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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이 정한 ‘독서의 달’이다. 그렇지만 갈수록 하락하는 국민 독서율 앞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 독서의 달은 큰 울림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독서의 달이라고 전국 공공도서관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개최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포함 일반도서 기준)은 47.5%로, 2명 중 1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스마트 다매체 환경에서 독서 활동은 감소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독서의 필요성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아는 만큼의 세상을 사는’ 존재로서 독서의 장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책을 매개로 지식과 지혜의 정수를 만날 수 있고, 무한한 간접경험으로 세계를 확장하고, 창의력 함양, 인지 능력 향상부터 치매 예방까지 독서의 효용성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개인과 사회의 독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 국회로 넘어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 총 예산안은 올해보다 2.8% 증액됐고,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역시 3.5% 증가했다. 반면 독서 관련 예산은 올해의 114억 원에서 내년에는 12억 원으로 대폭 축소되어 정책의 잔해만 남게 됐다. 민간단체를 통해 시민의 독서 활동 지원 사업 대부분이 사라졌다. 영유아 독서 지원 사업인 ‘북스타트’나 ‘독서동아리 지원’, 문화공간에서 만나는 작가 강연 프로그램 등 시민에게 책을 가까이 하도록 돕던 사업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폭격을 맞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출판, 지역서점, 파주출판도시 지원 사업 등도 같은 신세다. 책 생태계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하던 지원 사업들이 줄줄이 국고 지원 제외 대상이 되면서 책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원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의 독서정책이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복원되기를 바란다.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여전히 70% 이상의 성인 독서율을 유지한다. 사회적으로 독서를 장려하고 독서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명제가 틀리지 않다면, 책 읽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독서문화 조성이 긴요하다. 관건은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독자 개발’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함께 읽는 독서시간을 정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예산 타령을 하지 않으면서도 가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일부 초·중·고에서는 ‘아침 독서’ 시간을 정해 매일 1교시 수업 전 20분 동안 전교생이 함께 책을 읽는다. 소수이지만 직장에도 이런 곳이 있고, 군부대에서 저녁 취침 전에 ‘독서 점호’를 하는 곳도 있다. 함께 책 읽는 시간이 있는 환경에서는 평소에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독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 이를 가정과 학교, 직장, 각종 조직과 공간에서 시행한다면, 독서율 향상은 물론이고 책을 통한 소통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진화와 발전을 꿈꾸는 개인과 사회라면 독서가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한다. 그래서 책과 친밀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는 독서 진흥정책을 펼치고, 아침 독서로 하루를 여는 가정과 학교, 직장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독서의 달’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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