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곳에서, 달려와 배우고자 하는 학우들을 가르치고
또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
바뀌어 가는 세상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2023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프로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MLB)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곳은 뉴욕 메츠로, 대략 3억3천6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가장 적은 연봉을 지급하는 곳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그 1/10을 조금 넘는 4천만 달러 남짓이다. 오클랜드는 연고지의 인구가 적고, 야구에 관심이 낮은 지역이라 많은 돈을 쓰기 어려운 구단이다. 오클랜드의 연봉 총액은 스타 선수 한 명의 금액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런 상황에서 오클랜드는 늘 약팀일 수밖에 없다. 다른 팀들과 같은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서는 말이다.
1998년에 빌리 빈은 오클랜드의 단장이 된 이후, 극한의 ‘가성비’ 없이는 팀을 강팀으로 만들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고 선수를 판단하는 기준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야구는 ‘통계학자들의 스포츠’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었고, 모든 팀은 나름대로 통계 모델을 이용해 선수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타율, 타점, 홈런과 같은 평가 기준을 이용해서 선수들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연봉을 인상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평가 기준들은 이미 100년 가까이 신뢰받아 온 모델이었다.
하지만 빌리 빈은 야구선수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통계적 전문성과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을 가진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의 폴 디포데스타를 데려와서 그의 오른팔로 삼았다. 그는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On base Plus Slugging)가 야구에서의 승리를 위한 더 정확한 평가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오클랜드는 저평가받고 있던 OPS형 선수들을 수집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머니볼』이라는 이름의 책과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것이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야구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일들에서. 우리가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돈을 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If you're not paying for it, You are the product(당신이 대금을 치르고 있지 않다면, 당신 자체가 팔리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 나온 말이다.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데이터가 우리가 누리는 서비스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다는 이야기다.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고 이를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향상되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광고만 보면 동영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처럼 눈에 잘 띄는 것들도 있지만,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내리는 것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도 있다.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다시 머니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빌리 빈이 만들어 낸 새로운 변화는 순식간에 모든 팀으로 번져나갔다. 모든 팀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자, 야구통계학자를 스카우트하고 프로그래머들을 모아 데이터 분석팀을 만들었다. WRC나 WAR를 비롯한 새로운 통계 모델들을 만들어 내고,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경기장 안에 레이더들을 설치했다. 이제 공 하나하나의 움직임, 선수들의 한 발짝 움직임들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에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만 6테라바이트에 달하고, 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제 팀들 사이의 경쟁은 선수들끼리만이 아니라 데이터분석 팀들끼리의 경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을 싫어하고 불안감 마케팅도 싫어하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석유는 데이터‘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니. 사실 가장 슬픈 것은 나 스스로인데, 대학원을 졸업하면 조금 덜 열심히 공부해도 될 줄 알았는데 공부해야 할 것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판국이다.

세상을 바꾸고 그에 적응하기 위해 늘 공부하는 방송대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교수에게 있어 학교는 평생 몸담을 직장이다. 우리 학교의 통계·데이터과학과에 합류하면서 마음먹은 것이 있다. 평생 이곳에서, 달려와 배우고자 하는 학우들을 가르치고 또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 바뀌어 가는 세상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