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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언어 학습의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부분까지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이 똑똑한 조력자를 잘만 활용한다면
‘쉽고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기’라는 말이 실현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건 아닐까?

 

내가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당시 학교에서는 이른바 ‘해리포터 열풍’이 불고 있었는데, 신간이 발표되면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단숨에 다 읽어버리는 해리포터 광팬 중 한 명이 나였다. 우연한 기회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서를 선물로 받아 읽게 됐다.


원서를 통해 호그와트 약초학 교수의 이름인 ‘스프라우트’가 ‘sprout’(싹을 틔우다)라는 영어 단어에서 나온 것을 알게 되었고, 기억을 저장하는 마법의 물건인 ‘펜시브’가 사실 ‘pensive’(깊은 생각에 잠긴)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깨달았을 때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의기양양 부모님께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서툰 실력으로 펭귄 클래식 문학 원서를 한 권씩 찾아 읽으며 나는 원서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고, 이런 재미를 남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막연한 생각은 이제 영어교육 전공자이자 자녀를 둔 엄마로서 나에게는 ‘영어 학습자의 학습 동기’라는 실제적인 고민이 됐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나는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찾고 활용하라”라고 조언한다. 대화형 AI 도구를 비롯해 유튜브, 모바일 앱 등 영어교육 관점에서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넘쳐나고 있으며, 원격 수업의 보편화로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이 각광받고 있는 이 시대에, 학습자 스스로가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한 영어교육공학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 모바일 앱, 인공지능 기반 도구, 게임 등 다양한 기술 기반(technology-based) 도구를 영어 교수·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수한 가능성과 방법을 연구한다. 기술 기반 도구를 영어 학습에 활용할 때의 주안점은 학습자가 해당 도구의 기능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고 자세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Grammarly’는 영어의 문법과 어법 및 표현 영역에 대한 자동화된 피드백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 교정기로, 특히 영어 글쓰기 교정 단계에서 오류를 찾아내 수정하기에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자동화된 피드백의 특성상, 의미나 표현 영역과 관련된 피드백은 항상 정확한 것이 아니므로 선별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학습자가 ‘Grammarly’의 교정 피드백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본인의 글쓰기 맥락에 맞게 선별해서 적절한 수정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처럼 학습자가 본인에게 맞는 영어 학습 도구를 경험하고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도구의 기능적 측면을 숙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계점까지 명확히 알고 실질적인 실력 향상을 위해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20세기 말, 해리포터 시리즈가 나에게 영어에 흥미를 느끼게 했던 것처럼 지금은 영어 학습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기술 기반 매체들이 있다. 다양한 도구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이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언어 학습의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부분까지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이 똑똑한 조력자를 잘만 활용한다면 ‘쉽고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기’라는 허무맹랑한 것 같던 이 말이 실현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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