”이라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윤 사무국장은 “사회 각 분야에서 성차별 등 각종 차별적 언어를 개선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유모차를 유아차로, 자궁을 세포가 착상하는 기관이라는 뜻의 ‘포궁’으로 바꾸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외 동물을 차별하는 표현도 개선이 필요하다. 언어는 사고 체계와 문화에 핵심적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무국장은 인간의 필요에 맞춘 ‘물고기’, ‘젖소’ 등의 용어의 기괴함과 폭력성을 지적하며, 물고기는 ‘물살이’로, 젖소는 소의 종(種)에 따라 홀스타인, 저지 등으로 부르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들 각자에게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라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