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연말을 보내는 세 가지 키워드

연말, 일과 학업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가족들.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는 부모의 자리에서, 자녀는 자녀의 자리에서, 조부모는 조부모의 자리에서 회복을 위해 어떤 말을,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배려와 소통의 방법을 기쁘다 방송대 교수(생활과학부·가정복지상담학)에게 물었다. 해외 체류 중인 관계로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기쁘다 교수는 “인터뷰 질문들이 가정복지상담학에서 관심을 두는 중요한 질문들이어서 매우 감사했다. 지면이 협소하다 보니 단편적인 답을 드릴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지만, 가족상담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도 가족상담의 주요 이론들을 적용하여 말씀드리려 했다. 답변들은 가족상담이론들 가운데 대표적인 개념들을 바탕으로 많은 내담자를 만나면서 느꼈던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가족상담에 관심 있는 분들은 향후 생활과학부 가정복지상담학 전공 과목들을 통해 가족관계나 가족역동 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공부하면 좋을 것이다. 공부하면서 가족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아무쪼록 짧게나마 학생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유익했다. 학생 여러분 모두 따듯한 연말 보내시고, 가족이 더욱 행복해지는 복된 새해 맞이하시기를 기원한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어리게만 생각했던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서 말이 안 통할 때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청소년기의 두뇌 발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뇌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편도체부터 먼저 커지기 시작하는데, 이 편도체는 분노, 공포, 공격성, 흥분과 같은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우리 뇌에서 이성, 행동, 감정을 지능적으로 통제 및 조절하는 전전두엽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청소년기에는 전전두엽의 미성숙으로 인해 자기조절은 부족한데, 활발해진 편도체로 인해 날것의 감정이 살아 날뜁니다. 사춘기 자녀들이 이전에 없었던 과격한 행동이나 언어들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두뇌 발달의 순서를 생각해 볼 때 사춘기 자녀의 변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죠.

 

문제는 부모가 이런 자녀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예상하지 못하거나 조급해한다는 점입니다. 자녀들은 시간이 지나면 판단력과 사고력이 향상하면서 자신의 극적인 행동이나 감정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게 됩니다. 이 기간에 부모는 자녀의 변화를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기다려 주지 못하는 부모는 자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녀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대략 2~3년 정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유튜브 영상이나 스마트폰, 게임에 과몰입할 때는 답답하지만, 화를 내면 악순환입니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미디어 과몰입은 지금 자녀 세대의 전반적인 현상입니다. 마치 부모 세대가 텔레비전, 라디오, 카세트나 CD플레이어에 빠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 시절의 부모님들도 자녀들을 보면서 ‘TV는 바보상자’ ‘공부 좀 해라’는 말들을 하시곤 했죠. 더군다나, 요즘 청소년 자녀들이 사용하는 뉴미디어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자녀들이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얻는 창구입니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부모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부모가 자녀를 이해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그림대로 성장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합니다. 부모가 생활의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녀의 결정입니다. 만약 자녀가 당장 부모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다면, 자녀의 마음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들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지금의 성숙한 모습이 되신 것처럼, 자녀들도 성숙한 모습의 청년으로 자라나기를 기대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지지와 수용으로 자기 인생을 잘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미디어사용 시간을 정하고 지키는 연습을 함께 해나가는 것은 소통을 위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죠. 건강한 부부의 모습을 보이려면, 아니 건강한 부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생활해야 할까요
부부관계가 건강하면 자녀들도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어요. 가족상담이론의 하나인 미누친의 ‘구조적 가족치료’에서도 부부체계의 건강하고 기능적인 연합을 강조합니다. 건강한 부부로 살기 위해서는 소통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요. 부부관계의 기초인 신뢰와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경제적 측면만 추구하다 보면 부부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관계에 소홀해질 수 있고요. 돈만 벌면 행복해질 것 같은데, 막상 돈이 생기면 부부관계가 깨져버리는 일이 종종 생기는 이유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부부만의 시간을 고정해 두고 직장, 자녀 양육, 가족의 대소사 때문에 이 시간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간 동안 부부는 연애 시절에 함께 하던 일을 하거나 새로운 공통의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겠죠. 무슨 일을 하든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하고 안정된 부부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연말 계획을 세울 때, 가족 구성원들의 시간을 물어보고,
시간표에 가족과의 시간을 먼저 잡고 다른 행사들 일정을 잡아 보자.

연말에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바쁜 자녀들이 가족 모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나,
부모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방법이 될 것이다.

 

부모의 결혼 만족도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부부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자녀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갈등의 정도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일단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으면 자녀는 심리적인 불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어떤 자녀들은 자기 탓을 하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린 자녀들은 신체화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몸살이 나거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자녀가 아플 때 부모는 신체적으로 보살피면서 동시에 심리적인 부분도 돌보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 갈등이 지속될 때, 자녀를 생각한다면 가급적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사회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족센터)’가 있거든요.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다양한 가족지원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가족 관련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족 문제 예방을 위해 다양한 가족생활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가족문제 해결과 가족관계 향상을 위해 가족상담사업을 운영합니다. 거주하는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부부상담이나 가족상담을 신청하시면 좋은 상담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부부관계의 긴장을 많이 완화할 수 있고, 자녀가 부부불화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육체적으로 노쇠해지고, 노후 준비가 안 된 경우 경제적으로도 불안합니다. 부모님과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 발전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노부모님과 성인 자녀가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노인분들은 자신이 삶을 잘 살아왔다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특히 자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발달단계를 이해하면서 자녀들이 부모의 삶을 인정하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럴수록 노부모님은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혜와 연륜을 바탕으로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더 이상 품 안의 어린 자녀가 아니고, 자기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어른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때로는 의견이 달라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교류할 때, 노부모님과 성인 자녀는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깝다’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의외로 박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죠. 그렇게 작은 오해들이 쌓이면서 갈등이 생겨나고, 결국 문제가 밖으로 터져 나옵니다. 여러 가지 가족 갈등의 유형에 따른 해결 팁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는 ‘자아분화’가 중요합니다. 자아분화란 가족상담 분야의 중심 학자인 보웬의 ‘다세대 가족치료이론’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이는 하나의 정서적 덩어리로 존재하는 가족으로부터 각 구성원이 자신의 고유한 심리적 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동시에 독립된 심리적 개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힘이 있는 구성원이 힘이 없는 구성원을 함부로 대하게 됩니다. 이렇게 미분화된 상태에서 일방적 관계가 형성되면 갈등이 심화하거나 단절이 생깁니다. 따라서 섭섭한 마음이 들거나 갈등 상황이 벌어지면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심리적 공간에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이슈가 있으면, 그 이슈에 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의견을 모아가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사를 공동부담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제사가 간소화된 가정도 많고요.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에서는 엄마의 희생이 소리없이 강요되기도 합니다
현재 변화된 사회에서 예전 그대로의 제사 의례를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조정이 불가피한데, 제사가 가족에게 주는 의미를 들여다보면 조율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기일을 맞이하여 조상을 기억하고, 그 자리에 모인 손자녀들은 오랜만에 친목과 유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제사의 큰 의미일 것입니다. 이렇게 의미를 살리면서도 모임을 준비하는 가족 구성원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인 사람 모두가 즐거운 모임은 지속됩니다. 제사는 즐거운 가족 모임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강화됩니다. 그래야 미래에 후손 세대에서도 의미 있고 즐거운 가족 모임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가사 분담에서도 일방적 희생을 방지할 수 있는 원칙과 규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말에 ‘찔끔’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평소에도 느끼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해야 할까요? 교수님께서 추천하는 실천 팁들이 궁금합니다
연말 계획을 세울 때,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가장 먼저 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시간을 물어보고, 시간표에 가족과의 시간을 먼저 잡고 다른 행사들 일정을 잡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연말에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쁜 자녀들이 가족 모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나, 부모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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