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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권유로 방송대에 입학하게 됐다. 학과에 대한 어떤 이해와 정보도 없었고 정보를 찾아볼 능력도 없었다. 막연히 우리 말과 글에 대해 공부하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과 나름 옹이처럼 맺혀있는 감정들을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했다.


과제물이 많아 자연스럽게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다양하게 읽어 볼 기회가 주어졌고, 어느 때는 과제물을 쓰며 내 감정에 취해 울기도 했다. 차츰 객관적인 시각과 감정의 완급 조절에도 힘이 생기면서 어느결에 내 가슴의 딱딱한 옹이는 말랑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고전을 읽으며 불타는 구국일념이 보일 때는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기가 막힌 풍자와 해학을 보며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기도 하고 절묘한 비유와 은유가 더해지면 슬며시 여유와 지혜로움이 느껴졌다. 역사와 시대의 배경에 합리적 시각으로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할 때도 있었다. 현대작품에서는 예상치 못한 시각과 해석에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작품도 있지만, 대리경험을 하면서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됐다. 감정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과 정서적으로도 조금씩 무장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얼마 전 평소 온화하던 친구가 버럭 화를 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왜 그러냐고, 어떤 일로 내게 불편한 감정이 생겼는지 표현하고 풀어보자” 했더니 친구는 복잡한 심경이 가득한 얼굴로 실은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겨 신경이 곤두서서 순간 표현이 잘못됐다며 미안하다 사과를 했다. 속으로 서운했던 감정을 풀고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야! 오래 전 선생님이 하신 말씀 있잖아. 마른 콩이 물을 그냥 흘려보내기만 한 것 같아도 얼마 후에는 콩나물이 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콩나물처럼 길러진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니 이럴 때 우리가 배운 것을 발휘해보렴, 서두르지 말고 길게 봐서 어떤 게 더 나은 건지 신중히 결정하는 게 맞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친구가 활짝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나의 격려가 힘이 돼 어렵던 일이 잘 풀리게 됐다며 좋은 소식은 빨리 알리고 싶어 달려왔단다. “역시 국어국문학에는 어떤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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