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요즘 주위에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 걸린 분들을 자주 보고 듣는다. 흔히 말하는 치매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수업을 들었던 한 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치매가 왔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2년 동안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처음엔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기억력이 감소했다. 그러다가 나중엔 화장실 가는 것 등 일상의 운동 관련 인지능력이 사라졌다. 퇴화에도 순서가 있는 듯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의사가 된다. 늙고 병든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과학적 사고와 실천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고려된다. 2024년 한국의 치매 환자 수 추정치는 100만 명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늪에 빠진 한국은 늙어가면서 동시에 아파하고 있다.


인류는 아직도 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지 모른다. 과학의 최전선에 아밀로이드 가설이 있다. 단백질로 된 섬유 응집체가 뇌혈관 주위에 축적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섬유 응집을 막기 위한 치료제가 많이 쓰인다.


파킨슨병에 걸린 한 출판사 대표는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걷고, 근육 운동을 계속 강하게 한다. 약물 치료와 스트레스 벗어나기도 중요하다. 스스로 과학자가 된 셈이다. 뇌는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을 지닌다. 뇌는 한쪽이 파괴되면 다른 쪽에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그렇기에 더욱 과학적 사고와 실천이 중요하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과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건강한 ‘생존’을 위해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너무나 많은 정보, 특히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틀린 정보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다. 이른바 ‘인포데믹’이라고 불리는 정보 전염병은 심각하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풍토병(endemic)’의 합성어다. 시공간을 유유히 넘나드는 인포데믹은 죽음을 불러온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초기에 알코올 성분 세척제로 바이러스를 죽이고자 했던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다. 과학적 사고가 배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인포데믹에 맞서기 위한 ‘회복탄력성’을 강조한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과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아집에서 벗어나는 유연한 생각이 사람을 살린다.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과학이 없으면 자신의 경험만이 신념이 되고, 신념은 때론 폭력마저 불러온다.


과학적 사고와 판단이 부족하면 잘못된 정보에 휩싸인다. 이에 기반한 선택과 행동은 자신은 물론 주위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가 합리적 실천을 부른다.


동물행동학 박사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가재가 노래하는 곳』(살림, 2019)을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대사 중에 “자연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상수는 모든 건 변화한다는 사실”이 있다. 모든 건 바뀌고, 이 또한 지나간다. 영원한 진리는 이것뿐이다. 그렇다면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변화에 맞서고 대응하는 힘은 과학에 있다. 몸과 생각의 회복력을 갖추는 게 바로 과학의 힘이다. 나이 들어도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그러한 회복력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다. 그렇지 못하면 남는 건 죽음뿐이다.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