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지평을 넓히는 방송대인

신은정 동문을 처음 만난 건 지난 7월 17일 ‘방송대 발전후원의 밤’ 행사에서였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주)에스이산업개발 대표이사’라고 적혀 있었다. 대학진학 대신 직장생활을 하던 신 동문은 1989년 방송대 가정학과(현 생활과학부)에 입학해 10년 만에 졸업했다. 그의 공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창업을 준비하면서 환경보건학과(현 보건환경학과) 3학년에 편입해 2년 만에 졸업했다. 그는 지금 모교인 방송대 일에도 적극적이다. 발전후원회 이사, 방송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방송대 동문들로 구성된 ‘행복한 동행’의 일원이기도 한 그를 9월 11일 오후 4시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주)미래환경분석’ 대표실에서 만났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방송대는 저에게 단순히 학사학위를 준 학교가 아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서 세상 어떤 공부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준 곳입니다.
또한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하면서

보고 배우며, 더욱 열심히 살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한 대학입니다.

 

“스물두 살에 방송대 진학했어요. 제가 89학번이니까 그때는 정말 공부와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자료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생소하겠지만, 카세트테이프 한 박스에, TV강의를 시간에 맞춰 시청하면서 공부해야 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또 연애도 하고 그러느라 제대로 공부도 못했죠. 첫 학기 두 과목만 겨우 턱걸이로 건지고 나머진 모두 F 학점을 받았어요. 솔직히 그만두려고 했어요. 못하겠더라고요.”

첫 학기 F 학점에 그만둘까 생각도
1968년 부산에서 3남매의 맏이로 출생한 신 동문은 대학진학 대신 직장생활을 선택했다. 첫 직장은 전산 관련 회사였다. 그곳 회사 선배들이 ‘방송대 공부’를 추천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5년제 코스였던 시절이었다. 그에게 공부는 무척 힘들었다. 결혼과 출산 등이 겹쳐 학업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10년 만에 졸업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방송대 생활을 이해하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된 계기는 우연히 왔다. 스터디에 참여하고, 제9대 서울총학생회 여학생부장을 맡게 되면서 달라졌다. ‘그만두고 싶었던’ 마음의 자리에 하나둘 다른 가능성이 디딤돌을 쌓기 시작했다.
“방송대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긴 했죠. 스터디랑 학생회 임원 활동을 하면서 학우들에게 도움도,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다른 학우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니 좀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학교생활이라는 게 혼자 공부만 하기보다는 동료 학우들도 만나고, 막 이렇게 사람들하고 서로 교류를 맺고 하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달라졌던 것 같아요. 조금 내성적이었는데, 학생회 활동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해요(웃음).”
흔히 말하는 ‘강산이 한번 변하는 시간’ 동안 방송대생으로 살았기에 신 동문은 ‘졸업’이라는 결과보다 졸업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의 의미를 좀더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누구든 우선적인 목표를 ‘졸업’에 맞추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졸업을 위해 자신이 쏟은 시간의 궤적과 그것이 삶에서 가지는 무게에서 가치를 읽어냈다. 
“졸업장을 받으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제가 졸업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졸업하기 위해서 무얼 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방송대라는 곳은 많은 분들이 일과 공부를 함께 하면서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분투하는 세계였거든요. 이런 분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많은 걸 배웠던 거 같아요.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자극 속에서 지나온 과정이 정말 값지다고 봐요.”

그는 방송대가 재입학 기회를 준다는 것도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 실제로 23년이나 걸려 졸업한 이들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도 졸업할 수 있도록 긴 시간을 허용해주는 방송대가 고맙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가정학과를 선택했던 신 동문의 꿈은 ‘건강한 사회복지사’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그의 삶을 바꿔버렸다. 방송대 졸업 이후 세종대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음에도 그의 진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열렸다.
30대 초반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쉴 때, 그는 직업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게 공부했고, 함께 준비한 20명 가운데 그를 포함해 2명만 합격했다. 그렇게 해서 실내인테리어 관련 분야에 발을 디뎠는데, 여기서 그의 인생을 바꾼 ‘정보’를 접했다. 우리나라에도 2009년부터 석면관련법이 생긴다는 정보였다.

창업을 위한 두 번째 학과 도전
환경 관련 사업이다 보니 좀더 공부가 필요했다. 신 동문은 다시 방송대에 도전했다. 2007년 환경보건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10년 동안 방송대 공부를 했으니 2년 안에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예전에 공부했던 거 생각하고 스터디에도 안 들고 그냥 혼자 할 수 있을 걸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걸, 공부하다 보니 이게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무척 어렵더라고요. 수업 내용이 너무 좋았지만, 따라가기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처음에는 겁도 먹었어요. 처음에는 공학용 계산기 사용법도 몰라서 힘들었는데, 스터디 분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셔서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어요. 지금 입학하시는 분들께 스터디 가입을 꼭 추천드려요.”
신 동문은 지금 건축물 석면 관련 조사를 담당하는 분석기관, 건물 해체, 감리·감독, 교육·스포츠 등 6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석면 관련 분야에서는 초창기 업체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방송대 위해 일할 때”
신 동문 역시 방송대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줬다고 힘줘 말한다.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고, 지금까지 그들과 가족처럼 지내오고 있다. 그래서 ‘방송대 발전후원회 재무이사’도 맡았고, 방송대 운영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도 제 주위에 계신 방송대 분들에게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 역시 모교를 통해 받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어서, 이젠 저도 학교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좀더 바쁘고 힘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마침 지난 7월 17일 방송대 발전후원의 밤 행사에서 그는 1천만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기부를 결심한 데는 박인주 발전후원회장의 조언도 작용했다.
“박인주 회장님은 늘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특히 ‘카네기이론’을 여러 번 말씀하셨죠. 사회를 통해 얻은 것들을 다시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는 내용인데요. 그 말씀을 듣고 3년 전부터 기부를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사실 고액을 기부하신 분들도 많은데, 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최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고 싶어요.”
신 동문은 ‘행복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방송대를 통해서 받은 많은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기부하고 나니 마음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방송대는 저에게 단순히 학사학위를 준 학교가 아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서 세상 어떤 공부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준 곳이죠. 또한 세상을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하면서 보고 배우며, 더욱 열심히 살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준 대학입니다. 이렇게 훌륭하고 감사한 제 모교가 제일 좋은 학교로 발전하는 데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습니다.”
신 동문이 선택한 새로운 ‘동행’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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