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에서 우리의 공부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통찰을 바탕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그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책임이자 역할입니다19세기 말 스웨덴은 기근과 빈곤에 시달리며 인구의 20~25%가 신대륙으로 대량 이주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위기, 실업률 증가, 인구 감소 등 총체적 위기로 이어진다. 1932년 집권한 사민당은 예방적 사회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복지정책과 시민교육을 주된 정책의제로 설정한다. 시민들이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학습 여건 조성을 정책과제로 추진한다. 복지국가는 엘리트의 정치활동보다 시민의 학습과 토론에 기반한 시민력에 기반한다는 철학과 가치 때문이다. 스웨덴 시민들은 토론에 익숙하다. 사회적 이슈와 갈등을 풀기 위한 토론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 토론과 합의를 익히기 위한 시민교육의 중요성은 극우단체를 제외한 보수정당에서도 인정해 시민교육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유지하도록 한다. 연대성의 기치를 내건 유럽 연합,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심에서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이다. 전후 독일은 나치와 같은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민교육을 강조한다. 교화를 목표로 한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교수자와 학습자 간 토론과 논쟁을 중요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민교육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1976년에 이뤄진다. 이에 교육의 사회운동이 본격적으로 발현됐고, 정치적 갈등과 위기의 상황에서도 ‘통찰과 비판을 통해 판단하고 민주적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이라는 시민교육의 지향점이 지켜지게 됐다. 시민의 학습 모임은 복지국가를 위한 조직화의 모범으로 상징된다. 민주주의, 연대, 평등을 위한 필수 불가결 요소로 학습과 토론의 일상화가 규정되기 때문이다.몇 년 전 영국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에서 동아시아 국가의 사회정책을 주제로 열린 학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한 토론자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한국 사회정책의 발전을 위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여기는가?” 나는 “한국의 강력한 사회적 양극화 구조는 만인대 만인에 의한 경쟁 교육에 기반한다. 해결점 역시 교육이라고 보며 그 모델을 스웨덴과 독일에서 찾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선한 인연으로 방송대라는 공동체에 합류한 지 여러 해가 됐다. 출석수업, 순회지도, 특강 등을 위해 13개 지역대학과 학습관을 불철주야 다니다 보니 발견하게 된 것이 있다. 학생들의 눈빛과 긴 호흡이다. 점차로 그 눈빛과 호흡에 빠져들게 되면서 ‘학습의 열망’을 이어가기 위한 학생들의 열의는 한국 사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힘이라는 확신을 들게 했다. 그리고 어느덧 지역사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는 지역대학 학장 자리에 있게 됐다. 인천지역대학 학장으로 발령받은 후 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가 한결같이 방송대를 사랑하고 자긍심을 지니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송대를 꿈꾸고 있음을 확인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방송대에서 우리의 공부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통찰을 바탕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책임이자 역할입니다.” 새롭게 시작된 2024년, 구성원이 동참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천지역대학의 모습을 상상하며 실천을 준비하고자 한다.






