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7회 방송대문학상

제47회 방송대문학상에 응모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결이 곱고 어린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다만 동화를 쓸 때 어린이의 목소리를 앞지르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작품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필요함에도 작품 대부분이 작가가 전달하려는 주장이나 메시지를 작중 인물의 목소리를 빌어서 표현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어른 인물들이어서 어린이들이 동화를 읽으면서 이야기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교훈을 받아들이는 일에 더 중점을 둘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동화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얼마나 생생하게 담겨 있는가에 따라서 이야기의 힘이 좌우된다. 어린이 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을 동화를 통해서 확인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면서 문학의 감상자로 성장해나가기 때문이다. 이번 응모작 가운데 표현과 발상이 흥미로운 작품임에도 교훈이 앞서는 바람에 아쉽게 수상권에 들지 못한 작품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이후 아동문학 창작에 정진하시어 꼭 다시 만나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어린이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파란 하늘 아래」(김정대)는 지갑을 주웠던 사건 이야기이며, 「바뀌어버린 공약」(이혜주)은 회장 선거 과정의 부정 선거 이야기를 활달한 문체로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후자의 작품은 표현력과 구성이 돋보였으나 어떻든 어린이가 타인의 유세문을 베끼는 과정에 대해서 조금 더 절실한 고민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에 선심성 공약을 내세운 어린이가 당선자가 되는 부분은 유머러스한 결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잘 살아나려면 주인공이 유세문 베끼기에 대해서 조금 더 치열한 갈등을 하는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 재선거를 유도하는 것이 어른인 것도 아쉽고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것도 적절한지 하는 의문이 있다. 조금 더 밀도 있게 어린이 자신의 양심에 대한 숙고의 과정을 담았더라면 충분히 당선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앞날을 기대한다.
「내 친구 빙호를 구해라」(장현일)는 빙하 조각과 친구가 된 어린이의 이야기를 담은 순정하고 산뜻한 작품이다. 작가는 여러모로 어린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서사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빙하 조각에 물을 부어서 그 크기를 키우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그 정도로 북극의 빙하에 대한 이해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린이들도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 얼음을 키우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각도의 장치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스링크의 얼음판으로 흡수돼 거대한 몸집으로 복원된다는 부분도 이후 전개될 독자의 상상력을 생각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아이스링크의 얼음이 된 빙호는 북극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 링크를 얼리는 동력이 빙하를 녹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조금 더 고려한 판타지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신기한 버릇」(문은영)은 교실에 나타난 이상한 항아리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다뤘다. 다정한 선생님,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 교실의 사건이 재미있게 구성돼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흐름이 유려하며 문장도 안정돼 있고 무엇보다 사건을 발견하고 의문을 갖는 주체가 어린이인 점이 좋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과정을 이끌어가는 분이 역시 어른인 선생님이고 그 선생님의 교훈적 메시지가 작품에 꾸준히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표현이나 발상에서 신선함이 있고 독자가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감각을 환기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의 입체감이 살아있다. 작품에 담긴 정성과 열의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따라서 가작으로 선정했다.
응모하신 분들의 아동문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감사드리며 이후 습작에 매진하셔서 좋은 작품으로 만나뵙게 되기를 바란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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