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명저 106선 해제 3]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2014)는 1980년 5월 광주의 상처를 환기하고 증언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중심에 있는 것은 광주에서 계엄군의 총에 죽은 소년 동호에 대한 기억과 애도이며, 그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항쟁의 마지막 날인 5월 27일의 패배와 죽음, 그후로도 지속된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티프다.『소년이 온다』는 그렇게 1980년 5월 광주를 통과해온 희생자들의 죽음과 고통의 기록이자 그들에 대한 문학적 애도의 제의(祭儀)다. 더 나아가 이 소설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사실 기록을 넘어 1980년 광주의 진실을 어떻게 기억하고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문학적 탐구이자 응답이다. 작가는『소년이 온다』에서 1980년 5월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오래도록 겪어야 했던 고통스런 사연을 들려준다. 항쟁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그날의 기억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1980년 광주를 현재의 사건으로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강은 과거 광주의 현장에서 시작해 30년 후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건너뛰는 구성 속에서 각 장마다 화자를 옮겨가며 살아남은 자들의 삶에서 지속되는 폭력과 억압, 끔찍한 고문의 고통과 수치심 등을 부각한다. 이들은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출판사에 취직해 군사정권의 검열과 탄압을 겪으며 홀로 살아남은 수치심을 견디고 있거나(김은숙), 참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김진수). 또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환경단체에서 상근하는 중 광주에 대한 증언을 요청받고 증언할 수 없는 고문의 고통에 몸서리치는 이도 있다(임선주). 그러면서 작가는 이들의 몸과 마음에 트라우마로 각인돼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5월 광주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 저마다의 기억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항쟁의 마지막 날 계엄군의 총에 죽은 소년 동호에 대한 기억이다.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고통 묘사한강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동호를 소환한다. 김은숙과 김진수, 임선주 등의 후일담에서 이들의 고통을 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날 도청에서 어린 동호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혹은 그를 도청에 남겨두고 자기는 그리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그렇게 해서 동호는 죽고 자기는 살아남았다는 자책과 죄의식이다. 한강은 그렇게 살아남아 고통을 겪는 자들이 죽은 자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내부화하는 그 슬픔과 죄의식의 고통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1980년 5월의 트라우마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통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동호는 그 고통의 한가운데서 살아 숨쉬는 존재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어두운 죽음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소년 동호를 현재 속에 되살려내려 한다. 그것이 이 소설의 지향점이다. 우선적으로 이는 살아남은 인물들이 죽은 동호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죄의식의 고통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환기한다는 설정을 통해 이뤄진다. 동호의 존재는 바로 그 고통의 한가운데서 떠오른다. 동호는 이 인물들에게 살아남음의 수치와 죄의식을 환기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그들 모두는 그를 잊지 않고 어떻게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 속으로 호명한다. 이때 이들의 고통스런 죄의식이란 살아남은 자들이 스스로의 고통을 죽은 자들의 고통과 겹쳐놓는 연대의 형식이다. 죽은 소년을 되살려낸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학살에 희생된 소년을 현재 속에 떠오르게 해 밝은 빛 속으로 이끄는 것이며 이를 통해 그를 망각의 어둠에서 구원하는 것이다. 이때 동호를 구원한다는 것은 곧 살아남은 자 모두를 고통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더 나아가 1980년 5월 광주를 구원하는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단순한 희생자의 고통을 넘어선 인간적 존엄의 증거를 곳곳에서 확인하고 강조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고통을 통해 연대한다. 그리고 동호는 그런 고통의 연대를 통해서만 되살아나고 구원받는다.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장으로 덧붙여진 ‘에필로그’를 통해 이러한 주제의식을 더욱 강조한다. ‘에필로그’에는 동호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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